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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 않으면 꼭 만나야 할 사람
2022년 다해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복음: 요한 12,44-50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심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말씀해 주십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말이 곧 심판의 기준이라고 하십니다.
당신의 말은 곧 빛입니다. 마치 오징어잡이 배의 빛을 보고 오징어만 그 배로 접근하여 올라오는 것처럼, 그렇게 당신의 말씀을 찾아 올라오는 이들은 구원을 받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어둠 속에서 죽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마치 아버지께서 어둠 속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빨리 탈출하라고 소리치는 말씀과 같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은 그 소리를 거부하고 귀를 막습니다. 구원의 길은 좁고 그 길로 들어서는 이들은 계속 줄어들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세상을 악으로 볼 수 있는 눈을 줄 이를 못 만났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때는 이 역할을 세례자 요한이 하였고 지금은 교회가 해야 합니다. 만약 교회가 세상과 타협한다면 세상에 더는 희망이 없어집니다. 예수님은 세상과 싸워 이기셨습니다.
며칠 전 검찰이 결국엔 이은해와 내연남 조현수 씨를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를 했습니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할 줄 모르는 윤 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수영을 못하는 윤 씨가 여러 차례 거절하자 “그럼 차라리 내가 뛰겠다”라며 압박했습니다. 그리고 구조를 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하지 않아 살해했을 때 적용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닌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하는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입니다.
검찰은 또 공소장에 이들이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윤 씨를 상대로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적시했습니다. 가스라이팅은 상대방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판단력을 잃게 함으로써 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입니다. 이들은 앞서 2019년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 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이렇게 여러 차례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자기를 피폐하게 만드는데도 윤 씨는 이 씨와 그의 친구들을 의심 없이 믿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사건 발생 8년 전인 2011년쯤부터 남편 윤 씨와 교제를 시작하면서 당시부터 윤 씨의 돈을 받아냈습니다. 그녀는 2017년 3월 윤 씨와 결혼하여 다른 남성들과 사귀면서 윤 씨를 착취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윤 씨는 6천만 원 상당 연봉을 받던 대기업 직원이었으나 이 씨와 결혼한 뒤로 개인회생을 신청했습니다. 심지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법 장기매매를 하겠다’라는 글까지 올릴 만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끼니를 해결하려 직장 동료에게 3천 원을 빌려달라는 요청도 했습니다. 사망 당시 윤 씨 자취방에 있던 서류들을 보면 빚만 1억5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윤 씨는 결혼 2년 차인 2018년 12월에 이 씨와 통화하면서 “빚이 너무 많아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그만할까. 지친다”라며 흐느끼기도 했습니다. 이에 이 씨가 “정말 그만 만나고 싶냐?”라고 묻자 “그런 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 씨는 윤 씨에게 “이해한다”라며 공감한다는 식으로 답하면서 심리적 지배를 이어갔습니다. 윤 씨는 숨지기 5개월 전인 2019년 1월에 조 씨에게 문자를 보내 “은해에게 쓰레기란 말 안 듣고 싶다. 은해가 짜증 내고 욕할까 봐 무섭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윤 씨는 결국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숨졌습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보면서 오금이 저릴 정도로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악해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도 똑같이 세상에 이런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세상이 우리에게 하는 짓은 더하면 더했지 이은해 씨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잔인하게 물로 빠뜨립니다.
윤 씨가 살아날 수 있었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당연히 이 씨와 조 씨로부터 탈출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사람이 악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줄 누군가를 만났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가스라이팅에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교회를 만나야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교회는 자아, 삼구, 그리고 그 욕망으로 우리를 지배하는 이 세상이 사탄 무리의 것임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빨리 탈출하라는 하느님의 말씀이 들립니다. 이 말씀이 들리지 않으면 이미 심판받은 것입니다. 희망이 없습니다. 세례자 요한을 먼저 만나야 합니다. 세상에서 빠져나와 광야로 나가지 않으면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을 수 없습니다.
2013년 톰 크루즈가 출연한 ‘오블리비언’이란 영화가 있었습니다. 오블리비언은 ‘(기억의) 망각’이란 뜻입니다. 잭 하퍼란 사람은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지구에 남아 있는 외계인들을 없애는 일입니다. 외계인들에게 잡혀 정보를 빼앗기면 안 되기에 그 사람의 기억을 일부러 지워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기 아내를 만나게 되어 기억을 되찾습니다. 아내는 잭 하퍼가 외계인들에게 잡혀가서 기억이 지워져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결국 그가 죽이고 있었던 것은 지구상에 남아 있는 자신과 같은 인간들이었던 것입니다. 잭은 인간들과 힘을 합쳐 외계인들을 물리칩니다.
단순한 내용이지만, 성경과 같습니다. 우리는 처음에 우리도 모르게 세상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라는 아내를 만납니다. 교회는 세상이 적응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싸워야 할 대상임을 알려줍니다. 그렇게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고 그리스도로부터 파견받아 세상과 싸워 이기게 됩니다. 승리한 자만 구원에 이릅니다.
예수님의 말이 들리지 않는 이유는 아직 세례자 요한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아가 뱀으로 보이고 세상이 사탄의 집으로 보이게 해 주는 세례자 요한을 만나야 합니다. 아이들에겐 부모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탄은 예수님을 유혹할 때 자신에게 절하면 자신이 가진 세상의 영화를 예수님께 주겠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세상은 자신의 것이란 뜻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을 이기셨습니다. 동굴 속에서 빛을 보려면 자신이 어둠임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빛을 바라볼 수 있고 빛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빛이십니다. 그래서 당신을 바라보게 하시기 위해 어둠에 속해있음을 보게 하는 이를 먼저 꼭 파견하십니다.
- 전삼용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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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