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BC카드배에서 랭킹1위 이세돌이 중국 당이페이에게 패하는 등 이변이 많아 충격을 줬다 |
금년 들어 BC카드배를 필두로 바이링배와 엘지배와 초상부동산배 등의 국제기전에서 한국기사들이 매우 저조한 성적을 낸 반면에 중국기사들은 90후와 95후 세대 기사들의 약진을 통해 놀라운 성적을 냈다.
이런 현상을 한국에서는 “처참한 결과” “중국발 쓰나미” 또는 “거센 황사바람”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에서는 위빈 감독이 “우연”이라고 말했지만, 이것은 겸손한 표현이고 “바둑계의 워털루 전쟁”이라는 표현이 중국 바둑인들이 내심 동의하는 표현일 것이다.
이처럼 한국바둑이 중국에 밀리게 된 원인에 대해서 필자는 사이버오로의 [오로광장]에 올린 “처참한 바이링배의 예선 결과”라는 글에서 1)한국의 입단 연령이 높아진 것과 2)속기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그 원인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명지대 바둑학과 김진환 교수가 [월간바둑] 5월호에 중국기원이 입단제도의 유연성을 통해서 조기 입단자들을 많이 배출한 것과 공동연구를 도입한 것을 한국이 본받을 만하다고 주장한 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제4회 BC카드배 본선, 20년차이 미위팅에게 패한 이창호, 이창호와 이세돌의 패배는 판팅위,미위팅,탄샤오 등 중국 90후 세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 효과가 있었다. - 이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바둑팬들은 궁금해 했다. 한국기원에서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여성상비군을 조직하여 공동연구와 훈련을 통해 여자기사들의 실력을 향상시킨 바 있기에 그 효과를 익히 알고 있으므로, 이미 공동 연구팀을 만들어서 활동을 개시하였다. 그리고 금년 가을부터 바둑 영재들의 조기 입단자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양재호 사무총장이 발표했다.
그러나 속기와 국제경쟁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많이 논의되지 않는다. 이는 속기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전 스폰서들도 관여해야 하므로 쉽게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 한 원인이다. 또 다른 원인은, 속기의 증가가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명제가 정확하게 증명되지 않은 이유도 있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속기의 증가가 한국바둑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가?”를 엄격하고 정확한 통계적 분석을 통해서 연구하고자 한다. 특히 다음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함으로써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 이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나누어서 설명하고자 한다.
1. 한중 기사들 간의 대국 결과에서 속기와 장고바둑 간에 차이가 있는가? 한국기사들이 속기에 상대적으로 강하고 장고바둑에 상대적으로 약한가?
2. 장고바둑을 잘 두는 기사들이 속기도 잘 두는가? 아니면, 속기를 잘 두는 기사들과 장고바둑을 잘 두는 기사들이 다른가?
3. 속기를 잘 두는 한국 기사들과 장고바둑을 잘 두는 기사들의 두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어느 그룹이 장고바둑인 국제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가? 장고바둑을 잘 두는 한국기사들이 장고바둑인 국제기전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는가?
4. 속기를 잘 두는 기사들과 장고바둑을 잘 두는 기사들이 다르다면, 이들 간의 차이는 무엇인가? 왜 그런 차이를 가지게 되었는가?
5. 국제대회에서 한국기사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속기 기전의 제한시간을 늘여서 장고바둑 기전이 많아지게 하는 것이 필요한가?
▲ 김지석은 박문요에게 패했다. 상위랭커끼리의 싸움이라 이변이라 할 순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제4회 BC카드배에선 한국의 약세였다. 한국 기사들은 속기에 강하다
한중 기사들이 둔 바둑을 속기와 장고바둑으로 나누어서 그 전적을 분석하면 한국기사들이 상대적으로 속기에 강한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그런 비교를 할 수 있게 금년 초에 한국기사들 29명이 베이징에 가서 1월 5, 6, 7일 사흘 동안에 한 기사당 하루에 세 판씩 속기를 둔 적이 있다. 이 교류전의 결과와 장고바둑인 국제기전에서의 한중 기사들 간의 대국결과를 분석하여 비교하기로 하자.
여기서 단순히 승률을 비교하는 것은 참여자들의 실력수준이 다르므로 올바른 답을 얻을 수 없다. 한중 교류전에는 비교적 실력이 높은 한국 강자들과 새내기들이 참여하였고 중국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실력자들이 참여하였다. 한국이 주최하는 오픈 국제기전인 BC카드배나 LG배나 삼성화재배에는 실력이 낮은 한국기사들도 대거 참여하고 중국은 강자들이 비용을 부담하면서 참여한다. 반대로 중국이 주최한 바이링배에는 한국에서 강자들이 참여했다.
이처럼 참여하는 한중 양국 기사들의 실력이 대회마다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단순히 승률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런 문제에는 대국자 간의 점수 차이에 따른 승률 기대치와 실제 승률을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기사가 여러 기사들과 대국하였을 때에 그가 이기리라고 기대하는 승국의 수는 각 상대자에 대한 승률 기대치를 합한 것과 같다. 한 기사가 자신의 승률 기대치가 30%인 상대자와 10판을 두면 3판을 이길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은 승률 기대치 0.3을 열번 합한 값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승률 기대치가 60%인 어느 기사와 10번을 두면 통계적으로 6번을 이길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한 기사가 여러 판의 바둑을 두면 그가 이길 것이라고 기대하는 대국 수는 승률 기대치를 합한 것이다. 한 기사가 아니라, 한 그룹의 기사들이 여러 번의 대국을 가졌을 때에도 그들이 이길 것이라고 기대하는 대국의 수는 그들의 각 대국의 승률 기대치를 전부 합한 것과 같다.
그러므로 한 그룹의 기사들이 기대보다 잘 했는가 못했는가를 판단할 때에는 승률 기대치의 합과 실제로 이긴 대국수를 비교하여야 한다.
이런 비교를 한 결과를 [표1]에 표시했다. 한중 교류전에서 오전에 가진 대국은 45분의 생각시간에 45초 초읽기 세개를 주는 속기였고, 오후의 첫 대국은 30초 초읽기 세개를 주는 초속기였다. 오후의 둘째 대국은 매 수를 30초 안에 두어야 하고, 그것을 초과하였을 때에 60초 초읽기를 하게 되는데 이런 초읽기를 10회 주는 초속기였다.
그러므로 오후의 초속기와 오전의 속기를 따로 분류하여 분석하였다. 그리고 금년에 가진 국제대회는 BC카드배, LG배, 삼성화재배, 초상부동산배와 춘란배를 따로 분석한 다음에 (같은 장고바둑이므로) 이들 결과를 합산하였다.
▲ [표1] 한중 기사들 간의 전적 비교 (승률 %) 먼저 한중 교류전의 초속기 결과를 보면, 3일 동안에 174 대국이 있었는데, 한국기사들의 승률 기대치의 합이 74.2이고 기대 승률은 42.7%이다. 기대 승률이 50%보다 낮은 것은 중국의 10위 이내의 기사들 중에서 저우루이양만 빼고 모두 참석하였고, 특히 중국의 신예 강자들이 다수 참여하여 한국기사들보다 평균 실력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 초속기에서 한국기사들이 실제로 이긴 대국은 85국이어서 예상보다 10.8판을 더 이겼다. 이 숫자는 셋째 열 괄호 안에 표시한 통계적 오차 6.5보다 훨씬 크므로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
결과가 A와 B의 두가지 중의 하나로 나오는 어떤 실험의 통계적 오차를 구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A가 나올 확률에 B가 나올 확률을 곱하고 거기에 실험 회수를 곱한 다음에 그것의 평방근을 구한다.
초속기의 경우 이길 확률이 42.7%, 질 확률이 57.3%, 실험 회수(대국수)가 174이므로 이 세 숫자를 곱한 다음에 평방근을 구하면 6.5가 나온다. 물론 매 대국이 같은 승률 기대치를 가지지 않지만, 평균적으로 보아서 계산한 것이다. 다른 경우에도 같은 방법으로 통계적 오차를 계산했다.
한중 교류전의 속기에서는 한국기사들이 승률 기대치의 합인 38.1보다 3.1이 적은 35국을 이겼지만, 이 차이는 통계적 오차 4.6보다 작으므로 기대한 만큼 이겼다고 볼 수 있다.
장고바둑인 국제기전에서 한중 기사들 간에 총 321국이 있었는데, 승률 기대치의 합은 132.6이고 실제로 이긴 대국의 수는 113으로 예상보다 19.6판을 덜 이겼다. 이 차이는 통계적 오차인 8.8보다 훨씬 크므로 예상보다 훨씬 덜 이긴 셈이다.
[표1]의 결과를 종합하면, 초속기에서는 한국기사들이 예상보다 훨씬 잘했고, 45분짜리 속기에서는 예상만큼 이겼고, 장고바둑인 국제기전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못했다.
패자가 탈락하는 토너먼트에서는 위의 라운드에서 지는 것이 아래 라운드에서 지는 것보다 효과가 더 심각하다. 예를 들어서, 64명이 겨루는 아래 라운드에서 참여자의 반보다 16명이 더 많은 48명이 지면, 승률이 25%이다. 그런데 8명이 겨루는 위의 라운드에서 참여자의 반보다 2명만 더 많은 6명이 져도 승률이 25%이다. 그러므로 위 라운드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많은 고점자들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랭킹 점수가 9400이 넘는 고점자들의 전적을 [표2]에서 분석했다.
[표1]과 [표2]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비슷한 결과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주목할 점을 몇개 발견한다.
첫째, 초속기전에서 고점자들이 19승 5패로 훨씬 더 잘했다. 한국 10위 이내의 기사들의 전적만 살펴보면, 박정환, 강동윤, 조한승이 각각 7승 2패, 6승 3패, 6승 3패로 종합해서 19승 8패의 우수한 전적을 거두었다. 중국은 10위 이내의 기사 중에서 8위인 저우루이양만 빼고 9명이 참여해서 17승 20패를 거두었다. 만약 국제 기전에서 이런 성적을 거두었다면 대서특필되었을 것이다.
둘째, 바이링배에서 전체 참가자의 성적은 예상보다 못했지만, 오차 한계 안에 있었다. 그러나 9400점 이상의 고점자들이 바이링배에서 예상보다 오차범위를 넘어서서 많이 졌다. 즉, 바이링배에서 아주 나쁜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주로 고점자들의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 LG배에서도 고점자들의 성적이 매우 나빴다.
넷째, 춘란배에서만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었는데, 워낙 대국수가 적어서 오차범위 안에 있다.
▲ [표2] 9400점 이상의 한국기사들의 전적 분석 (승률 %) 위에서 수행한 것과 같이 2011년도의 국제기전의 결과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표3]에 전체 국제기전의 분석 결과를 보여준다.
이것을 살펴보면, LG배와 삼성화재배에서 예상보다 약간 잘했는데,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비씨카드배서는 예상보다 훨씬 못했는데, 이세돌이 결승에서 구리를 3:2로 물리치고 타이틀을 따서 잘했다고 여겼다.
그리고 국제기전 전체를 종합하면 예상보다 약간 부진했어도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 [표3] 2011년 국제기전 전적 분석 (승률 %) 같은 방법으로 9400점 이상의 한국기사들의 국제기전 전적을 분석한 결과를 [표4]에 실었다. 전체적으로 예상 승률과 실제 승률의 차이가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 [표4] 9400점 이상의 기사들의 2011년 국제기전 전적 분석 (승률 %) [표1, 2, 3, 4]에서 2011년의 국제기전 전체를 분석하였는데, 2011년과 2012년의 국제 경쟁력을 비교하기 위해서 같은 기전끼리 비교할 필요가 있다. 춘란배는 2년에 한번씩 개최되고, 삼성화재배는 2012년에 아직 시작하지 않았고, 바이링배는 금년에 처음 시작되었고, 후지쯔배는 종결되었고, 초상부동산배는 대국수가 많지 않다.
이런 이유로 이 기전들을 제외하고 남는 기전은 BC카드배와 LG배인데, 지금까지 LG배의 예선 결승까지만 진행되었으므로 2011년과 2012년의 BC카드배 전 대국과 LG배 예선 대국 결과만 [표5]에서 비교한다.
▲ 2011년과 2012년의 한중 경쟁력 비교 (승률 %) 이 표에서 보면 작년에 BC카드배에서 한중 대결의 승률이 36%인데 금년에는 27.4%로 떨어졌고, LG배 예선 승률이 작년에 32.9%였는데 19.6%로 떨어졌다. 실제 승률뿐 아니라 예상 승률도 BC카드배에서 36.0%에서 30.6%로, LG배에서 30.2%에서 26.2%로 떨어졌다. 예상 승률이 줄었다는 것은 중국 출전선수들의 실력이 상대적으로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력이 는 90후 세대 기사들이 금년에 대폭 출전한 때문이다.
종합과 결론
첫째, 한국과 중국 선수들의 세계 랭킹 점수의 차에 의한 승률 기대치의 합이 승률이 얼마일지에 대한 좋은 지표이다.
둘째, 한국기사들은 초속기에서 기대한 것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내었고, 속기에서는 기대한 것만큼 잘 두었고, 장고바둑에서는 기대보다 못했다. (표1 참조) 한국기사들은 초속기에서 중국기사들보다 강한 면을 보였고, 특히 고점자들은 더욱 그렇다. 반면에 장고바둑에서는 같은 점수를 가진 기사들끼리 비교했을 때 중국기사들에 비해 더 약한 면모를 보였다.
셋째, 작년에 비해서 금년에 중국선수들의 실력이 늘어서 한국기사들의 예상 승률이 작년에 비해 떨어졌다.
넷째, 작년에는 한국기사들이 국제기전에서 대국자 간의 점수 차이에 의한 예상 승률만큼 잘했는데, 금년에는 예상 승률이 떨어졌을 뿐 아니라 그 떨어진 예상 승률만큼도 못했다. 특히 고점자들은 금년에 예상 승률보다 훨씬 낮은 승률을 기록했다. (표2 참조)
다섯째, 작년에 한국기사들이 LG배 예선에서 예상보다 못했는데, LG배 본선에서는 예상보다 잘했다. (표3, 5 참조)
왜 한국기사들이 금년에는 작년에 비해 국제기전에서 크게 밀렸을까? 그것은 중국의 젊은 기사들, 특히 95년 이후 출생 기사들이 대거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른 나이에 입단하여 실력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 그 중에서 몇은 이미 고수 대열에 끼었으며 이들이 금년에 국제기전에 대거 참여하였다.
랭킹 점수를 따져 비교해 보아도 한국선수들이 랭킹 점수만큼 잘하지 못한 이유는‘실력이 빨리 느는 기사들의 랭킹 점수가 실력보다 낮게 매겨지기 때문’이다.
어림잡아서 과거 1년 동안의 전적에 의해서 랭킹을 매긴다고 하면, 실력의 변화가 없는 기사들의 랭킹 점수는 그들의 평균 실력을 반영한다. 그러나 실력이 빨리 늘고 있는 기사들의 경우에 과거 1년 동안의 전적에 의한 랭킹 점수는 대략 6개월 전의 실력을 반영하게 되는데, 그 6개월 사이에 그들의 실력이 더 늘었기 때문에 랭킹 점수가 현재의 실제 실력보다 낮게 매겨진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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