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래도, 살아갑니다
지은이: 박영희
판 형: 140*210mm
쪽 수: 256쪽
가 격: 12,000원
발행일 : 2020년 7월 15일
ISBN : 979-11-86452-69-1 03810
펴낸곳 : 숨쉬는책공장
르포를 통해 모진 삶을 살아 내는
우리의 얼굴들을 만나다!
르포, ‘길에서 만난 세상’ 네 번째 이야기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각자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그래도, 살아갑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하는 격월간 《인권》의 ‘길에서 만난 세상’의 내용을 책으로 꾸몄다. ‘길에서 만난 세상’의 내용이 책으로 담긴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길에서 만난 세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팍팍하고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누구보다 더 힘껏 삶을 이어 간다.
박영희 작가는 취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르포 형식으로 담았다. 《그래도, 살아갑니다》에는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기간제 교사, 대리운전 기사, 지방 병원 간호사, 유기농 농사꾼, 지방 대학 청년들, 세공사, 선박 수리공, 경비원, 고려인, 장타령꾼 등 17편의 르포가 실렸다. “사회적인 현실에 대해 주관을 섞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르포인 만큼 그 삶들의 면면이 그야말로 생생하게 담겼다.
버티는 삶이 아닌 안간힘을 다해 살아 내는 삶
인생이 녹록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래도, 살아갑니다》 속 사람들의 인생도 결코 녹록하지가 못하다. 어찌 보면 다른 이들보다 더 힘들고 불안한 삶을 버텨 나간다. 긴 호흡으로 바라보면 사람들이 삶을 단순히 버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그리고 일상을 열심히, 절실하게 살아 낸다. 《그래도, 살아갑니다》의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어떤 대목들에서는 우리 사회의 오류 혹은 미흡함이 엿보인다. 《그래도, 살아갑니다》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우리, 그리고 이웃과 나를 돌아보며 지금과는 조금 다른 미래를 꿈꾸게 한다.
▮지은이
박영희
시인, 르포작가.
시집 《그때 나는 학교에 있었다》 《즐거운 세탁》 《팽이는 서고 싶다》 《해 뜨는 검은 땅》 《조카의 하늘》, 르포집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두만강 중학교》 《만주의 아이들》 《나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 《내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보이지 않는 사람들》 《아파서 우는 게 아닙니다》 《사라져가는 수공업자, 우리 시대의 장인들》 《길에서 만난 세상》(공저), 평전 《김경숙》 《고 마태오》(공저), 시론집 《오늘, 오래된 시집을 읽다》, 서간집 《영희가 서로에게》, 여행 에세이 《하얼빈 할빈 하르빈》 《만주를 가다》 《안중근과 걷다》(공저), 청소년 소설 《운동장이 없는 학교》 《대통령이 죽었다》를 펴냈다.
▮차례
여는 글
고속도로 위 바람집_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투 핸드 스리 핸드_카지노 도박 중독
건강한 적자, 착한 적자_진주의료원
한국에서 살고 싶어요_고려인 이주민
내 이름은 각설이_장타령꾼
2월, 나는 불안하다_기간제 교사
10분 전쟁_대리운전 기사
왜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없는 거죠_지방 대학 청년들
그는 바다로 출근한다_선박 수리공
동네북 치듯이 이리저리_지방의 간호사들
20만2,000원, 60만 원_노령연금 수급자
정밀세공 책임완수_세공사
인생 마지막 직장_경비원
이걸 또 언제 채우나_고물 줍는 노인들
남편으로는 80점 농사꾼으로는 50점_유기농 농사꾼
몽골의 두 소년_고1 탄광 노동자
미안하오, 나는 우리말 이름이 없소_우수리스크 고려인
▮책 속에서
“운전자들의 바쁜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일방적으로 당할 때는 화가 나요. 통행권을 뽑아 오지 않은 운전자들 때문에 발생한 일이잖아요. 특히 제 동생 또래의 청년들한테 욕설을 들으면 앞이 캄캄해져요. 성희롱 발언까지 해 가며 모욕을 주기도 하고요.”
본문 중에서
“공공 의료는 탁상공론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말일세. 혹시 자네, 건강한 적자와 착한 적자라는 말 들어 봤나? 이 둘을 양손에 쥔 게 바로 공공 의료의 현실이네. 100세 시대에 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고령 세대를 어찌할 것인가? 중년에서 노년으로 급속히 변해 가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좀 더 멀리 보자는 뜻이네.”
- 본문 중에서
“고려인들과 상담을 해 보면 안타까울 때가 참 많아요. 뿌리를 내릴 만하면 강제 추방을 당했잖아요. 고려인 1세대가 러시아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추방을 당했다면, 그다음 세대는 1990년대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갈 곳마저 잃어버렸다 할까요. 중앙아시아에서 소수민족 밀어내기가 노골화되자 몸을 피해 한국을 찾아온 거잖아요.
본문 중에서
“졸업식 때 제일 비참하더군요. 3학년 담임을 맡고도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으니 이보다 비참한 현실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기간제 교사는 겨울방학과 동시에 무급 신세로 전락하고 맙니다.”
발목을 다쳐 깁스를 하고 다닐 때였다. 연가를 내고 싶었지만 형탁 씨는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데다 자신은 유급휴가를 낼 정교사 신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본문 중에서
대리운전을 하면서 몇 차례 돈을 떼인 적도 있었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고객(차주)은 현금이 없다면서 양주석 씨의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물론 그 돈은 입금되지 않았다. 대구에 서 구미까지 장거리 대리운전을 뛴 날은 그보다 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휴게소에 차를 정차한 뒤 고객이 부탁한 담배를 사 왔더니, 그사이 차주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양주석 씨는 그날 대리운전비 5만 원과 일당벌이마저 접어야 했다.
본문 중에서
“저는 유명 강사의 특강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 하나같이 성공한 사람만 있고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없는 거죠? 자신의 꿈조차 말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청년 세대에게 성공 사례만 잔뜩 나열하는 강연이 오히려 불편했습니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대기업 입사 서류전형에서 지방 대학생 서류가 나오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하잖아요. ‘지방대? 그거 한쪽으로 밀어 놔. 지방에서 배웠으면 얼마나 배웠겠어.’ 당부컨대 이 같은 장면과 대사는 자제하고 좀 더 신중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본문 중에서
“그렇다고 목선 건조를 벼락치기로 하는 목수는 보지 못했소.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와 바다를 가르는 배는 다르단 말이지. 자동차는 사고가 나도 보는 사람이 많지만 배는 바다 한가운데서 사투를 벌이지 않소. 살아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이 말이오. 그것이 바로 배 목수가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찻길과 바닷길의 엄연한 차이인 것이오.”
- 본문 중에서
간호사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일컫는 은어가 있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태움’이다. 태움은 주로 대형 병원에서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데, 미래가 있는 직업일 거라고 입사한 선미 씨도 이미 거쳐 온 과정이다. 무려 1년 동안 영문도 모른 채 왕따만 당한 기분이었다.
- 본문 중에서
양재순 씨가 노령연금으로 받는 돈은 월 20만2,000원. 한 달 약값과 부식비로 들어가는 돈이 더 많다고 했다.
“20만 원이면 적지요. 다음 달부터는 기름보일러도 돌려야 하고요.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괜한 소리했다가 이거라도 안 주면 콩나물 구경도 어렵게 되잖아요.”
- 본문 중에서
세공을 비집고 들어온 액세서리(주얼리)시장도 광주 씨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밀세공을 위협하는 액세서리시장은 그동안의 귀금속 시장을 한순간에 바꿔 놓았다. 수작업이 기계화를 따라갈 수 없는 현실 앞에 광주 씨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 본문 중에서
“경비 업무 중에서 제일 힘든 게 택배물 관리죠. 경비실이 비좁아 물건을 쌓아 둘 장소도 없을뿐더러, 16개 택배 회사로부터 무더기로 택배물이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칫 분실했다간 주민들과 두고두고 말썽거리가 되지 않겠어요.”
- 본문 중에서
정씨 할아버지가 고물을 줍느라 보내는 시간은 하루 10시간. 이동거리는 20km 내외. 일과를 아침에 시작하는 직장인들과 달리 할아버지는 오후 4시부터 고물을 줍는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 무렵에 나가야 퇴근을 앞둔 사무실에서 신문을 내놓고, 상점과 약국에서 종이상자를 내놓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땅에 땅심이 있다면 농사를 짓는 사람들한테는 농심이 있지 않은가. 부끄러운 고백이
네만, 죽었던 땅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동안 내가 저지른 잘못이 무엇이었는지도 깨닫게 되었네. 수확량에만 눈먼 나머지 정작 뭇 생명들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로 살아왔던 것이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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