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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마리케 드 무이(Marieke K. De Mooij)는 문화를 설명하면서 집단·사회 내에서 공유된다는 측면과 사람들의 행동을 조종하기 위한 통제의 기제(Mechanism)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강조한다. 우리는 공유된 문화를 통해 서로의 행동을 예측하고 이해하며, 이런 문화는 집단을 서로 묶어주는 접착제와 같다. 따라서 공유되지 않은 새로운 생각, 행동방식은 집단을 균열시키는 위험한 것이며, 배척당하기 쉽다. 결과적으로 문화는 자기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배척하며 통제의 기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리케 드 무이는 가치를 포함한 문화는 무의식적으로 학습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문화 및 가치를 부분적으로만 지각한다고 하였다. 대부분의 문화적 요소는 강제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상호작용, 친구들과 함께하는 학교에서의 교육, 우리가 즐기는 놀이와 TV를 통해 문화는 천천히 스며들어온다. 결국 문화·가치는 많은 부분에서 개인의 저항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미 형성된 문화는 우리의 행동과 사고를 규정한다.
_본문 45쪽
그러나 합리적이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는 이코노미쿠스에게는 광고 속 모델이 누구인지, 어떤 경치를 배경으로 하는지, 어떤 음악이 나오는지는 무의미하다. 광고를 정보의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사람의 감정과 무의식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광고의 효과는 설명될 수 없다.
합리성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수단의 합리성과 목적 의 합리성을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실 경제학이 가정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수단의 합리성을 가졌을 뿐이다. 즉, 목적이 주어지면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달성할지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목적이 타당한 지에 대해서는 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 할 때 목적은 합리성이 아닌 감정의 영역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사주는 이유는 사랑에 있으며, 예산 제약과 합리적인 선택은 부차적인 의미만을 갖는다.
_본문 58쪽
광고가 어떻게 강렬한 감정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사람들의 구매행동을 일으키는 감정의 원천은 제품이어야 온당하다. 하지만 실제 감정의 근원은 광고 영상 속의 제품이 아니라 생기발랄한 여배우의 매혹적인 몸짓과 밝은 햇살로 가득 찬 창문 너머 풍경, 음악이다.
이와 관련하여 감정의 파급효과(Spillover Effect), 귀인(歸因, Attribution)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강렬한 운동을 하거나 록밴드의 공연을 관람함으로써 각성된 사람을 공격하면 자신의 각성이 그 공격 때문이라고 잘못 귀인하기 쉽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흥분한 상태로 내린 사람이 바로 사랑 고백을 받는다면 그의 흥분은 사랑 고백 때문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파급효과, 잘못된 귀인은 감정이 각성+이름 붙이기(인지, 해석)의 과정을 거쳐 생성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각성은 정서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인지는 감정에 이름(놀라움, 기쁨, 행복…)을 붙이고 원인을 파악한다(귀인 : 원인의 해석).
_본문 69쪽
한편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그의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소비가 지향하는 상징적 가치의 허구성을 지적하며, 광고 속 이미지들의 비현실적 이상성을 시뮬라크르(Simulacre: 위장)라고 표현하였다. 상업적 메시지들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의 단면들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그 이미지들을 제품과 연계시킨다. 그런데 풍요로운 물질 환경, 대자연과 함께하는 변치 않을 듯한 행복을 담은 표정들은 현실의 단면인 듯 보이지만 현실과는 괴리되는 이상을 담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메시지에 수없이 노출된 개인들은 그 모습을 현실적인 목표로 삼고 소비를 통해 그런 이상에 도달하고자 한다.
_본문 123쪽
신용카드, 대부업, 앞서 논의한 할부제도와 리스와 같은 신용공여와 결합된 제품 판매방식은 소득 이상의 소비를 발생시킨다. 미래를 희생하면 서까지 현재의 소비를 극대화시키는 수단들인 것이다. 한국에는 장기 금 융 연체자가 35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정부는 서민들의 긴급자금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대부업법을 통해 사금융을 양성화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빚 권하는 사회, 빚 못 갚을 권리』의 저자 제윤경은 만성적으로 현금 흐름이 적자인 사람들에게 긴급자금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 적인 자금 수혈이 아니라 근본적인 소득 보장과 일자리다.” 분명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비형평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난을 구조화하고서 는 그 가난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_본문 188쪽
https://www.youtube.com/watch?v=4yocYIjbRHc
앞서 인공지능의 발전이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언급했다. 더 많이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것이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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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소비를 통해 결핍과 욕구가 해소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소비사회는 지속될 수 없다.
경쟁적 소비가 만들어내는 소진, 파괴, 불평등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성장하고 우리는 소진된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라고 불리는 소위 합리적인 사람들의 경제적 선택과 더 많은 소비가 우리 삶을 진정 의미 있게 만드는가? 과연 우리 삶의 방식은 우리가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주입한 삶의 방식에 조건화된 것은 아닌가? 오늘날 우리는 환경문제와 소득의 양극화를 비롯해 수많은 사회적 병폐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맹목적인 성장이 부른 결핍은 사람들로 하여금 물질지향적 가치를 추구하도록 만들었다. 저자인 송재도 교수는 마케팅의 주요 개념들을 통해 극단적인 소비로 성장을 꾀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어두운 면에 경종을 울린다. 나아가 문화를 주도하는 마케팅의 원리를 설명하며 마케팅이 주도하는 소비문화가 어떻게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는지, 그리고 소비문화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가치판단을 시도한다. 저자는 마케팅이 이상적 자아와 의무적 자아를 끊임없이 주입함으로써 소비를 창출한다고 주장한다. 무제한 경쟁 속에서 소비자본주의는 번창하지만 우리는 더 많은 소비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달리다 소진되고 만다.
한국은 수명, 건강, 소득과 같은 객관적 부분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달성해왔다. 그러나 주관적인 경제적 만족감과 전체적인 행복 수준은 낮게 평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불평등의 심화에 따른 상대적 결핍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여가의 부족 등 절대적인 소득 증가와는 별개의 문제들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개개인의 여가와 가족에 대한 배려, 공동체에 대한 공헌, 사회적 약자의 배려, 환경보호와 같은 문제들을 외면하고 소비와 소득 증가에 매진하는 사이 우리는 악순환의 과정에 빠져들었다. 성장 중심의 경제는 빈부격차와 사회적 불안정성을 심화시켰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질주의를 버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이타적인 삶을 추구하자는 말이 아니다. 개인적인 도덕심만으로는 세상이 변할 수 없다. 형평성과 기타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문화와 법·제도를 지향하며 우리의 의식과 사회의 변화가 선순환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책의 말미에서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들을 짚어보고 형평성 지향과 관련된 논점들을 논의해본다.
저자는 존 메이나드 케인스의 말을 빌려 주장한다. “새로운 이념을 찾아내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오래된 이념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이다.” 즉 우리는 두려움을 버리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지금보다 평등한 사회에서 다양한 가치가 피어나고 다른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소비문화와 행복을 위한 성찰
1장 ‘소비문화의 형성과 문화의 힘’에서는 현대의 소비문화가 점차 소비를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해온 결과이며 그 과정에서 마케팅이 어떻게 문화의 변형을 주도하였는지를 설명한다. 개인에게 미치는 문화적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행동경제학, 뇌과학, 심리학 분야의 연구들과 연계하여 소개하고 있다. 1장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마케팅이 주도하는 문화는 욕구를 분출하고 더 많은 소비를 위해 매진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광고의 힘은 과거 사회학 분야에서 이미 주목되었으며, 사회학은 논리적 사유체계 속에서 이를 설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저자는 2~6장에서 마케팅의 논리와 구체적인 실행방식을 설명함으로써 이 문제에 접근한다. 특히 2장은 앞서 강조한 감정과 암묵기억, 무의식을 공략하는 마케팅의 원리를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관과 비교하여 설명한다. 이를 통해 자유방임적 경제철학의 타당성을 재평가해보고 있다. 7장 ‘소비, 부와 개인의 행복’에서는 소비와 부의 추구가 개인의 행복 수준에 미치는 영향들을 검토해본다. 8장 ‘소득과 형평성, 사회의 행복’은 사회 전반의 소득 수준, 형평성 수준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다. 7~8장은 사회적 소외·불평등과 같은 문제들이 물질주의를 강화하고 물질주의가 다시 소비와 성장 지향을 낳으면서 소외와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키는 악순환 관계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들을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9장과 10장은 이런 악순환의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경제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 이해를 시도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어쩌면 기업의 이윤을 다루는 마케팅에서 출발하여 사회 운영원칙의 변화를 논의해보고자 하는 시도는 비약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소비욕구에 대한 이해와 성찰은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