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하루하루 초읽기에 들어간 대구에서의 생활
퇴근할때 사무실 동료들은 저녁을 시켜서 먹는다는 걸 뒤로 하고 숙소로 나왔다.
식사를 하게 되면 적어도 두어시간은 런닝을 할 수가 없고 그렇게 되면 한밤중에 차가 다니는 도로를 싸돌아다니는 것도 위험하고 씻고 잠자는 패턴까지도 불편하겠기에
기온은 19℃ 내외를 가리키고 있고 바람은 좀 불고 있지만 달리기에는 불편함이 없다.
고속도로 터널을 지나던 중 후배 성안이가 전화를...
0.5Km를 막 넘긴 시점인데 워치를 멈추고 3상전원 중 한개가 나갔나본데 인입쪽 캐치홀더 휴즈가 나갔을테니 한전에 신고를 하라고 알려주고 새로 런닝을 시작.
출판단지 장미공원을 지나며 4년전 이곳에 왔을때 만개했던 독일장미들을 떠올린다.
그런데 특별한 날이라 그런지 천진난만한 스텐다드푸들이 잔디밭 이곳저곳을 맘껏 뛰어다니며 나에게도 달려오고 나는 반가워라 좋아했지만 개엄마는 사색이 되었다.
"괜찮아요! 아이구 이뻐라!"
생활속에서 겪는 많은 불편함들 중에 상당수는 오해와 불신에서 비롯될텐데 나같은 사람은 워낙 개를 좋아하기도 하고 녀석들의 심리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가 있다보니 그저 반갑고 좋을 뿐이지만 다른 사람은 입장이 다를것이다.
그 뒤로 고물상 구역으로 넘어가고 이후에 웃는얼굴아트센터 주변, 그리고 고속도로옆 공터에 조성된 편백숲 흙바닥산책로에 다달았다.
월요일날 비가 내렸지만 노면은 온전히 말라있어 런닝을 하기엔 부담이 없다.
그런데 사실상 마지막 나들이가 될지도 모르는 이때 이곳에서 4년간 한번도 만난적 없는 제대로 된 런너를 보게 되었다.
같은 방향으로 40미터쯤 앞서 달리고 있길래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가 봤는데 그쪽에서 신경이 쓰였는지 점증적으로 속도를 올려간다.
9Km구간에선 랩타임이 4'36"까지 찍혔으니 그냥 산책이나 하는 흙바닥길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이다.
숙소까지 돌아오니 딱 10Km가 채워졌고 중간에 임팩트가 있었기에 뿌듯한 마음으로 정리.
냉장고에 몇년간 보관되어 있던 노르웨이산 고등어필렛 하나를 구워 3배나 더 매워진 너구리와 햇반으로 의미 있는 저녁상을 차린다.
배가 적당히 꺼질 무렵엔 최근 10개월 동안 술을 마시지 않던 단장님이 소주와 맥주를 사들고 들어오신다.
갈곳도 넘어야 될 산이 히말라야인데 여기 정글은 아직도 끝이 보이질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