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 골프 여행
어느 날, 골프를 하는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로 골프를 치러가자는 거다. 경기도 중등교사 연수회에서 주최하는 건데 가격도 괜찮고 같은 교직원 출신이라서 좋다고 한다. 내 나이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지금 안 가면 기회는 없겠다고 판단하고 오케이 대답을 했다. 골프를 해 본 친구들은 잘 알겠지만 그게 결코 쉬운 운동은 아니다. 만만치 않다. 4년 쯤 했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필드에 나가는 건 일 년에 몇 번 간신히 나가는 정도였다.
새벽같이 일어나 클럽을 챙겨 인천공항으로 갔다. 1월 9일부터 17일까지 계획되어 있다. 50여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한다고 한다. 개별적으로 티케팅을 하고 짐을 부쳤다. 클럽은 따로 큰 짐 부치는 곳에서 부쳐야 한다고 한다. 전화로 후배를 찾으니 늦게 왔는지 티켓팅 하는 긴 줄 끝자락에 서 있다. 먼저 수속을 하고 한참을 기다려 후배랑 같이 말레이시아 항공편으로 쿠알라룸푸르에 갔다. 생각보다 많이 덥지는 않았다. 공항에서 40여분 달려 킨라라 골프 리조트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말레이시아의 자연 풍경, 사람들이 사는 모습, 문화 분위기 등을 살펴본다.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7시였다. 모인 사람들은 주로 중등 교사들이었고 초등 출신도 꽤 있었다. 식사를 하고 각자 룸메이트랑 숙소에 가서 짐을 풀었다.
다음날 수요일 아침 7시부터 라운딩이 시작되었다. 모르는 남자 샘 둘, 후배, 나 이렇게 한 팀이 되어 첫 홀 게임을 시작한다. 모두들 드라이버로 공을 멋지게 멀리 잘도 보낸다. 아마 첫 홀에서 내 실력이 뽀롱 났겠지. 연습장은 연습장, 필드는 필드이다. 전혀 치는 느낌이 다르다. 이번 참석을 계기로 필드 울렁증을 없애는 게 나의 목표다. 캐디 없이 직접 우리가 카트를 몰고 다니며 운동하는 데 사람이 많아 18홀을 다 돌지는 못했다. 점심 후에야 나머지 홀을 마저 돌았다. 저녁 7시가 되어서야 라운딩이 모두 끝났다. 다음날 목요일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수영장에서 간단히 몸을 풀고 아침 식사 후 다시 두 번째 날 라운딩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후배랑 둘이서 한 팀이 되어 돌았다. 아무래도 마음이 편해서인지 공이 어제 보다는 잘 맞는다. 모두들 비가 오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홀 돌기에 여념이 없다. 비가 많이 오는 게 아니라 스프레이 뿌리는 것처럼 부슬부슬 온다. 금요일엔 외부에 나가 닐라이 스프링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다. 킨라라 CC보다 훨씬 좋았다. 주최 측에서 정해준 팀원들과 한 조가 되어 즐겁게 홀을 돌았다. 좀 적응이 되었는지 기분 좋게 운동을 했다. 저녁엔 숙소의 식당이 아닌 한인 마을에 있는 덕수네 바비큐에서 삼겹살을 먹었다. 힘을 쓰고 난 후인지 맛이 있었다. 주말 오전엔 현지인들이 골프를 치러 와서 잠시 자리를 비워 주어야 하는 모양이다. 희망하는 사람만 시내 관광을 했다. 후배는 작년에 이미 가 보아서 안 간다고 한다.
다음날인 토요일도 여전히 가랑비가 온다. 관광을 희망한 회원들만 트윈빌딩이며 쇼핑몰이며 쿠알라룸푸르 명소를 찾아 다녔다.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후배는 다른데 가서 치고, 다른 사람들과 조인하여 또 홀을 돌았다. 한명은 중등 교장 출신, 두 명은 초등 교장 출신이다. 세 명이 여자이고 한 명만 남자인데 그 사람도 실력이 좀 모자라서 레이디홀 에서 모두 같이 쳤다.
다음날 일요일엔 회원 모두 시내 관광을 원하지 않아 각자 활동을 했다. 여기 온 사람들은 관광은 싫다고 한다. 오로지 골프만 치고 싶단다. 오전에 나는 숙소에 달린 연습장에서 공 한 바구니를 13 링깃에 빌려 연습을 했다. 어제 오후, 필드에서는 안 맞더니 왜 이렇게 잘 맞는거야? 연습장 체질인 겨? 후배도 놀란다. 드라이버가 죽죽 잘도 나가네요.
점심 식사 후에 후배랑 둘이 또 홀을 돌았다. 아까 연습장에선 잘도 맞더니 순 엉터리다. 월요일은 36홀을 도는 날이다. 숙소에서의 마지막 라운딩이다. 화요일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좋은 골프장 다섯 중 하나인 팜 가든CC 에서 18홀을 치고 점심 먹은 후 모스크와 대통령 궁을 관람하고 공항으로 가서 귀국하는 비행기를 탄다.
사람들은 참으로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이 들어 할 것은 골프밖에 없다고들 한다.
골프가 참으로 멘탈 게임인 것 같다. 편안한 맘으로 쳐야 되는데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봐 신경을 써 맘껏 치지는 못했다.
말레이시아는 주변의 동남아 국가에 비해 비교적 잘 사는 나라라고 한다. 지진이나 태풍도 없다. 하지만 이 나라도 오랜 세월 강대국의 식민지 생활을 했다고 한다. 네델란드, 영국(300년), 일본 등 등. 주민들은 말레이시아 원주민, 인도인, 중국인들로 구성이 되었는데 경제는 중국인들이 차지하고 인도인들은 환전업과 교통 운수업, 하급기관 행정 및 경영은 말레이 인들이 맡고 있다고 한다. 영국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대량 생산되는 주석을 캐기 위해 역시 식민지였던 인도인들을 대거 투입하여 현재 까지 인도인들이 이 곳에서 살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인들의 경제 장악으로 현지인들의 불만이 많아지자 정부에서는 중국인들에게 싱가포르를 따로 떼어 주어 그 곳에서 살게 했다고 한다.
푸른 빛 모스크는 밤에 보니 신비스럽게 보였다. 아름다운 대통령궁도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좀 더 시간이 많았으면 여기 저기 둘러 보았을텐데 아쉽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겠지.
말레이시아 화가들의 그림 전시회
유명한 쌍둥이 빌딩 우리나라 삼성건설에서 한 쪽을 지었다고 한다(다른 한 쪽은 일본)
쿠알라룸푸르의 석양
톨 게이트를 몇번이나 들락거렸다.
킨라라 CC 리조트 숙소 모습
킨라라 CC 리조트 수영장
시내관광 중 음악 분수대 앞에서
저 물 속에 몇개의 내 공이 빠졌나?
골프장 전경
숙소
연습장
로비
리조트 입구
식당
유명한 골프장 팜 가든
모스크의 모습
기념품 가게에서
대통령궁(모스크 옆에 위치하고 있다)
첫댓글 잘 다녀왔구나. 다방면에 취미가 있어서 부러워. 나는 허리가 안 좋아 골프 칠 생각도 안 했었는데 좀더 젊었을 때 시도해 볼걸 하는 아쉬움도 있단다. 동네 파크골프장에서 하는 파크골프도 재미있더라고. 사람들말로는 골프칠 기운이 떨어지면 파크골프장으로 온다고. 옛 동료들과 1/16~20 말라카, 쿠알라룸프에 전혀 기대를 하지않고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 여러나라의 지배를 받고 여러민족과 종교가 공존하는 가운데서 나름대로 하나의 말레이시아를 지향하며 경제발전과 혼합 문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는 모습들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어.
여러장이 한꺼번에 안 올라가네..
'잭플루트'라는 과일을 처음 먹어 보았는데 쫄깃쫄깃한게 맛 있더라고... 단백질의 보고라는 '두리안'도
기희야! 말레이시아 제대로 관광 잘 했구나. 트윈빌딩 내 실력으론 전경 찍기 어려웠어. 밤에 보니 더 근사하다. 요즘 우기라서 열대 과일도 많이 못 먹고 왔다. 5월 쯤 가면 과일 천지라던데... 말라카까지 제대로 여행 잘 했네. 근사한 사진 고맙다. 우리 언제 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