인생은 아름다워(1133) - 어두운 역사를 소환한 계엄파동 어느덧 2024년의 마지막달에 접어들었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일상, 무사히 한 해의 끝자락에 이른 것을 감사하며 모두에게 더 밝은 앞날이기를 비는 마음이다. 지난 금요일(11월 29일), 서울의 한 대학에서 교단의 원로와 중견들이 한데 모여 70년 전 한국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열악한 땅에 선교의 발걸음을 내딛은 은인(이미 하늘의 부름을 받은 미국태생의 최수열 선교사)을 기리는 기념행사를 가졌다. 행사의 마지막에 주최 측으로부터 뜻밖의 호명을 받았다. 내용인즉 교단의 신앙잡지에 글과 물질로 힘을 보탠 작은 기여를 상찬하는 감사패를 전하는 것, 예기치 않은 이벤트에 잠시 어리둥절하였다. 묘한 인연, 30여 년 전 관련 학교법인의 이사장 자격으로 기념식의 주인공인 선교사를 초청하여 그 공덕을 새기는 감사패를 드린 적이 있는데 그 분을 기리는 행사에서 난데없이 부름을 받다니. 수상소감 한 마디, 오래 전에 기고한 글의 제목처럼 우리 모두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기념행사에서 감사패를 받는 모습
이번 화요일(12월 3일), 한 밤에 휴대폰을 살피니 의외의 메시지가 뜬다.‘윤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아닌 밤중에 홍두깨, 깜짝 놀라 TV를 켜니 모든 뉴스 채널이 상황중계로 분주하다. 다행인 것은 비상계엄 발령 150분 만에 국회에서 계엄해제를 의결한 상황,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태를 주시하니 새벽 4시 반에 대통령이 계엄해제를 수용한다는 발표가 뜬다. 대명천지에 이 무슨 날벼락인가, 어떻게 이룩한 민주대한민국에 꿈에도 떠올리기 싫은 어두운 역사의 망령이 되살아나다니.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얼핏 뇌리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스쳐 인터넷을 살피니 같은 제목의 민초가 올린 글이 눈에 띤다. 그 내용,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순간에 무언가 툭 하고 떨어져 내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뜻하지 않는 밤중에 홍두깨 들이미는 사건 말이다. 지극히 평범한 하루였고, 저녁 일과를 마치고 평소 좋아하는 사극도 보면서 스토리에 폭 빠져 있을 때였다. 잠깐 광고가 나가는 사이 채널을 돌리다가 그야말로 얼음이 되는 순간을 맞았다. 교과서에서나 봤었던 일을 실제로 겪게 되다니... 예전 70-80년대에 있었던 일이 비극이라면 어젯밤의 소동은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건이 발단이 된 상황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많은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이것이 단지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진정으로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 배경과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일로 인하여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자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리고 순간 사태가 심각해졌다면 우리는 그 제한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무서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유혈사태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서 TV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번 일은 정치적 성향이 무엇인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단순히 권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그와 같은 일을 벌였다면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아니라 눈 뜨고 코 베이는 어이없는 상황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 전자책Easy리더 컨설턴트, 정새봄의 글에서) 오늘자(12월 6일) 언론(동아일보)에서 접한 외신의 반응도 비판적, ‘윤석열 대통령은 사퇴하거나 탄핵당해야 한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중 한 곳에서 대통령은커녕 어떤 공직도 맡을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윤 대통령이 촉발한 정치적 혼란은 미국의 태평양 동맹(한미일)을 위태롭게 할 것, 지난해 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지만, 이젠 우호적 분위기가 사라졌다'(뉴욕타임스) ‘한국 내정이 대혼란에 빠지면 한일 관계를 시작으로 동아시아 안보 환경에 필연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 윤 대통령은 북한과의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도 해를 끼칠 수 있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일본의 요미우리와 아사히신문) ‘계엄은 해제됐지만 경제 분야까지 파장을 몰고 왔다. 한국 재정 당국은 한밤중 벌어진 정치 드라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힘들게 이룩한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금자탑을 후퇴시켜서는 안 될 일, 우리 모두 두 눈 부릅뜨고 주권자의 권리와 책임을 제대로 감당하자. * 1년 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한 후 다음과 같은 소회를 적었다. 우리 세대가 겪은 어둠의 역사가 뒤안길로 사라진 줄 알았는데 다시 그 악몽을 떠올리다니. ‘서울의 봄을 아시나요? 지난주에 개봉된 영화 “서울의 봄”을 숙연한 마음으로 관람하였다. 영화는 1961년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18년간 장기 집권한 박정희가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시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의 권력공백기인 1979년 12월 12일 밤에 일어난 전두환 보안사령관 주도의 숨 막히는 군사반란과정을 밀도 있게 다룬 최근의 화제작이다. 공무원으로 재직 중 업무관련 연수프로그램으로 일본에 머물고 있던 그날 밤 숙소의 TV를 통하여 경복궁 앞 광화문 일대에 장갑차가 진을 친 삼엄한 장면을 목도하며 절망에 빠졌던 일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당시 불투명한 정국에 대한 전망을 묻는 일본 측 인사에게 언급한 내용, “한국인의 일반적인 기대는 오랜 억압통치에 짓눌린 박정희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민주헌정이 순조롭게 등장할 것이다.” 시민 모두의 바람은 이른 바 서울의 봄. 그런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든 12‧12 군사반란은 온 국민을 절망으로 몰아넣은 악몽으로 뇌리에 남아있다. 5‧16쿠데타가 일어난 1961년 봄,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그 전해 4‧19민주혁명을 목도한 열정의 청소년에게 5‧16쿠데타는 승복하기 어려운 반민주행위였는데 이에 더하여 1972년에 등장한 유신체제로 온 국민이 얼마나 힘든 세월을 겪어왔던가. 30여 년 전 살고 있던 지역의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나라의 건국 이래 변함없는 정치이념은 민주한국의 올바른 구현”이라며 민주실천시민의식의 함양과 정당한 규칙을 깨치는 사고나 행동양식을 자제할 것을 강조한 적이 있다. 반민주적 쿠데타의 악몽을 일깬 영화, “서울의 봄”에 박수를 보낸다.’ (2023. 11. 29 ‘인생은 아름다워1075’에서)
영화 서울의 봄,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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