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XR3_7Whyavs?si=ZJJz1ttFppnOpvfQ
서당 머슴으로 삼 년.
마당을 쓸고, 물을 긷고, 장작을 패는 것이 전부였던 사내가 있었습니다.
도령들이 글을 읽는 소리가 담장 너머로 흘러나올 때마다, 복돌이는 손에 쥔 빗자루를 더욱 꽉 쥐었지요.
머슴의 자식이 감히 글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매를 맞던 시절이었습니다.
붓은커녕 먹 냄새조차 맡을 자격이 없다고 손가락질받던 그런 시절이었지요.
허나 복돌이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도령들이 잠든 깊은 밤, 타다 남은 아궁이 불씨 앞에서 나뭇가지 하나로 흙바닥에 글자를 새겼습니다.
손가락이 얼어붙는 겨울 밤에도, 찬물을 뒤집어쓰는 수모를 당하는 날에도 멈추지 않았지요.
그런 복돌이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있었습니다.
훈장의 외동딸 정 낭자였지요.
말 없이 건네진 책 한 권, 툇마루 위에 놓인 쪽지 한 장. 두 사람 사이에는 말 없는 약속이 생겼습니다.
허나 세상은 복돌이를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한 대감의 압력이 들어왔습니다.
고을 사또까지 나서서 복돌이의 과거 응시를 막으려 하였지요.
머슴 따위가 장원이 된다면 조정의 체통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복돌이는 과거장 문을 넘었습니다.
낡은 베옷 하나에 훈장이 써 준 편지 한 장을 품속 깊이 넣고 말이지요.
비단 도포를 걸친 도령들 틈에서 복돌이의 붓이 흰 종이 위를 달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방문 맨 윗줄에 복돌이의 이름 석 자가 새겨졌습니다.
장원급제. 임금이 직접 나서고, 한 대감이 무너지고,
삼 년의 시간이 빛을 발하던 그 순간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