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경쟁률 최고 3.9대 1. 평균 2대 1. 9가구는 1순위서 미달. GS건설이 1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11일 1순위 접수를 받은 반포자이 아파트의 청약 성적표다.
반포주공3단지를 재건축 한 반포자이는 3410가구의 대단지로 조합원 몫을 제외한 82㎡ 374가구, 116㎡ 169가구, 297㎡ 23가구가 일반에 분양됐다.
일반분양한 3개 주택형 가운데 가장 큰 297㎡를 제외한 2개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는데 업계는 이 같은 청약결과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다. 강남권에서 오랜만에 나온 초대형 단지인데 수백대 1은 못 되더라도 최소 수십대 1은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턱없이 높지도 않았다. 이 아파트 조합원 시세는 3.3㎡당 평균 3500만원 선인데 반해 분양가는 3.3㎡당 평균 3200만원 수준이었다.
강북권 재개발 단지의 10분의 1도 안되는 경쟁률
지난해 강북권에서 나온 재개발 단지들은 보통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지난달 14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종암동에서 분양한 재개발 단지인 종암3차는 1순위에서 최고 20대 1의 경쟁률(108㎡)을 기록했다.
재건축 아파트의 후분양제 도입으로 한동안 공급이 끊기기는 했지만 예전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주변 시세보다 높은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1순위 경쟁률이 수백대 1에 달할 정도였다.
과거 ‘청약통장 블랙홀’이었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 청약 경쟁률에 비하면 이번 반포자이 청약률은 체면을 구겨도 이만저만 구긴 게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청약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반포자이는 후분양이어서 오는 12월까지 중도•잔금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 계약금 10%에 중도금 20%, 잔금 70%다. 그러다보니 사실상 현금을 갖고 있지 않은 청약자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반포자이와 마찬가지로 후분양된 은평뉴타운 1지구도 자금 계획을 철저히 세우지 않고 청약했던 당첨자들의 계약 포기 물량이 속출했다. 반포자이는 더구나 가장 싼 집도 7억원 이상인데, 현금을 이 정도 보유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공정률 80% 선에서 후분양된 반포 자이.
“대출 적은 데다 기존 집 안 팔리면 어떡하나”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강북권 재개발 단지는 그래도 중도금 40%라도 대출로 돌릴 수 있지만 반포자이나 7월 분양 예정인 반포래미안은 당장 10억원대의 큰 돈을 움켜쥐고 있지 않으면 청약할 수 없는 단지”라고 말했다.
정부 규제로 대출도 안 되고 부동산시장이 침체하면서 기존 집도 팔리지 않아 자금 마련은 더욱 어렵다. 반포자이 이성주 분양소장은 “미계약되면 계약하겠다며 연락처를 놓고 간 분들이 100여 명쯤 된다”며 “그 가운데는 살던 집을 팔고 오겠다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 그런 분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살던 집이 나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동 경원공인 관계자도 “반포자이나 반포래미안에 청약하고 싶다는 수요자가 적지 않는데 문제는 자금 마련”이라며 “재건축 추진 단지든 일반 단지든 매수세가 끊긴지 오래여서 팔려고 내놔도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때문에 강남권 단지의 청약과열을 우려하던 이전과 달리 반포자이는 오히려 계약률 저조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중소형은 그래도 초기에 70~80% 정도의 계약률을 보일 것으로 보이지만 대형은 그렇게까지 계약률이 높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7월 인근에서 반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반포래미안(2444가구 중 일반분양 426가구) 분양을 준비 중인 삼성건설도 맘이 편치 않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반포자이 청약률이 예상 외로 낮은 것은 후분양과 시장 침체 영향이 커 보인다”며 “중도금 대출이나 중도•잔금 납부 시기 등을 조절해 수요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8.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