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교사는 학교에 나와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 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과 함께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일제 토요일에 주로 실시되던 창의적체험활동과 연계, 토요일을 새롭게 설계하는 교사들도 있다. 학생들과 함께 토요봉사활동을 기획한 것이다. 교육기부-사제동행, 창의적체험활동, 주5일수업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로·적성 찾아주며 ‘창체’와 연계=부산 기장중 오은향(51) 생활지도부장에겐 봉사활동 지도의 원칙이 있다. 1학년은 주로 교내에서 봉사활동을 체득하고, 2학년은 다양한 기관에서 외부 봉사활동을 하며 자신의 적성을 찾게 한다. 3학년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가장 좋았던 분야에서 좀 더 심도 있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오 교사는 “이처럼 꾸준하고 체계적인 봉사활동은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오 교사가 실시하는 봉사활동은 대부분 창의적체험활동과 연계돼 있다. 학생들은 ▲일손 돕기 활동(복지시설, 공공시설, 병원, 농․어촌) ▲위문 활동(고아원, 양로원) ▲캠페인 활동(공공질서 확립, 교통안전, 환경보전) ▲자선구호 활동(재해 구호, 불우이웃 돕기) ▲환경정화 활동 ▲지역사회 개발활동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현장을 견학하고 지역사회를 이해하며 체험활동을 하게 된다.
토요프로그램이 스포츠 위주로 이뤄지는 점에 대해 오 교사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칠 것이 아니라 봉사활동 분야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체계적 운영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봉사활동은 학생들의 인성교육면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오 교사는 “토요일 학교에서 실시할 수 있는 양질의 봉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미등교 학생을 위한 자기주도적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하려는 학교와 교사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 기장중 학생들은 지난해 10월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나눔 장터 바자회'에 참여해 봉사활동을 했다
프로그램 직접 준비, 봉사활동=천안서여자중 박은숙(52) 방과후교육부장은 한 달에 한번 씩 학생들과 복지기관을 방문, 교육기부와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학생들은 방문 전에 ‘가면 만들기’, ‘슬리퍼 만들기’, ‘종이 접기’ 등을 준비하고 재료도 미리 마련해 장애인들에게 프로그램을 가르친다. 박 교사는 “처음에는 꺼려했던 아이들도 봉사 과정에서 점차 스스럼없이 손을 잡고 마음을 열게 되더라”며 “교사가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잘 짤 수 있도록 지도하고 조화롭게 이어가도록 도와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교 진학 후에도 계속되는 동아리 활동=부산 금정중 정은경(41) 교사는 지난해 3학년 담임을 맡아 1년 간 학생들과 정기적으로 토요 봉사활동을 다녔다. 이제 학생들은 모두 고등학생이 됐지만 토요 봉사활동은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정 교사는 “학생 9명과 자율적으로 시작했던 봉사활동인데 이제는 동아리 ‘하이파이브’가 됐다”며 “의무 보다는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주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2012 대한민국 교육기부박람회가 3월 16일~18일 3일간 일산 킨텍스 제2전시관에서 열린다. 교육과학기술부·KBS 주최, 한국과학창의재단 주관, 한국교총 등 9개 기관·단체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는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교육기부운동의 범사회적 확산을 위해 교육 기부자와 교육 수혜자가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교육기부 모델을 공유하고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전시관에서는 총 131개 기업·대학·연구기관·단체의 다양한 진로 체험 프로그램과 교사 연수 프로그램이 소개된다. ▲모의 비행 조종 체험프로그램 '나도 파일럿'(대한한공) ▲'쉽게 배울 수 있는 공학교실'(효성그룹)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과학의 창'(아모레퍼시픽) ▲'감성악기 체험 프로그램'(삼익악기) ▲'롯데 그룹사 직무 이해'(롯데그룹) ▲3D게임그래픽 부문 직업군 소개(부천대학교) ▲적성검사체험(계명문화대학) 등 국내 주요 기업·기관이 제공하는 다양한 체험·상담프로그램을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다.
어울림관 교육기부뱅크에서는 교육기부 수요자와 공급자의 상호매칭서비스가 제공된다. 교육기부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며 교육기부를 희망하는 개인·기관은 이곳에서 현장등록을 통해 기부 참여를 신청할 수 있다. 글로벌교육기부관에서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시스코, 인텔, MS 등 글로벌 기관의 다양한 교육기부 콘텐츠를 스마트 환경에서 체험할 수 있다.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부대·학술행사도 마련돼 있다. 매일 낮 12시와 4시에는 교육기부 모범사례 강연과 아이들의 공연이 곁들여진 교육기부 콘서트가 1시간 씩 진행되고, 오후 2시에는 멘토링 전문업체 '지글(Ziggle)'의 청소년 멘토링TV 공연이 펼쳐진다. 16일 오후 2시~5시에는 교육기부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국제 교육기부 컨퍼런스'가 열린다. 이 자리에는 마이클 스티븐슨 시스코 부사장을 비롯한 국내외 저명인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행사기간 중에는 SNS를 활용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페이스북에 교육기부 박람회 포스터, 광고, 홈페이지 사진이나 교육기부 박람회 현장 사진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56명에게 뮤지컬 '점프' 관람권 2매를 증정한다. 자세한 사항은 2012 대한민국 교육기부 박람회 홈페이지(www.교육기부.kr/de2012)에서 확인할 수 있다.
SKT 스마트교실- 로봇 제작 및 유비쿼터스 체험 한국과학창의재단 교육기부 매칭사이트 이달 중 오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합니다. 어른들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어 생소해하며 선뜻 참여하기 어려워하는데 반해 아이들은 직접 만져 보고 해 보려는 욕심을 드러내며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지난달 16일 SKT 타워에서 만난 이설혜 T.um(티움) 운영매니저는 학생들의 높은 호응을 전하며 2일차 체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SKT는 지난달 15~16일 양일간 교육기부사업 ‘찾아가는 스마트 교실’ 시범 교육을 실시했다. 스마트교실은 무선단말기를 통해 개인별 맞춤 체험을 제공하는 SKT의 유비쿼터스 체험관 티움에서 미래의 생활상과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체험하는 과정과 설계도를 보고 로봇을 조립해보고 블루투스 통신을 이용해 로봇을 조정해 경주를 해 보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안현식(대신중 1학년) 학생은 “티미 캐릭터를 통해 미래생활을 체험할 수 있어 즐거웠다”며 “아바타를 만들었던 유-패션관에서의 체험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자녀의 체험을 지켜본 김용주(경기 김포·40)씨도 “안 가르쳐줘도 새로운 기술을 잘 사용하는 아이들한테 적합한 활동인 것 같다”며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블루투스 강연과 로봇 제작 과정은 SK텔레콤 사내 재능나눔 자원봉사자들이 강사로 참여했다. 이날 자원 봉사로 참여한 SKT 종합기술원 기술전략실의 이정호 매니저는 “업무 외에 하는 일이지만 보람 있는 일”이라며 “나로 인해 아이들이 통신에 관심을 갖게 되고, 미래 공학인재의 꿈이 시작될 수도 있지 않냐”고 재능 기부의 보람을 강조했다.
블루투스의 원리에 대한 강연을 듣고 난 학생들은 로봇을 만들고 직접 조종해 보는 활동에 깊이 몰입했다. 박종현(매동초 5학년) 학생은 “내가 직접 로봇 만들 수 있다는 게 너무 뿌듯하다”며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범교육 현장을 살펴 본 한국과학창의재단 교육기부사업팀 편은진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학생들이 쉽게 볼 수 없었던 것들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 교사·학생·학부모들의 반응이 좋다”며 “시범사업 결과들을 평가한 후 주5일제 전면 시행에 따라 늘어난 창의적체험학습 수요에 맞는 기업 교육기부 프로그램들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이달 중 교육기부 매칭사이트를 오픈, 학급·학교별 직접 기부자와 매칭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편 SK텔레콤은 지난해 한국교총과 함께 ‘교육 콘텐츠 개발/활용에 관한 연수’를 진행하고, 스마트러닝 공모전을 벌여 교사들의 스마트기기 활용을 장려한 바 있으며, 장애학생들의 교육기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교과부와 함께 태블릿PC를 활용한 원격화상수업을 돕고 있다. SK텔레콤의 ‘찾아가는 스마트 교실’은 이르면 4월부터 전국 초․중교를 직접 찾아가는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