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7주간 화요일>
<사람 되는 달>
5월은 참 좋은 타이틀을 독식하는 욕심꾸러기 달입니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탓에 신혼부부들의 결혼 러쉬는 예식장마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가정의 달이라 하여 생전 외식 않던 아버지들도 아이들 손에 이끌려 삼겹살이라도 한 번 뒤집어야 겨우 가장 체면치례라도 할 수 있는 그런 달, 5월입니다.
자식들이 어려서는 그저 가슴에 카네이션 꽃 하나만 달아주어도 ‘뭉클’ 감동하셨지만, 이제는 다 큰 자식놈들 찾아오진 않고 전화나 한 통 찍, 한 채 저네들끼리 놀러가거나, 가슴에 꽃만 한 송이만 딸랑 달아주면 그리 괘씸할 수가 없습니다. 뭐라도 해야 합니다. 금일봉을 넣든 하다못해 온천 티켓이라도 넣든, 자식 덕 볼라고 자식 키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뭐라도 넣고 또 뭐라도 해야 마음 편해집니다.
사람이 사람 노릇 하는 거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집중되어 있는 이 5월은 참으로 사람이 사람 노릇함으로써 또 한 번 ‘사람이 되어가는’ 그런 기쁨을, 그냥 살아 사람이 아니라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로, 함께 어깨를 기대야 비로소 일어설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인간임을 새삼 새기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이 산다는 건, 저 홀로 독기로 저 하나 위해 사는 삶을 두고 이르는 말은 아닙니다. 부족하고 모자라도 함께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 人자도 두 등을 맞댄 형상이고, 인간이라는 한자(漢字)도 사람(人) 사이(間)의 존재가 바로 인간(人間)이라고 지칭한 것이겠지요.
나를 위해 너가 필요하고, 나를 알려면 너를 알아야 합니다. 거울만 쳐다보는 백설공주 인생이 아닌 다음에서야 인간은 인간을 위해 나고 인간을 위해 사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자 하늘의 도리라 깨우쳤습니다.
예수 친히 소싯적에 이를 깨달으신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분도 일찍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계명 중에 으뜸이라 가르치셨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 하면서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것 또한 말이 되지 않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 그 근원이신 하늘을 향한 섬김을 모른다는 것 또한 어불성설입니다.
우리는 사랑을 통하여 사람과 사람을, 그리고 사람과 하느님, 땅과 하늘을 연결짓는 존재들입니다. 사랑할 때 사람이 됩니다. 사랑할 때 하늘과 맞닿게 되고, 사랑할 때 둘이 아니라 온전히 하나가 됩니다.
오늘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긴 유언의 장면으로서 그 핵심은 일치입니다. 그냥 한 지붕 아래 모여 산다고 그게 일치는 아닙니다. 사랑이 그 근간에 뿌리 해야 합니다. 가족은 있어도 가정은 없다하고,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다하고, 종교인은 많아도 참된 신앙인은 없다는 비판이 일어나는 까닭도 바로 사랑의 부재에서 나옵니다.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원하는 것을 하십시오. 5월 모든 기념의 핵심은 사랑이고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일치를 주관하시는 하느님과 만나는 일입니다. 부디 모든 가정에 사람 노릇 가득하고, 사람 안에 사랑 풍성한 한 달 되시길 기원합니다.
최현숙 아가다, 라는 앞 못 보는 생활성가 작곡자가 있습니다. 그분이 쓴 가사 중에 사랑하려거든 이라는 성가가 있는데, 이 5월에 우리 범서성당 모든 가정에게 선물해드리고 싶습니다.
<사랑하려거든> 최현숙 아가다 작사, 작곡, 노래
그대는 단 한 가지 짤막한 계명을 받았습니다.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그대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침묵하려거든 사랑으로 말을 하려거든 사랑으로
바로잡아 주려하거든 용서하려 하거든 사랑으로
마음 깊은 곳에 사랑의 뿌리를 내리십시오. 이 뿌리에서는 선한 것 말고는 그 무엇도 나올 수 없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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