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부터 직장인까지, 낮 시간 호텔 이용객 급증
객실료는 싸게, 부대시설 매출은 올리는 '효자 상품'
과거 '은밀한 만남'의 장소로 여겨지던 호텔 '대실'이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공항에서 발이 묶인 여행객, 도심 속 휴식을 원하는 직장인, 사적인 공간이 필요한 젊은 부부 등 새로운 수요가 몰리면서, 호텔업계의 틈새시장을 넘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데이유즈(Dayuse)'와 같은 예약 전문 앱이 있다. 이 앱들은 호텔과 제휴를 맺고 숙박보다 저렴한 가격에 반나절 혹은 몇 시간 동안 객실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거 길가의 모텔에서 시간 단위로 방을 빌려주던 것과는 달리, 이제는 도심의 고급 호텔들이 적극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불과 15~20년 전만 해도 시간제 대실은 일종의 금기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여행과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다세대 가구가 늘어나는 등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호텔의 전통적인 용도에 대한 인식도 극적으로 바뀌었다. 이제 호텔은 잠만 자는 공간을 넘어, 업무, 휴식, 여가, 사생활 보호 등 다목적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항공편 지연으로 토론토 국제공항에 발이 묶였던 위니펙의 한 여행객은 이 서비스를 통해 공항 근처 호텔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는 "혼잡한 공항 의자에 앉아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며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예약 플랫폼 '데이유즈'의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이용객의 40%가 이런 환승 여행객이다. 또 다른 40%는 수영장이나 스파를 즐기며 '반나절 호캉스'를 보내려는 레저 목적의 이용객이며, 나머지는 조용한 공간에서 업무를 보거나 면접을 준비하는 비즈니스 고객이다.
호텔업계가 이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낮 시간 이용객은 숙박료 자체는 적게 내지만, 호텔에 머무는 동안 식음료나 스파 등 부대 시설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객실 가동률을 높이는 동시에 추가 매출까지 기대할 수 있는 '효자 상품'인 셈이다. 토론토의 한 호텔은 전체 350개 객실 중 매일 15~20개가 꾸준히 낮 시간 이용으로 예약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호텔의 공간 활용법이 진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호텔 '대실'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 호텔업계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