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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평생 함께 산 부부도 서로를 모른다고 하는데,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얼굴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할까? 한편으로는 매우 당연한 말일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겉모습 중 우리가 남에게 항상 공개하는 부위가 바로 얼굴이다. 가장 쉽게 볼 수 있으니 얼굴에 대한 관심과 판단이 많을 수밖에.
하지만 얼굴을 보고 또 봐도 별 내용이 없다면, 얼굴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었을까?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 얼굴에는 유용한 정보가 매우 많이 들어 있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 성별을 알 수 있고 연령대 또한 알 수 있다. 표정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 시선을 통해 그 사람의 의도도 알 수 있다. 그 사람의 얼굴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정확성과는 별개로, 얼굴을 보고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 속성도 있다. 얼굴을 통해 성격을 알 수 있고, 지적 수준을 알 수 있으며, 얼마나 고상한지 알 수 있고, 살아온 역사도 알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심지어 관상처럼 얼굴을 보고 사람의 미래를 읽으려 한다. 이렇듯 얼굴은 인간에게 정보의 창고 역할을 한다.
_〈왜 얼굴일까〉
도대체 ‘착하게 생긴’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 정말 얼굴처럼 성품이 착할까? 그 해답은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것이다. 착하게 생긴 사람이 모두 착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무수히 경험해왔을 테니. 그러므로 ‘얼굴을 보고 성격을 규정지어서는 안 된다’라고 글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데, 이 같은 결론을 내리기에는 망설여지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생각보다 인간은 얼굴을 보고 타인의 성격을 꽤 잘 맞힌다. 그것도 순식간에!
_〈얼굴로 성격을 판단할 수 있을까?: 찰나의 판단〉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보고자 하는 욕구도 강한데, 보기는 힘들고, 그나마 보게 해주는 거울과 카메라 렌즈에는 왜곡이 발생하니, 나는 진짜 내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진짜 내 얼굴을 볼 수 없다면, 내가 내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속 얼굴은 온전한 내 얼굴을 담고 있을까?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내 얼굴 모습을 심리학 용어로 내 얼굴의 ‘표상’이라고 한다. 내 얼굴의 표상과 실제 얼굴을 비교한 연구를 살펴보면, 내 얼굴의 표상은 실제 얼굴과 꽤 차이가 난다.
_〈나는 어떻게 생겼을까〉
얼굴이 매력적인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매우 많다. 보통 외모가 빼어난 사람들은 취업이 더 잘되고, 더 높은 연봉을 받는다. 실제 호주의 경우 연봉이 평균 3,600만 원 정도 더 많았다는 보고도 있다. 그리고 미국 연구 결과이기는 하지만, 얼굴이 매력적인 피의자가 재판에서 더 유리한 판결을 받았다.
이런 일은 무의식적으로 발생한다. 판사는 외모가 빼어난 사람이 벌인 범죄 사실을 읽으면서 ‘매력적이니까 유리한 판결을 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범죄 사실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_〈얼굴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
토도로프는 낯선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성격을 판단하도록 했다. 그가 판단을 요구한 성격 요인은 호감, 유능성, 신뢰성, 공격성, 그리고 매력이었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사진을 딱 0.1초만 보여주고 이 다섯 가지 성격 특성을 평가하라고 했다. 반면 몇몇 사람들에게는 사진을 시간제한 없이 보여주고 평가하고 했다. 그 결과 사진을 0.1초 보여주었을 때와 무제한으로 보여주었을 때 별 차이가 없었다. 첫인상을 형성하는 데는 0.1초면 충분했던 것이다.
_〈첫인상은 대통령도 바꾼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도 타인의 표정을 따라 하면서 공감한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 울고 있을 때 나도 모르게 얼굴이 울상이 되어 함께 슬퍼지고, 항상 밝은 웃음을 짓는 사람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는 얼굴이 된다. 뇌에는 ‘거울 뉴런’이 있다. 이 뉴런은 상대방을 따라 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다. 상대방과 교감하는 것은 내가 상대방을 따라 하고, 그의 시각을 이해하는 마음 이론을 갖추어야 가능하다. 서로 얼굴을 보여주고 표정으로 교감하는 것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최근 ‘눈으로 욕한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아마도 언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언어적으로 자신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 특히 그중에서도 눈 부위를 사용할 때 하는 말일 것이다. 어찌 보면 사회적 예의를 지키면서 강한 부정적 정서를 표현하는 방법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눈으로 욕을 해도 알아차린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에 민감하게 세팅되어 있고, 그를 통해 마음을 읽으려는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_〈눈으로 욕해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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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시각적 자극이 있다면, 그것은 얼굴이다”
매일 누군가를 마주하는 당신을 위한 얼굴 안내서
얼굴에 진심인 심리학자의 유쾌하고 흥미로운 심리 실험
눈을 뜨고 일어나 다시 눈을 감고 잠들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얼굴을 마주한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상에서 프로필 사진으로도 얼굴을 본다. 그냥 보기만 할까? 부모님의 지인은 나를 처음 봐도, 보자마자 부모님과 나의 유전적 관계를 알아챈다. 얼굴만 보고 내면을 헤아리지 않으려 해도 흔히 이런 표현을 쓴다. “착하게 생겼다.” “성실해 보인다.” “똑똑해 보인다.” 많은 얼굴 중에서도 얼굴 생김새가 빼어난 사람을 보면 좋은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이 끌리게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zYo73u8lvR0
남의 얼굴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로 나의 얼굴을 확인한다. 인간이 이토록 얼굴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주 오래전 현생인류부터 원활한 소통을 위해 얼굴을 보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얼굴은 매일 보는 친숙한 것이면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것이기 때문에 타인뿐만 아니라 내 얼굴도 잘 보고, 알고 싶어 한다. 그 결과 인간은 얼굴을 보는 순간 그 사람의 신원, 나이, 성별 같은 정보뿐만 아니라 감정, 진실성, 성격, IQ까지도 꽤 정확하게 판단한다.
이 책은 얼굴에는 어떤 정보가 담겨 있는지, 인간은 그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지를 심리학과 뇌 과학으로 풀어낸 얼굴 안내서다. 얼굴만 봐도 인간의 뇌는 0.1초 만에 인상을 형성해 타인을 파악한다. 우리가 ‘얼굴을 보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얼굴에 혹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이 현실에는 없는 가상의 얼굴을 만들어주거나, 몰핑이라는 기술로 타인과 나의 얼굴을 원하는 비율로 섞어서 볼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과학 기술로 만들어낸 다양한 얼굴을 감상해보자. 얼굴에 진심인 심리학자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심리 실험들은 얼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재미를 선사해줄 것이다.
“백 마디 말보다 한순간의 얼굴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심리학과 뇌 과학으로 이야기하는 얼굴의 강력한 힘
내가 가진 얼굴을 잘 알고, 잘 써먹기까지
얼굴만 보고 이름, 나이, 성별 등을 바로 알아채는 능력은 마치 바코드를 읽는 것과 비슷하다. ‘1부 나의 바코드, 얼굴’에서는 먼저 타인의 얼굴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이야기하며 나의 얼굴로 이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얼굴을 볼 수 없다. 거울과 카메라는 얼굴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1부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얼굴과 타인이 바라보는 얼굴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왼쪽 얼굴, 오른쪽 얼굴은 어떻게 다른지, 그래서 어느 쪽 얼굴을 보이면 좋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2부 말보다 강한, 얼굴’에서는 뇌와 마음을 흔드는 ‘매력’과 ‘첫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심리학자들은 오랫동안 매력적인 얼굴에 대해 연구해왔다. 인간은 어느 경우에서든 얼굴 매력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러 얼굴을 사용한 심리 실험들을 보여주며 매력적인 얼굴은 어떤 얼굴인지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매력만큼이나 인상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첫인상이다. 0.1초 만에 형성되어 10년을 따라다니는 첫인상의 영향력과 잘못 각인된 첫인상을 극복하는 심리 법칙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심리학적으로 조금이나마 첫인상을 좋게, 매력도를 높이는 방법들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가 얼굴을 더 잘 보려는 이유는 얼굴을 통해 타인과 수월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3부 소통의 기술, 얼굴’에서는 사회생활에 유용하게 쓰이는 얼굴을 다룬다. 우리는 얼굴 표정으로 내 마음을 전달하고, 타인의 마음을 읽으며 소통한다. 공동체 생활에서 얼굴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으로 나를 대표한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타인의 얼굴에서 나의 얼굴로, 얼굴의 강력한 영향력에서 얼굴의 쓰임으로 이어진다.
누구나 한 번쯤 얼굴만 보고 타인을 판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책하진 말자. 인간은 얼굴을 보도록 태어났으니. 중요한 것은 인간은 모두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혹하게 되어 있으며, 얼굴로 판단하는 정보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어디서든 쉽게 얼굴을 보는 시대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얼굴을 보지 않으려 애쓰지 말고 더 정확하게 보고, 제대로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으로 얼굴을 읽어보자. 우리는 생각보다 얼굴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게 되었지만,
우리는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그러나 눈만 보고는 타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 입 모양을 볼 수 없으니, 말소리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얼굴이 가려져 친밀감, 신뢰도, 호감도가 떨어진다. 인간은 팬데믹이 가져온 단절을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해결책으로 최근 뇌 과학에서 주목하는 ‘가소성’의 개념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뇌는 상황에 따라 적응하며 변화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계속 이어진다면 뇌는 눈에 집중해 눈만 봐도 얼굴을 보듯이 타인의 정보를 알아차리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뜻하지 않은 감염병으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시기에도 꿋꿋이 버틸 만큼 우리는 강하다. 마스크 때문에 얼굴의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인간은, 뇌는 또 다른 해결책을 반드시 찾을 것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강한 존재이므로. _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