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정책을 추진하는 삼성그룹엔 노동조합이 있는 계열사가 하나도 없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특히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 금융 계열사엔 대부분 노조가 있고 삼성정밀화학에도 있다.
지난 18일 해외봉사 활동 인원 선발을 위한 추첨 행사를 가진 삼성생명은 해당 행사에 이수창 사장과 회사 노조위원장 등이 함께 참석했다고 외부에 알렸다. 삼성생명에는 조합원 2000여명이 있는 노조가 있고, 임금 교섭과 임직원 복리 증진 협의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생명 노조는 대리 이하의 사원들이 가입 대상이며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상근 직원도 3명이다.
삼성증권 (60,800원
1600 -2.6%)에도 180명(지난해 12월말)의 조합원이 있는 노조가 있다. 특히 삼성증권 노조는 상급단체(민주노총)에도 두 명의로 가입돼 있다. 민노총 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에는 삼성증권 노조와 삼성증권(통합)이라는 두 곳 단체가 있다.
이는 삼성투자신탁증권과 삼성증권의 합병(2000년12월)의 흔적이다. 삼성증권 통합은 구 삼성투신증권 쪽 조합원들로 구성된다.
삼성화재 (190,000원
2500 1.3%) 노조에 대해서는 노동계와 회사 쪽 입장이 좀 갈린다. 노동계에서는 삼성화재 노조가 활동은 하지 않지만 노동부 백서에만 존재하는 휴면 노조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반면 삼성화재에서는 회사 내에 노조는 없고 평사원협의회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화재 쪽은 협의회에서 임금 협상, 복리와 관련된 제도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며 노사협의회도 매년 두 차례 씩 연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금융 계열사는 아니지만
삼성정밀화학 (46,950원
1050 -2.2%)에도 노조가 있고 상급단체(한국노총)에도 가입돼 있다.
이들 계열사는 삼성의 무노조 방침과 달리 노조가 있다는 것 외에도 다른 특징이 있다. 모두 삼성 쪽이 설립한 회사가 아니고 인수한 회사라는 점이 그것이다. 삼성생명은 1957년 설립돼 60년 삼성 계열사로 편입됐고 삼성화재도 58년 구 안국화재가 삼성 쪽으로 인수된 경우다. 삼성증권과 삼성정밀화학도 각각 한일투자금융(국제증권), 한국비료라는 구 사명을 갖고 있다.
무노조 원칙의 삼성이지만 그룹으로 편입되기 이전부터 있던 노조가 있었던 회사들의 경우 다른 방침을 적용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기왕에 있던 노조를 없애는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갈등보다는 존재를 인정한 상태에서 충돌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동계 주변에서는 삼성 쪽 노조의 활동은 다른 회사들처럼 파업을 포함한 두드러진 단체행동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와 노조가 상생(相生)할 수 있는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