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의 새장
- 한선향
내 얼굴은 네모로 만들어진 종이
그간의 삶 명료하게 요약했으나
내 영혼과 심성은 새장에 갇힌 새
어느 날
어느 누구의 기억 속에서
더듬이를 세우고 있는 그를
겸손하게, 때론 거만하게 두드릴 여러 겹의 내 얼굴
때론 구겨진 내 얼굴 내밀기 부끄러워
푸석하고 텅 빈 사각의 공간이
손등처럼 퍼런 힘줄로 불거지기도 한다
내 기억의 창고 속에서도
사각의 새장에 갇힌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 들어 있다
―시집『비만한 도시』(작가콜로퀴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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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고유한 윤곽이 살아있어서 얼굴을 기억하게 된다는 말을 생각합니다
내 얼굴이 사각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억은 분명 네모입니다
네모 안에 사진으로 남아있는 기억을 생각합니다
새장이란 이미지는 갇혀있다는 뜻이고,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음을 의미합니다
기억들도 그럴 것이고...
영혼과 심성은 자유롭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는 게 인생이라고 시인은 노래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러 오늘 우리는 문학기행을 떠납니다
푸석하고 텅빈 사각의 공간에 무엇을 채우고 돌아올지는 모릅니다만...
갇혀있던 기억 몇 개는 자유의 날개를 달아 놓아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