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연쇄방화사건.
#13. 최현우 VS. 최현석
“다음은 부산지하철이다!! 언론엔 철저히 비밀로 해!!”
다음 방화지점이 부산지하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하철참사사고대책위원회는 모처럼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로 간의 네트워크도 활발하게 살아났다. 그리고 현장에 있는 대원들과 본부 간의 연락과 공조도 원활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다른 광역시의 지하철에 대기 중인 대원들은, 모두 철수시킬까요?”
한 간부가 분주하게 서류를 검토 중인 본부장 김기태를 찾아와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김기태는 일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아냐. 아직 모른다. 의외로 그놈의 함정일 수도 있어. 일단은 그대로 대기시키도록 해.”
하고 단호히 말했다.
하지만 사실, 오히려 함정이라는 편이 자연스러웠다. 그 어느 누가 자신의 다음 범행지점을 알려준단 말인가.
경찰에게 잡히길 원하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대책위가 범인이 직접 준 정보에 이렇게 민감하게 움직이는 건, 그만큼 그들이 정보에 목말라 있었다는 이야기다.
최현석은 대책위가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형은... 잡힐 각오를 하는거야, 아니면 절대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는거야? 둘 다 아니라면... 혹시나 정말 내 생각대로라면...’
어쨌건 최현석이 애초에 생각했던, 거의 절망적이었던 ‘대책위와의 분리행동‘은 할 수가 있게 되었다.
’부산지하철 방화’로 모든 포커스가 맞추어진 이상, 더 이상 전날의 전화 발신추적은 필요없게 되었으니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모든 것은 용의자 최현우의 단 한 통의 전화로 인한 것이었다.
“그럼, 본부장님.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오, 그래요. 다음에 또 뵙죠.”
최현석은 대책마련에 정신 없어하는 김기태에게, 스쳐 지나가듯 인사를 했다.
김기태도 얼떨결에 인사를 받긴 했지만, 얼굴도 들지 않은 채였다. 최현석은 그대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어쨌건 지금은 다음 범행장소가 부산지하철이라는 것을 믿고 움직일 수 밖에 없어!’
지금까지의 범행정황으로 미루어 다음 사건에 대한 추정을 해보면 대략 이렇다.
=====
부산지하철.
일주일 후, 정오(낮12시) 전후로 해서 열차 폭발.
지하철 두 번째 량에서 발화.
=====
하지만 현재 광역시의 모든 지하철은 시험운행만 가끔 하고 있을 뿐, 사람의 통제는 전면적으로 통제되어 있었다.
단지 움직이는 지하철 폭파가 목적이면 모를까, 지금의 지하철방화는 어떤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이번 방화가 정말 인명살상이 목적이 아니고, 아버지의 죽음에 의한 세상에 대한 복수도 아니라면... 남은 답은 하나 밖에 없다.’
최현석은 다시금 기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를 타고 대구의 본가에 와 자신의 침대에 몸을 뉘었을 때는 이미 달 밝은 밤이었다.
그 무렵, 그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띠리리리리리리-"
...! 박형근...!
지금의 최현우가 가진 핸드폰 번호.
놀란 현석이 핸드폰 폴더를 열었다.
“여보세요, 형?”
“그래 현석아. 나다.”
무미건조한 최현우의 목소리.
“젠장, 형 도대체 어디야! 어디서 무슨 수를 꾸미는 거야!!”
현우의 목소리를 듣자, 지금껏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최현석이 드디어 폭발하기 시작했다.
“...... 후후. 이제 끝이다.”
“뭐?”
“난, 이번 방화를 마지막으로 모든 걸 끝낼거야.”
“!!”
“너도 들었겠지. 일주일 뒤에 있을 사건에 대해.”
“그래... 역시나 내 생각대로군.”
“큭큭큭... 알고있었냐, 과연.”
나지막한 최현우의 웃음소리. 최현석의 ‘감’은 그 소리에서 심상치 않은 것을 뽑아내었다.
“과연 두뇌회전이 빠르군. 내 동생답다.”
“하지만 형!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말해봐. 난 동생이잖아!”
최현석이 지금껏 힘겹게 조여왔던 이성의 끈이 조금씩 풀려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런 말도 안되는 범행을 저지르고, 지금에 와서 자살하겠다는 이유가 뭐야?”
“알고싶냐?”
“그래, 당연하지!”
그러자 최현우는 뭔가 생각하는 듯 일순간 침묵을 지켰다. 잠시 그렇게 있던 그가, 뭔가 결심한 듯 입을 떼었다.
“...... 그래... 좋겠지. 너한테만은 모든 것을 말해주마.”
“응, 말해줘.”
“하지만 지금은 안돼.”
“왜...?”
“만나자. 3일 뒤 저녁 6시. 장소는 대구지하철 동대구역이다.”
“...... 뭐라고?”
“혹시 내가 못 알아 볼지도 모르니까 검은 모자와 빨간 티를 입고 와. 건네줄게 있으니까 큰 가방도 들고오고.”
“뭐? 잠깐... 형!”
툭.
현석이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전화는 끊어져버렸다.
현석의 머리는 멍했다.
...만난다...
형을... 만난다?
현석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고 이후 첫대면.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형을 살려내고, 그런 형을 범인으로 만들어, 이제야 겨우 만난다.
수사의 목적은 이미 머리 밖으로 달아나버렸다.
가슴 속 깊은 곳에 감추어두었던 혈육의 정이 다시 살아나, 어느새 그의 머리 속에는 이제 형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러한 일념 뿐이었다.
그런 그가, 이러한 사실을 대책위에 연락할 리가 없었다.
[다음화]
#14. 대면,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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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연쇄방화사건 -#13. 최현우 VS. 최현석-
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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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0.2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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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둘이 형제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