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늙은호박과 수육보쌈
2023년 11월 5일 일요일
음력 癸卯年 구월 스무이튿날
빠른 세월의 흐름,
덧없이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
그 흐름 속에 덩달아 흘러가는 일상이다.
흔히들 우리네 삶은 잠시 소풍을 나온 것이라
했다. 각자의 소풍을 어떻게 보람으로 채우고
어떤 모습으로 즐겁게 그려나가느냐가 중요한
것이겠지 싶다. 그 누구도 붙잡을 수 없는 세월,
이 시간을 보다 더 알차게 엮어 이 세상 다하는
그날 후회없이 살았노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제 겨울채비도 마쳐 딱히 이렇다할 일이 없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일상이 조금은 여유가 생겨
자꾸만 잡생각이 일어나고 머리를 어지럽힌다.
그래서 사람은 쉼없이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몸고생, 마음고생을 하면서까지
일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 촌부의
평소 생각이고 다짐이라서 무슨일을 하든지 늘
즐기며 하려고 노력을 해왔다. 그게 그리 쉬운게
아니지만... 이제 뭘로 즐기며 일상을 엮어볼까?
날씨가 우중충하여 그런지 마음도 자꾸 가라앉는
느낌이다. 오늘도 비소식이 있어 잔뜩 흐림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기온은 어제 아침과 같은 영상
11도, 오후에 시작되는 비는 내일까지 이어지고
모레부터는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추위가 온다고
한다. 정말이지 이제 좋은 시절은 다 갔구나 싶다.
어제는 몇 가지 아내의 일손을 돕는 것 외는 별로
한 일이 없다. 굳이 아내의 일이라고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요즘 세상에 집안일이 어디 남녀 구별이
있겠는가? 일이 많은 하절기엔 자주 함께 못하고
집안일은 아내가 혼자서 했다. 느닷없이 아내가
대청소를 하겠다고 하여 물걸레질을 맡아서 했다.
그 전 아래윗층 침실 침구를 모두 벗겨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있었다. 아내가 다른 일을 하는 사이
세탁기가 다 돌아갔다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기척이 없어서 이불빨래를 꺼내 대충대충 널었다.
어째 그런 것까지 널 생각을 다했느냐며 칭찬을
했던 아내가 나중에 다시 수정해 널긴 했지만...
아내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이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으나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문득 늙은호박이
생각났다. 꽤 많이 수확한 늙은호박, 여기저기 다
퍼돌리고 겨우 두 덩어리가 남았다. 그 중에 나은
것은 둘째네 갖다주고 남은 것은 애호박이 익어
기다랗게 된 것 달랑 하나, 이것을 어떻게 사용을
할까 망설이다가 일단 쪼개놓고 속을 파내 씨앗을
분리하기로 했다. 현관에서 늙은호박을 손질하고
있는데 아내가 나와 괜찮은 것 같으니 잘 손질해
놓으면 늙은호박말랭이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솔직히 그동안 늙은호박은 손질하기가 귀찮아서
모두 나눔으로 해결했다. 이번에 처음 늙은호박을
손질해본 것인데 의외로 쉬웠다. 그 옛날 어머님
살아생전에 잘익은 늙은호박을 갖다드리면 너무
잘 길렀다시며 손질하고 말려 호박고지시루떡을
해다주시곤 했다. 그런데 아내는 말랭이를 만들어
보겠다며 적당한 크기로 썰어 리큅에 말려놓았다.
달달한 것이 겨울철 주전부리로는 안성맞춤이다.
내년부터는 늙은호박을 이용한 먹거리를 만드는
것도 한번쯤 생각을 해봐야겠다.
저녁에는 처제가 수육을 삶아 보쌈을 준비했다고
함께 먹자고 했다. 올해 김장은 나름의 방법으로
특별하게 담갔다고 하여 자부심이 대단하다. 정말
맛있긴 하다. 처제의 맛깔스런 김칫소와 김장 김치
그리고 우리가 기른 배추잎으로 수육을 싸먹는데
맛이 일품이다. 다른 반찬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전혀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넷이서 감탄을
하며 너무 맛있게 먹었다. 물론 수육보쌈에 소주가
빠지면 섭섭하여 절대로 안되는 법, 하지만 음주는
제한량 이상은 절대 안된다는 아내의 엄명에 너무
맛있고 안성맞춤의 좋은 안주에 겨우 반병을 마시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만 했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수육이 맛나 보여서
저도 오늘 한번 만들어 보고 샆네요
아주 잘 삶은
수육 맛이 좋더군요.ㅎㅎ
비가 내리지만
좋은 날 되세요.^^
크하~~~~쇠주 한 잔에
그렇지요!
수육보쌈에 쇠주는 기본이죠.ㅎㅎ
아삭한 배추에
한쌈~
아삭한 배추잎에
수육 한 점 올리고
김칫소 듬뿍넣고
쇠주 한 잔 들이키고
한 볼테기하면 쥑입니다요.ㅎㅎ
냠냠~
침 꼴깍~^^
죄송합니다.
맛있게 먹어서...ㅎㅎ
쫀득쫀득 호박
말랭이가 정말
맛있겠어요.
비타민도 많고
영양 간식으로 참
좋겠네요.
집에있는 늙은 호박
2개를 어찌할까
생각중 입니다. ㅎㅎ
아주 맛이 기가 막힙니다.
냉장고에 넣어놓았지요.
겨울날 주전부리로 그만입니다.
호박의 변신은 무한대이죠.
솔직히 저는 호박고지시루떡을
엄청 좋아하지만 이걸로 만족하기로...
흔히들 실내인테리어 소품으로
늙은호박을 놔두더군요.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과감하게 칼로 잡으세요.
딱딱하니까 조심하시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