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은/ 황형철
나의 여름은 개울을 건너는
느린 걸음의 양떼구름쯤으로 기록하고 싶네
투명한 방 칸을 무상으로 얻었으니
말간 얼굴과 손발을 하고
두근두근 어에게 가닿으려 하네
저마다의 가슴속에
나비처럼 꽃밥을 활짝 열어주고선
소설이나 들추면서 딴청 피우려네
밋밋할 수 있는 소묘에
닭의장풀이 피어 푸름을 더하고
오랜만에 찾아온 곤줄박이가
구름 속에서 물을 꺼내 마시면
까만 부리와 선한 눈망울만 담으려네
개울에 머물거나 구름이 품었던
뭇 생명의 숨결과 무늬
개울과 구름의 아득한 사이를 지나간
밤낮의 고요를
세상 가장 명징한 모습으로 새기려네
그런 후에야 내 일과도 끝나는 것이어서
양떼를 몰고 이제 어디로 가느냐
누군가 물어오면
여름내 쓴 미문 몇 장 대신 건네고 싶네
그렇게 또 한 계절이 지날 수 있으면 좋겠네
<시산맥>2019.여름
*황형철 시인
199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 2006년 <시평>등단
시집<<바람의 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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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서 파란 하늘에 유유히 떠 가는 뭉게구름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지닌 시인의 눈매가 아름답다
예전의 어린 날 무더운 여름을 보내던 개울가가 떠오르고 그 개울에서 물장구치던 시절이 어렴프하게 떠오른다.
물 위로 둥둥 떠가는 뭉게 구름과 젖은 몸을 말리던 하얀 덮석바위, 수면을 가르는 물제비 돌멩이가 건너간 몇 번의 파동과 자맥질, 그런 시절은 가난이 무엇인지 몰랐고 비참한게 무엇인지 모르던 시절이다. 그냥 보기만해도 배가 부르던 시절이다. 솜사탕처럼 부풀어오른 꿈을 가질 수 있는 시절은 물질만능에 허덕이는 현실과 다른 오래된 전설이다. -김황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