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여성시대 배터리3퍼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낮은 곳으로 / 이정하

어머니 전 혼자에요
오늘도 혼자이고 어제도 혼자였어요
공중을 혼자 떠도는 비눗방울처럼 무섭고 고독해요
나는 곧 터져버려 우주 곳곳에 흩어지겠지요
아무도 제 소멸을 슬퍼하지 않아요
보이저 1호가 우주에서 돌아오길 기다리며 / 함성호

별이 아름답게 빛난다고 상투적으로 말하지 마
별 하나로 빛나는 것은
세상을 통째로 다 잃어야만 하는 일이어서 그래
너를 잃고 그 세월을
다 지워야만 하는 일이어서 그래
임종 / 박두규

나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오래된 서적 / 기형도

우리는 서로 깊이 사랑했고 많은 날들을 사랑에
잠겨 보냈다
나는 무척 행복했지만 나는 밤마다 니가 떠나는
꿈을 꾸었다
시간은 흐르고 너는 나로 인해 가끔 힘들어했다
어느 날 너는 내 손을 잡고 니가 무언가를 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의 눈이 자꾸만 그것을 생각나게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너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나는 니가 잊고 있었던 것을 찾기 위해
혹은 잊고 있었던 것을 영원히 잊기 위해 떠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니가 잊고 있는 것이 나의 사랑이라고 끝내 말하지
못했다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 / 황경신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란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 다 '봄'이란 말을 차마 쓰기 어려워서
개나리 / 이은상

"내가 너를 사랑한다면 어쩌겠니."
오, 어리석었던
가정법 고백
가정법 고백 / 박상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수 천번 네 이름을 부르며
그토록 긴 시간을 통과했는데
나 없이 너는 혼자 그렇게
아름다워졌구나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 / 황경신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수록
너는 멀리있고
내 울음은 깊어져만 간다
너의 이름을 부르면 / 신달자

너니까, 너라서, 너 때문에 지옥에 있었지.
우리의 싸움이 검고 어두워질 때 너라는 사실 하나로 모든 시간은 꿈이 되었지.
병 속의 편지 / 이영주

짓밟혀 으깨어져 잠이 든 너를
맨살로 부둥켜안고 싶었다
소금 / 나종영
첫댓글 노래 난춘 생각난다...
음~ 좋다~
글귀가 멋있다
너무 좋다
좋다 ㅠㅠ...
첫번째 시부터 너무 좋다❤️
첫번째 짤 느므 조은데 ㅠㅠ 줄 수없나요..?
.
@배터리3퍼 고마워!!❤️❤️❤️
넘 좋다
ㅠㅠㅠ
진짜 좋아
세상 많은 글귀들이 사랑글귀로 보이는 이 세상이 다행이야
실은 글한귀 적기위해 목숨을 바쳤던 시대에 조국독립을 위했던 글귀들도 많아서..
난 진짜 너였다가 너일것이였다가 이문장이 제일슬퍼 ...
어릴 땐 시 좋은줄 하나도 몰랐는데 지금은 넘 좋다
좋다..
나이들수록 시의 단어 하나하나에 응집된 표현들을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지는걸 느껴
시 너무 좋아..
이래서 시인인가봐 너무좋다..
그저 좋다 라는 네 글자 밖에 생각 안 날 정도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