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134) -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의 발걸음 난데없는 12‧3 계엄파동으로 어수선한 나날, 갑작스럽게 접한 오랜 지기의 부음이 안타깝다. 누구나 겪는 섭리, 부디 하늘의 위로와 평안을 누리시라. 더불어 혹한의 겨울보다 더 시린 날들을 견뎌내는 민초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불꽃 타오르는 은총 넘치라. 12월 10일,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2024년 노벨상 시상식이 펼쳐졌다. 11명의 수상자 가운데 홍일점은 문학상 수상자인 대한민국의 한강 작가, 행사장을 가득 매운 수천 명의 귀빈 앞에 의연하게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한국시간으로 자정에 시작되는 시상식을 지켜보며 내내 뿌듯한 자긍심과 흡족한 미소가 떠나지 않아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증서 언론이 전한 시상식 소묘, ‘스웨덴 밤 빛낸 한강 노벨의 날로 불리는 10일 오후 4시(현지시간), 한강 작가는 검은 드레스와 구두 차림으로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장기 없는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연미복을 차려입은 10명의 남성 수상자 가운데에서 단연 돋보였다. 엘렌 맛손 노벨 문학상 심사위원이 스웨덴어로 그의 작품 세계를 설명한 후 이름을 불렸다. “친애하는 한강, 스웨덴 한림원을 대표해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제 앞으로 나오셔서 폐하께 상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천천히 중앙으로 걸어 나온 한강 작가는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과 악수한 후 메달과 증서를 전달받았다. 좀처럼 크게 웃지 않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상 증서를 받은 한강 작가. AFP=연합뉴스 수상자와 그 가족, 스웨덴의 왕족과 총리 등 주요 인사, 노벨위원회 및 한림원 관계자, 과학·문학계 주요 인사 등 1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7시에 만찬이 시작됐다. 만찬은 노벨 주간의 가장 큰 행사로, 시상식이 끝난 뒤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에서 열린다. 한강 작가는 스웨덴 마들렌 공주의 남편인 크리스토퍼 오닐의 에스코트로 입장했다. 안드레아스 노를리엔 국회의장,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 등과 중앙 VIP 테이블에 앉았다. 노벨에 경의를 표하는 국왕의 축배사로 만찬이 시작됐다. 오후 10시50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돼 영광이라는 또렷한 한국어가 울려 퍼졌다. 단상에 선 그는 잔잔한 목소리로 여덟 살이었던 어느 날이 떠오른다며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중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쏟아졌고, 스물네 명의 아이가 건물 처마 밑에 모여 몸을 피했다고 회고했다. “그들 각자도 저처럼 이 비를 보고 있었고, 이 습기를 느끼고 있었죠. 수많은 1인칭 시점이 있다는 걸 깨달은 그 순간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글을 쓰며 그 경이로움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문학은 언어라는 실을 따라 다른 이의 깊은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이며 제게 가장 소중하고도 절박한 질문들을 그 실에 의지해 다른 이에게로 보내는 행위입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짧은 세상살이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인간다움을 유지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학을 읽고 쓰는 행위는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본질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이 상의 의미를 나누고 싶습니다.’(중앙일보 2024. 12. 12, 스웨덴 밤 빛낸 한강 '생명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린 ‘노벨 만찬’에 참석한 한강 작가와 크리스토퍼 오닐(왼쪽). 연합뉴스
어제는 1979년 12월 12일 밤에 전두환 일당이 국가권력을 찬탈한 12‧12 반란 45주년, 그날에 즈음하여 접한 인간다움의 본질을 일깬 한강작가의 진솔한 육성이 묵직하고 12‧3 계엄파동을 일으킨 대통령의 수구적인 담화가 혼란스럽다. 우리 모두의 간절한 기다림,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로마서 10장 15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