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표시 마을버스 골라 타고, 적색 신호등 남은시간 '숫자'로 확인해요
서울시 대중교통 이용이 한결 편리해졌다. 일반버스에만 있던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가 이제 마을버스에도 적용된다. 또한 횡단보도의 녹색 신호뿐만 아니라 적색 신호에서도 잔여시간 표시가 설치되고 있다.
① 마을버스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
마을버스는 일반버스보다 규모는 작지만, 골목이나 아파트 앞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들었을 때 종종 이용하곤 한다.
하지만 가파른 장소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무거운 장바구니를 손에 든 채 많은 승객들 사이에서 서서 가는 건 쉽지 않다. 지금까지는 마을버스의 혼잡도를 미리 알 수가 없어서, 사람이 많지 않은 시간을 알아두거나 운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마을버스는 실핏줄처럼 지역 곳곳을 연결해 시민들의 발이 되어 준다. ⓒ김윤경
서울시는 12월 26일부터 ‘마을버스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버스 정보 단말기(BIT)에 실시간 제공되는 차내 혼잡도 정보가 마을버스까지 확대된 것이다. 서울시는 2017년부터 국내 최초로 버스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 사례는 코로나19 동안 해외에서도 선진 사례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렇지만 마을버스는 그렇지 못해 아쉬웠던 차였다.
“마을버스 이용자 중엔 가까운 동네를 다니는 분들이 많잖아요. 하차할 때 교통카드를 태그하지 않거나 현금 승차가 많아 데이터 분석이 좀 어려웠어요.” 서울시 도시교통실 담당자가 말했다. 그렇지만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노선별 이용 실태 및 운행 데이터를 통해 신뢰도를 보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이에 서비스 가능한 노선 20개와 23년 정류소 188개소에 설치된 버스 정보 단말기(BIT)를 통해 17개 노선에서 시범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마을버스 혼잡도 서비스 제공 정보는 일반버스와 동일하게 '여유', '보통', '혼잡' 3단계로 구분해요. 단말기에 접촉한 교통카드 승하차 정보로 탑승자를 산출하고 차량 기종에 맞게 좌석수를 고려해 표기하죠.” 담당자의 이야기에 혼잡도 산출 방법도 알 수 있었다. 단, 현금 승차와 교통카드 하차 미태그, 부정승차 등으로 인한 오차는 있을 수 있다.
혼잡도 시범운영 중인 마포08 마을버스 ⓒ김윤경
“혼잡도 서비스를 시행하면 승객들이 분산해서 탑승할 수 있잖아요. 또 승·하차 시간이 단축돼 버스 정시 운행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버스 정보 단말기 신규 설치를 늘릴 계획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일반버스의 버스 정보 단말기 보급률이 88% 정도인 데 비해 마을버스 버스 정보 단말기 보급률은 아직 36.7%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이전에는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조합에서 설치 및 운영과 관리를 했던 것과 달리 이젠 시와 자치구가 함께 사업을 진행하게 돼 좀 더 체계적인 유지 관리를 기대하고 있다.
시내버스와 동일한 규격의 버스 정보 단말기를 설치하면 집회 등 실시간 정보를 알려줄 수 있어 시민들에게 더욱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 “지금은 집회나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마냥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에게 어떤 정보도 줄 수 없었잖아요. 하지만 이젠 마을버스 버스 정보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줄 수 있어요.”
이제 마을버스 버스 정보 단말기를 통해 마을버스의 혼잡도도 알 수 있게 되었다. ⓒ김윤경
실제로 마을버스 정류소를 찾았다. 마포구에선 마포08 마을버스가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있었다. 마포농수산물시장, 월드컵역으로 가봤다. 이곳은 BIT가 있고 마침 마포08 마을버스도 정차하는 곳이었다.
'마을버스 08이 잠시 후에 도착한다'는 안내가 보인다. 더욱이 그 뒤에는 '여유'라고 차내 혼잡도를 알려주는, 기분 좋은 단어가 눈에 띄었다. 일단 안심이 되었다. 앞으로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편하게 마을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으로도 혼잡도를 찾아볼 수 있다. ⓒ내비게이션 앱 화면
“마을버스는 사람이 얼마나 타고 있을지 모르지. 나야 자주 타니까 사람 없는 시간을 알거든. 그런데 가끔 많으면 힘들어.”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어르신이 말씀했다. 장바구니에는 물건이 들어 있었다. 어르신은 마을버스가 집 가까이까지 가기 때문에 농수산물 시장에서 장을 보면 꼭 마을버스를 이용한다고 했다. 어르신에게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를 이야기해 주며 노선판을 가리키자 몰랐었다며 반가워 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서울대중교통과 서울교통정보센터, 네이버나 카카오 내비게이션 등으로도 혼잡도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17개 노선 외에는 아직 서비스가 완전히 도입되진 않았다. 서비스가 도입된 마을버스 정류장 여부는 120 다산콜센터 등에 문의해 보자.
또 다른 마을버스는 아직 혼잡도 안내 서비스가 실시되지 않고 있다. ⓒ김윤경
②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
집 근처 버스 정류소에 가려면 작은 건널목을 건너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빨간 불인 건지, 멀리서 건너편에 타야 할 버스가 보이면 더 마음이 급해진다.
그런 참에 우연히 본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이 시선을 끌었다. 이 신호등 덕분에 건너편 버스를 탈 수 있을지, 그냥 보내야 할지 쉽게 예상이 된다. 녹색은 물론 적색 신호등의 잔여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 주기 때문이다.
시청 근처에 설치된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 ⓒ김윤경
서울시는 안전한 교통 환경 조성과 보행 편의를 위해 서울시청 주변과 광화문 월대 앞 등 5개소에 12월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을 설치했다. ☞ [관련 기사] 빨간불 '남은 시간' 알려주는 신호등 편리하네! 내년 설치 확대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은 기존 녹색 신호의 횡단 잔여시간은 물론 적색 신호의 대기 잔여시간까지도 알려 준다. 최근 분석 결과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신호등을 기다리는 답답함 해소 및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예방하는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단, 혹시 급히 길을 건너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적색 신호 종료 6초 이하가 되면 시간이 표시되지 않는다.
적색 신호 잔여시간이 숫자로 표시 중이다. 생각보다 무척 편리한 걸 알 수 있었다. ⓒ김윤경
서울시청으로 나가 보았다. 덕수궁에서 서울광장으로 건너는 횡단보도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자 99라는 숫자부터 하나씩 줄어 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더 침착하게 숫자를 기다리며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이 빨리 집 앞에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시는 모니터링을 거친 후 2024년 서울 전역으로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은 현재 5군데에 설치되어 있다. ⓒ김윤경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에게 버스나 지하철은 도시를 누비는 발이다. 추운 겨울 혼잡한 지 모르고 마냥 버스를 기다리는 건 더 길고, 더 춥게만 느껴진다. 그런 가운데 시민들의 편의를 돕는 소식들이 들려와 반갑다. 특히 노약자에게 좀 더 편리한 서비스들이 생겨 한결 마음이 놓인다.
모쪼록 대중교통이 더욱 편리하고 가깝게 서울시민에게 자리할 수 있도록 ‘마을버스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 및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이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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