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동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가까운 장판각엘 들렸다가 이육사박물관으로 이동을 했다.
장판각에는 수많은 고전들이 서각작품으로 소장되어 있는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동으로 온도와 습도가 조절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문화를 잘 가꾸고 보관하는 것을 보니 역시 안동은 수많은 유학자를 배출한 양반의 고장답다.
기념관은 육사가 태어난 마을에 지어 졌는데 단아한 건물로 앞으로는 호수와 광야의 시상지인 산이 바라보이는데 이곳이 또한 퇴계의 도산구곡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라 한다.
이육사에 관한 영상물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끌썽했다.
영상물을 보니 육사는 조국광복을 위해 살신성인 한 분이었다.
이어 관장님의 설명과 특별히 육사의 따님 이옥비 여사가 와서 아버지에 관한 증언을 해 주셨는데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여사의 말씀에 의하면 여사가 3살 때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지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으며 특히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어머니로부터 밥 먹듯이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언니와 오빠가 어린 나이에 홍역으로 세상을 떠나고 형제 없이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온 여사의 말씀에 의하면 포승줄에 묶이고 용수를 쓴 육사의 모습이 그녀가 본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한다. 육사의 시신을 받은 분이 지금 96세로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그분의 말씀에 의하면 눈도 감지 못하고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고 한다.
박물관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육사는 16년 동안 독립운동을 하면서 17번을 감옥에 들락거리다가 그의 나이 40세 되던 1944년 1월에 그토록 그가 원하던 조국광복을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니 마음이 아프다.
박물관에서 나와 이옥비 여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퇴계생가로 가려는데 가랑비가 옷깃을 적신다.
우리를 태운 차는 고갯마루를 넘고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가을 풍경이 예사롭지 않아 불현 듯 내려서 걷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분들이 많았던지 고갯마루에서 내려서 모두들 걷기로 했다.
녀던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오솔길은 그 정취가 이루 말 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오솔길 주변에는 여러 가지 행색을 한 들꽃과 갈대가 우거지고 저 멀리 기암절벽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 사이로 유유히 강물이 흘러간다.
강물이 어찌나 맑은지 마음 같아서는 잠시 쉬어 발이라도 풍덩 담그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우리 일행은 일렬로 줄을 지어 한참을 걸었다.
그러는 사이 가랑비도 그치고 담소를 나누며 오솔길을 걷는 모습이 그렇게 정겨워 보일 수가 없었다.
에피소드 넷
고갯마루에서 내려오는 길은 제법 가파로웠다.
젊은 우리도 내려오다가는 미끄러지기를 여러 번 했는데 그 길을 연로하신 오정옥 선생님이 내려오시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젊은이 못지않게 걸어가는데 그 길이 좁고 길바닥에 돌이 깔려 있어서 불편한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걸으셨다. 그 후로 몇 번이나 넘어지시면서도 끝내 그 길을 걸으셨으니 선생님의 그 감투정신은 우리가 본받아야할 정신이다.
에피소드 다섯
이러는 사이 여자분들 몇몇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가다가 용변이 마려웠던 모양이다. 이는 당사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로 그의 이름을 밝히면 부끄러워 할 것 같아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네 분의 여성회원들이 길을 가다가 어찌 참을 방법이 없어서 좌우를 돌아보니 인기척이 없기에 볼일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안동댁이 나타나서 시간없는데 왜 쭈그리고 앉아 있냐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허겁지겁 일어나는 바람에 그 중 한 분인 서모씨가 값비싼 외투를 벗어놓고 잃어 버렸다는 것이다. 나중에서야 외투를 벗어놓고 온 것을 알았다니 어쩌겠는가.
퇴계 오솔길을 걸어 나와 생가에 가서 종부의 말씀을 듣고 차를 타고 점심으로 헛재사밥을 먹으러 갔다.
난생처음 먹어보는 헛제삿밥이 참 맛이 있었다. 안동댁이 이곳을 예약하기 위해서 수차 방문 하고 준비했다는 말을 들으니 그의 성실함과 책임감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세미나 장소에서 본 부군 권오을총장님의 모습이 준수하고 멋진 분이긴 하나 내 보기엔 안동댁의 내조가 그분이 출세를 하는데 큰 몫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안동댁 같은 여인을 만났더라면 국회의원은 아니더라도 시의원쯤은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순간 갑자기 강미숙이 나타나 눈을 치켜뜨는데 정신이 화들짝 난다.
에피소드 다섯
헛제사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에 돌아보니 이게 웬일인가. 우리의 전사 미주알님 이해득씨가 막걸리를 뒤집어 쓴 것이었다. 종업원이 동동주를 나르다가 그것을 미주알님 얼굴에 부어 버렸으니.......그후 미주알님의 얼굴이 더 뽀얀해졌다. 막사지를 했더니 피부가 더 좋아졌다며 좋아하는 그의 모습은 여장부였다. 웬 물건이 그리 많은지 가방이 세 개에 컴퓨터에 카메라까지 그녀의 모습은 마치 전투에 나서는 미군 해병대 모습이다. 집에 가면 아이들이 일주일 동안 먹을 반찬을 해놓고는 다음날 다섯시에 일어나 다시 근무지인 원주로 가야 한다고 하니 대단하다.
하회마을 보자는 사람들과 그냥 가자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차는 다시 서울로 향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안의 분위기는 여기저기 정담을 나누는 말소리로 정겹기 그지없었다.
에필로그
1박 2일 안동에서의 세미나는 여러 사람들의 수고로 이루어진 너무나 감동적인 여행이었다. 사무실에서 오랫동안 신경을 쓰신 김종완선생님,조정은 편집장 일일이 답사를 하고 준비에 힘 쓴 안동댁 배영숙 선생과 돈오내외분 문학회 황귀자 회장님과 김벙송총무님 일일이 다니며 계산을 하고 회비를 받으면서 수고한 류영하 선생 멋진 사회를 본 해득씨 그리고 강연을 준비하신 두 분 교수님 안동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신 분들 제주에서 광주에서 대구에서 부산에서 안성에서 인천에서 서울에서 의정부에서 정선산골짜기에서 대전에서 그 외 방방곡곡에서 만사 제치고 와주신 여러 회원님들. 에세이스트의 기둥인 원로 회원님들.........
아! 에세이스트여 영원하라
첫댓글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전통문화와 옛스러움에 취했고 또 가고 싶어집니다.
다시가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며칠 안 지났는데도.
피부관리엔 막걸리 맛사지(막사지)가 최고여요, 암만~ ^3^
막사지 후 미주님 얼굴이 그렇게 뽀얀 모습 처음 보았습니다.
반가운 얼굴... 우리의 지기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다음의 만남을 기약해 봅니다. ^^
언제봐도 편한 영훈이성. 술취해서 나보고 '지영아! 너는 인물이 좋으니까 앞으로 나랑 맘먹자" 그래놓고 다음날 술에 깨어서는 나보고 대뜸 '야 너 왜 나한테 맘먹어!' 이래도 되는거야.
아! 에세이스트여 영원하라!
영원하라!
가을날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벌써 다음 쎄미나가 기다려집니다. ^^
또 가고 싶네요.빨리 내년 가을이 왔으면
후기 내용이 완전 미주알 고주알 다 적으셨습니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서... 마지막 전철 바닥에 앉아서 편하게 귀가하신 내용만 빠졌습니다.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도 참석했던 분이나 조금도 다름이 없을것 같습니다.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그대로 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서대화선생님을 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저는 그날 아신역부터 전철 바닥에 앉아서 편하게 갔습니다.
만나 반가왔습니다. 특히 그 지랄발광인가 무언가 하는 춤, 지금도 입 가에 미소가 슬며시 일어납니다.
찌든 일상에서 웃음을 주는 약이 되지 싶습니다.
춤 뒤의 허옇게 뜬 얼굴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
담부턴 여흥시간 만큼은 보험 들고 해야겠습니다. 1인당 1박2일 국내여행상품 중 보험료 1,000원쯤 하는 보험상품 있는지 알아봐야겠어요. 없으면 하나 맹글면 보험사 대박날겁니다. 지영샘의 지랄발광춤은 세계에서 하나 뿐인 독보적인 춤이니깐요.
공옥진의 병신춤을 능가하지 않아요? 인간문화재 상신좀 해주세요.
지기님의 와 그리 웃깁니까? 완전 짱입니다.
내가 언제 소리 질렸는디? 외투 잊어버린 분 내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분 말씀이 안동댁이 소리지르는 바람에 놀라서 뛰어 내려가다가 옷을 잃어 버렸다던데......비싼 옷이라고 안타까워 하던데 옷이 있다니 잘됐습니다.
가러 마러, 5시간이나 차를 몰고 가야된다는데 수많은 갈등이 있고서야 향남선생. 정승윤선생.셋이서 우린 광주팀을 만들었죠. 이결정이 이리 대박이 날줄이야 그 때는 몰랐죠. ㅎㅎ
정말 잘 오셨어요. 안종팔 선생님이 안오시면 많은 분들이 섭섭해 하십니다.
저도 섭섭해했을 겁니다,
밴드도 섭섭했을 겁니다. 안선생님의 격려(?)에 밴드의 피곤한 얼굴이 활짝 펴졌습니다.
종팔옵빠, 안녕하시지라이~ 책도 선물로 주시고, 겁나게 고맙당게요. ^___^
아! 안동. 그날이 벌써 추억이 되어 선연하게 떠오르네요. 그립고 아쉬운 그날.
한달에 한번씩 세미나 하면 안될까요?
잘생님! 코트는 날아가버렸습니다.허나 코트보다 멋진 안동의 1박2일이었습니다.내년에도 꼭 지랄발광춤 춰주세요. 다리에 멍 은 어찌되셨나요?
이제 힘이 부쳐서 지랄춤은 어려울 듯 합니다. (다른 춤을 개발해야지)
김지영샘. 짱 멋져요. 동영상으로 촬영해도 이만큼 실감나지는 않을 거에요.
못간 샘들 약오르겠네요. 특히, 삼진샘ㅋㅋㅋ
아경씨의 그 해맑은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