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넘던 은마 충당금 반토막 정의선 집 앞 시위에 쓰였나요.
중앙일보, 한은화 기자, 2022. 12. 7.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정부 합동점검반이 12월 7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실태에 대한 행정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2003년 추진위 설립 이후 첫 조사이며 16일까지 진행된다. 추진위가 GTX 반대 집회·시위를 하면서 장기수선충당금과 같은 공금을 사용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위법사항이 발견될 경우 수사 의뢰도 가능한 만큼 재건축 사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추진위는 지난달 12일부터 GTX-C 노선이 단지 아래를 지나지 않게 우회하라고 주장하며 한남동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자택 앞에서 한 달 가까이 시위를 펼쳤다. 주거지역에서의 과도한 시위에 인근 주민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불만이 컸다. 경기 양주와 수원을 연결하는 GTX-C 노선은 삼성역∼양재역 구간에서 은마아파트 지하를 약 60m 관통한다. 현대건설이 이 프로젝트 공사 우선협상대상자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번 조사의 쟁점은 추진위가 버스 대절이나 참가비 지급 등 시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주택 회계로 관리되는 장기수선충당금을사용했는지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 공동주택통합정보마당 등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0억원 이상이던 은마아파트의 장기수선충당금 잔고는 올해 9월 기준 65억원, 10월 말에는 56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은마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 주체에 장기수선계획을 부적절하게 수립했다는 이유로 4건의 과태료가 부과되기도 했다.
합동조사반은 조사 결과에 따라 위법사항이 적발되면 관계 법령에 따라 수사 의뢰·시정 명령·환수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장기수선충당금을 법정용도 외로 사용했을 경우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 등의 혐의로 관련자에 대한 처벌도 고려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GTX-C 노선 관련 은마아파트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열린 간담회에서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한 국가사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확산시키며 방해하고 선동하는 행동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행정조사권을 비롯해 국토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또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이 시아버지 소유의 은마아파트 한 채의 1만분의 1 지분만 갖고 4조원 규모의 국책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국토부는 유경준 국민의 힘 의원이 지난 5월 대표 발의한 한 가구의 일정 비율(최소 50%) 지분을 소유해야만 추진위와 조합 임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발의된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입법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