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의 노래, '가을비 우산 속에'를 흥얼거리며 우산을 쓰고 묵호 시내를 돌아다녔다.
비가 와서 운동 대신에 산책을 택했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생각을 했다.
좀처럼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가려고 하지만, 오늘은 왠지 생각을 하고 싶어졌다.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던가!
가능하면 죽은 아내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짜라투스트라, 묵호 어판장의 영숙이, 내가 20대 시절 술 먹고 걷던 강릉 남대천의 강뚝길, 시게노부 후사꼬, 이시무레 미꼬, 오사마 빈 라덴, 김소월, 박경리, 대원군, 연암 박지원, 심한 시집살이를 했던 허난설헌, 친정에서 유유자적 포도송이를 그러던 심사임당, 그의 아들 율곡 이이, 500년전의 잉카황제 아타우알파, 아타우 알파를 사기처서 죽였던 스페인의 피사로, 나를 닮았던 제임스 딘, 작은 연못가에서 책을 읽던 동경대 야스다 강당과 적군파 아이들......어머니, 아버지, 옥계 낙풍리에서의 할머니, 금진항의 대게, 그리고 그위의 온천을 개발했던 강고 선배 김정익, 새 소설집 청수원..........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오늘 노래교실에서 노래나 신나게 불어야겠다.
오늘은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