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귀가(騎牛歸家) - 소의 등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 번뇌와 욕망을 이기고 본성을 찾다.
[말탈 기(馬/8) 소 우(牛/0) 돌아갈 귀(止/14) 집 가(宀/7)]
가축으로 사람과 가장 오래 동행한 소는 근면과 신뢰의 상징이다. 이전에는 牛骨塔(우골탑)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 재산이어서 ‘소는 농가의 조상’이란 말까지 들었다.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은 느려도 끝까지 책임 완수, ‘소더러 한 말은 안 나도 처더러 한 말은 난다’는 입이 무거워 믿음을 준다는 속담이다. 春園(춘원) 李光洙(이광수)는 소에 관해 멋진 말을 남겼다. 소는 순하다고, 어리석다고 말하지만 참을성이 많아서이고 지혜를 쓸 데가 없기 때문이라 했다. 그래서 ‘소는 동물 중에 인도주의자고, 부처요 성자’라고 우러르기도 한다.
소에 관한 그림 중에 화가 이중섭의 명화가 먼저 떠오른다. 더 유명한 것이 사찰 벽화로 흔히 볼 수 있는 尋牛圖(심우도)다. 불교 禪宗(선종)의 입문 때 인간의 본성 회복하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 찾기에 비유했다는 禪畵(선화)다. 불교신문의 풀이가 재미있다.
언어와 어떤 이론에 의존하지 않으면서(不立文字/ 불립문자), 부처님이 가르친 언어 밖의 의미를 되새겨(敎外別傳/ 교외별전), 사람 마음의 실상을 찾아(直指人心/ 직지인심), 바로 부처가 되는 것(見性成佛/ 견성성불)을 이상과 원리로 삼는 그림이란다. 깨달음을 얻기까지 열 단계로 나눠져 十牛圖(십우도)라고도 하는데 소의 등을 타고(騎牛) 집으로 돌아온다(歸家)는 이 그림은 여섯 번째다.
본성인 소를 찾기 위해 나서는 尋牛(심우)부터 소의 발자국을 따라 소를 찾은 뒤 야성을 길들인다. 그런 연후에 소를 타고 마음의 본향인 자기 자신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南朝(남조)의 승려 普明(보명)과 宋(송)의 廓庵(곽암) 등이 그린 이 단계의 그림은 동자가 겨우 소를 찾아 등에 올라탄 뒤 피리를 불며 깨달음의 세계인 집으로 돌아온다.
번뇌와 망상, 욕망을 초탈한 경지라 소도 동자도 무심하다. 곽암의 十牛圖頌(십우도송)에는 이렇게 표현한다. ‘한 박자 한 곡조 무한한 뜻 담겼으니(一拍一歌無限意/ 일박일가무한의), 의미를 아는 이 굳이 설명이 필요하랴(知音何必鼓脣牙/ 지음하필고순아).’
불자들에 친숙한 소에게서 이렇게 깨달음을 찾는 심오함은 속세의 중생들이 알 수가 없다. 단지 소와 함께 따라다니는 부지런함과 믿음을 받아들이면 훌륭하다. 소가 우둔하다고 對牛彈琴(대우탄금)이라 욕하지 말자. 이는 턱없이 시끄러운 거문고 소리라 못들은 척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평생을 배우는 자세라면 소의 뿔에다 책을 걸고 읽은 牛角掛書(우각괘서)의 교훈을 받아들이면 좋겠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