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여유로운 시간이 생겼는데 딱이 집에 있고싶지는 않을때 먼저 생각나는 곳은 마을의 도서관과 놀이터가 있는 작은 공원이다. 가까이에 커피집이 있어서 좋고, 차에 앉아서 혹은 벤치에 앉아서 공원쪽을 바라보며 아이들 어릴때 데리고 다니든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심심하면 도서관에 들어가서 책을 읽을 수도 있어서 좋은 휴식 공간이다. 이미 그때의 아이들은 다 자라서 어른이 되었지만 항상 고만고만한 나이의 아이들이 모여 놀고 있어서 가끔 의도적으로 시간에 대한 착각을 줄 수도 있는 곳이다.
도서관 문이 열리기에는 이른 시간이라서 차에 앉아서 오랜만에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다가 커피 생각이 나서 나서는데,도서관 옆길에서 한국 어르신네 한 분이 꽃을 심고 있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보니 그 분은 Andrew Kim의 아버지였고 그 길은 바로 "Andrew Kim Memorial Way" 이었다.
갑자기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솟아올라 급히 인사를 드리고 차안으로 몸을 숨겼다.
Andrew Kim.
2001년 9월 11일, 그는 25세였고 그 당시뉴욕의 Twin Building에 위치한 금융 회사에서 일하다가 비행기 테러로 인해 목숨을 잃은 2993명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내가 사는 타운인 레오니아 고등학교를 나와서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했으며 대학에 가서도 자기가 활동하든 모교의 테니스팀 코치를 맡아서 자원 봉사를 했고, 시누가 다니든 교회에 다니면서 청소년들을 위해 많은 봉사 활동을 했다고 한다. 가족은 남동생과 부모님이 계셨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후 Andrew Kim의 부모님은 받은 보상금으로 Trust Fund를 만들어서 아들의 이름으로 장학재단을 만들고 레오니아 문화행사를 지원하며 공익사업을 지원해 오셨다.
그 중 하나는 해마다 뉴저지 교향악단을 초청하여 한여름밤 공원의 잔디밭에서 주민들을 위한 무료 야외 음악회를 열고 있다 들리는 바로는 좋은 일에 동참하기 위해서 Trust Fund에 계속 후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 사태로 기금이 많이 타격을 받아 한때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도 들은 바있다.
레오니아시에서는 감사의 뜻에서 도서관 옆길을 Andrew Kim Memorial Way로 이름을 바꾸어서 기념하고있다.
바로 그 팻말 앞에서 그 분이 국화꽃을 심고 계셨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갈 그 길을 그는 얼마나 많은 고통과 슬픔을 가지고 와보셨을까. 그리고 아들의 이름이 적혀진 팻말이 있는 그모퉁이를 꽃이라도 심어서 단장하고 싶으셨을 것이다.
911 희생자들을 추모 하기 위해서 레오니아에 위치한 카운티(인구로는 한국의 ‘군’에 해당하는 행정구역) 공원안에도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를 세우고 나무를 둘러심은 구역이 있는데 지나다 보면 가끔 어르신네께서 쓰레기를 줍고 잡풀을 뽑는 모습이 보이곤 했었다.
어떤 모임에서 육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이라크에 가있는 아들이 있는 분이 하신 얘기가 생각이 난다. 아들을 위해 큰 생명보험을 들었단다. 그래서 단지 보험은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했드니, 사회에 공헌 하고자하는 아들의 뜻이 계속되고 또 삶이 기억되도록 공익 사업을 하겠다고한다………공감이 가는 얘기였다.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여 그런 준비를 해야하는 결정을 한 엄마의 비장한 심정을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감히 이해한다고 할 수도 없을것 같았다.
차에서 내려 다시 꽃심든 자리로 가보니까 Andrew Kim Memorial Way 팻말 주위에 국화 세 무더기가 잘 심겨져 있고 충분히 물까지 주어져 있었다.
마치 팻말이 꽃을 바라보고 있는 것같았다.
첫댓글 사회를 향한 서구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해외에서 오래지내다 귀국했더니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네요, 모든 잣대가 금전으로 돈을 향한 무한질주를하고 가치관은 파괴되고 돈없으면 낙오자 취급받는것 같아 당황스럽네............
국화꽃에 연관하여 모처럼 마음이 국화꽃처럼 맑아지는 것 같구나...
몇 년 전에 Manhattan Ground Zero에 들러 사망자 명판에서 3000여 이름들을 일일이 훑어보며 한국인, 한국계로 추정되는분들을 세어 본 적이 있습니다. Andrew도 그 중에 한사람이군요. 훌륭한 젊은이를 잃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