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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이야기◈ 스크랩 사진여행 [합천/대양면] 아름다운 흙탕물, 정양늪
길손旅客 추천 0 조회 82 12.11.08 09:52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늪, 눈 씻어 둘러보니 마음도 씻기더라.

정양늪 생태공원

경남 합천군 대양면 정양리 151 일원

 

아늑한 습지,

생물이 모여 오손도손 살아가는 늪,

인간의 손에 의해 호수에서 늪으로 변했으나

탓하거나 노여워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치유하며, 인간마저 정화시키는 늪의 삶,

그 고마움에 늪길을 걷습니다.

 

 

 

 

 

아름답다고, 그토록 아름답다고 말하는 연꽃의 탄생지는 흙탕물입니다.

그 물 속에서 그러한 화려함, 아니 소소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것이지요. 별스럽지 않은 꽃과 줄기지만, 그러한 탁함 속에서 빗어 낸 밝은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 하는 것이지요. 결국 아름다움의 기준이란 것이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여 함부로 자연을 두고 '멋있네', '볼만하네' 라는 감탄사를 내 뱉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우리 시대 그 이전부터, 더 오랜 시간으로 부터 흘러 지금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섰습니다. 사람의 기준으로 함부로 판단할 수 있는 그러한 노리개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사람이 생각하는 기준, 사람이 보는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결국 천연의 아름다움을 사라지게 한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그 끝은 참혹함이지요.

연꽃의 아름다움은 제 빛 잃은 풀빛이 있음이고, 흙탕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맑은 물, 화려한 빛의 풀섭에서는 아름다워 질 수 없습니다. 자연은 그리도 심오합니다. 어울림마저도 희생과 치유를 번갈아 가며 만들어 내는 생명의 탄생입니다. 그래서 늪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한동안 대한민국은 토목공화국이 되었습니다.

강바닥을 파 뒤짚고, 콘크리트를 쏟아 부어 물길을 막았습니다. 이유는 환경정화 이지요. 자연문학에 문외한인 길손이지만, 자연은 있는 모습 그대로 일 때가 가장 아름다우며, 인간에게 가장 큰 배려와 선물을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은 사람을 위한 기교에 불과 한것입니다.

자연에 침범하여 살던 인간을 살리기 위하여 자연을 죽이게 되는 것입니다.

 

경상남도  합천, 

그 곳에는 한 때 호수라 불렸던 정양호가 자리합니다. 황매산의 끝자락 용주면에서 발원한 황계천이 대양면으로 흐르면서 아천천으로 바뀌어 흐르다가 옆에서 들어 오는 황강과 마주치면서 그 기세를 누그러트린 곳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는 시간과 세월이 흐르며 흙과 모래가 쌓이고 둑을 이루어 호수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살 수 있는 공간을 위하여 1988년 합천댐이라는 거대한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하여 정양호는 수량이 줄어 들기 시작하면서 호수가 아닌 늪의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인간에 의해 제 모습을 상실하면서도 스스로의 치유능력을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그러나 인간은 늪을 사라지게 하려 합니다. 늪을 매립하여 땅으로 쓴다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지요. 

 

그러나, 합천사람들은 현명 했습니다.

온 나라가 미친듯이 삽질을 해대고 콘크리트를 쏟아 부을 때, 자연치유능력을 가진 물 마른 호수를 늪으로 만들기로 합니다. 그리고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납니다.

합천 '정양늪 생태공원'입니다.  

 

 

 

 

 

아천천의 물줄기가 길을 잃고 머문지 25년,

드문드문 자리한 물속으로는 흐린하늘이 보입니다. 가뭄, 생명과 늪에게는 치명적인 가뭄에도 정양늪은 말없이 자신만의 치유를 합니다. 바람조차 잠시 머물고 가는 듯한 가을 늪, 늪을 스치고 지나는 바람은 모호한 향내를 풍기며 지납니다. 바람과 늪은 서로를 어루 만집니다. 서로를 다독입니다. 이 가을, 지금의 순간 만큼 늘 아름다워지라고.. 지금의 순간을 다시 한번 찾아 오라고..서로를 위해 손짓합니다. 늪의 풀섭이 흐트러지며 인사를 하고 바람은 몸 부비며 사라락~. 소리를 냅니다.

 

바람이 스치고 지난 자리, 철새가 둥지를 틉니다.

북녘땅에서 번식을 하고 이 땅을 찾아 남으로 남으로 내려와 일찌감치 정양늪의 새로운 주인 행세를 합니다. 어미를 따르는 작은 오리들의 행렬은 정양늪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지요. 

 

 

 

정양늪 생태공원 데크길

 

 

 

정양늪 생태공원은 두가지의 길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정양늪 들머리에서 늪으로 들어서는 나무데크길이고, 또 하나는 수변을 따라 걷는 황톳길입니다. 나무데크는 약 500m, 황토길은 약 1km정도입니다. 시간의 안배에 따라 정양늪을 만날 수 있도록 한 배려이지요. 또한 두 길 모두 곧지 않습니다. 굽이굽이 휘어지면 도드라지다가 안으로 움푹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 덕에 습지와 어울린 두 길은 모두 자연속의 풍경과 한결 잘 어울립니다.

늪의 전체적인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황토흙길을, 늪의 속살을 고스란히 만나고 싶다면 나무데크길을 택합니다.

 

나무데크길은 저양늪을 조금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떠한 화려함을 생각한다면 늪의 여행은 실망이 됩니다. 마음 편히 놓고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여유와 이미 져 버린 수련, 한 때는 제 멋을 한참 부렸을 꽃들의 향연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모습이 늪의 삶인것을 생각한다면 좋습니다. 데크는 편안하고 부드럽지만, 늪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스로 흙탕물에 기대어 스스로 치유하고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가끔 하나씩 떠 올라 있는 프라스틱 병 쪼가리 들도 보이고, 어디선가 부터 흘러 들어온 작은 과자 봉지도 보입니다.

그러한 모습속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지요. "누가 여기다가 이런걸..쯧쯧" 하고 말입니다.

바로 그런것이지요. 늪이 주는 생명력은 인간에게도 고스란히 전해 집니다. 결코 맑을 수 없는 흙탕물에 과자 봉지 하나 떨어 졌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게 만드는 그러한 능력을 늪은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자연이 주는 생명력의 힘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 티 나지 않는 속에서 싹이 틉니다. 사람의 기준에서 만들어 진 아름다움이 아닌 자연의 기준이 되게 만드는 신통한 능력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정양늪,

나무데크와 황토길을 다라 걷는 산책의 여유로움이 있습니다. 무리진 줄과 갈대, 마름들과 토종붕어와 금개구리를 만날 수 있으며, 붉은배새매와 말똥가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의 자연의 모습, 원시스런 모습에 데크만 놓았습니다. 이마저도 오염이라 한다면 그럴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늪을 거닐며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정양늪 본래의 모습은 그대로 지켜지면서 더 가까이 다가 설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 것 뿐입니다.

 

 

 

 

 

 

너른 주차장에서 나무데크길을 따라 걸어 봅니다.

푸르지 않은 먹구름 가득한 오후, 비록 맑은 날은 아니지만 그래도 늪으로 발을 옮깁니다. 맑고 흐린 기준은 어차피 인간의 몫입니다. 늪은 그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자연 정화라는 치유를 계속하고 있을 뿐입니다.

통통거리는 발자욱 소리마저도 울림처럼 들립니다. 오히려 이미 자리를 잡은 청둥오리들에게 민폐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소음이 될것 같은 기분입니다. 때가 되면 피워 올릴 수련과 연꽃들이 자라날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데크길을 따라 가까이에 이어집니다. 멀리 보이는듯한 습지는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자리하고 물속생육이 가능한 매버들군락에 다다르면 습지 환경의 참 아름다움을 만나게 됩니다.

 

여유로운 어느날 아침, 운무 가득한 정양늪을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환상적인 아침 풍경, 아름다운 설경, 늦은 오후에 떨어지는 낙조등 모두가 늪과 풍경이 주는 넉넉함들입니다. 길손의 섣부른 생각에 합천의 촬영 명소가 될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의 몽롱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좋기 때문이지요. 특히 일교차가 심한 봄과 가을의 어스프레한 아침, 길손은 일부러라도 찾을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리 넓지 않은 그윽한 습지, 정양늪.

느긋한 걸음으로 마음 속 응어리 훌훌 털어 버리기 좋은 곳입니다.

 

 

 

 

 

 

 

 

 

 

 

 

 

 

 

 

 

 

 

 

by 박수동

www.gilso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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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11.09 09:58

    첫댓글 멀리있는 합천군 늪모습 가을을 알려주는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갑니다

  • 12.11.09 12:45

    무척 평화롭습니다
    좋은 풍경 잘 감상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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