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장지성(億丈之城)
억장이나 되는 높은 성을 말하며, 준말은 億丈이라 하고, 1장(丈)은 10척(尺)으로 약 3m이니, 억장은 3억 m인데 이런 성이 무너질 정도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億丈이 무너진다고 한다.
億 : 억 억(亻/13)
丈 : 길이 장(一/2)
之 : 갈 지(丿/3)
城 : 성 성(土/6)
여덟 살 때, 머리에 수건을 두르신 엄마와 막 점심을 먹으려던 참이었습니다. “전보입니다.” 우체부한테서 전보를 받아든 엄마가 하늘 쪽을 한번 본 뒤 이내 두 손으로 입을 막고는 흐느끼셨습니다.
젖먹이 막내를 둘러 업으시더니 터진 눈물에 흐려진 눈으로 하얀 코고무신을 끌면서 황망히 대문을 나가셨습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던 겁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게 얼마나 슬프고 억장이 무너지는 일인지 그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억장이 무너지다는 큰 슬픔이나 절망 따위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는 뜻입니다. 억장(億丈)은 ‘썩 높다’는 말입니다.
億은 만의 만 배이지요. 매우 많거나 크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억만 번’, ‘억겁’ 등이 말해줍니다. 丈은 길이로 열 자(3m)인데 성인 키 크기, 즉 한 ‘길’을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할 때 그 길이지요.
높은 것이 무너지는 게 왜 가슴이 아프고 괴롭다는 말이 되었을까요. 억 길 높이의 성이 무너진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인데, 소중하거나 공들인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는 의미에서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입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다’를 떠올리면 되겠지요.
⏹ 천불이 나다
190만 개의 촛불이 26일 전국 곳곳에서 다시 한 번 활활 타올랐다. 억장이 무너지고 천불이 난 민초들의 함성이다.
억장은 ‘억장지성(億丈之城)’이 줄어든 말이다. 1장(丈)은 10척(尺)으로 약 3m이니, 억장은 3억 m다. 그러니 억장이 무너지는 건, 높은 성이 무너질 때처럼 슬픔과 절망으로 가득 찼다는 뜻이다.
천불은 하늘이 내린 불이라는 뜻으로, 저절로 일어난 불이다. 몹시 눈에 거슬리거나 화가 날 때 사람들은 ‘천불이 난다’라고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떠오르는 낱말이 있다. ‘곁불’이다. 장터 등에서 옹기종기 모여 쬐는, 정감 있는 불이다. 한데 곁불과 ‘겻불’을 헷갈려하는 이가 많다.
‘겻불’은 말 그대로 ‘겨를 태우는 불’이다. 이 불은 세지가 않아 ‘불기운이 미미하다’란 뜻이 생겼다.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안 쬔다’라는 속담 속 바로 그 불이다.
아무리 궁하거나 다급해도 체면 깎일 짓은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슷한 속담으로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 한다’가 있다.
곁불은 ‘얻어 쬐는 불’이다. 그래서 가까이해서 보는 덕을 이르기도 한다. ‘콩고물’과 일부 뜻이 같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
1970, 80년대 즐겨 불렀던 ‘모닥불’의 한 구절이다. 이 노랫말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모닥불은 잎나무나 검불 따위를 모아 피우는 불인데, 그런 불로는 오래 얘기할 수 없단다.
사실 모꼬지 등에서 피우는 불은 화톳불이다. ‘한데다가 장작 등을 모아놓고 태우는 불’ 말이다. 말법 대로라면, ‘화톳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라고 노래 불러야 한다는 얘긴데, 노래 맛이 싹 달아난다. 사전도 캠프파이어를 ‘야영지에서 피우는 모닥불’로 올려놓고 있다.
‘후림불’은 남의 일에 까닭 없이 휩쓸려 걸려드는 일을 뜻한다. 한자말로 비화(飛火)다. ‘잉걸불’은 다 타지 않은 장작불, ‘꽃불’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이다. ‘불어리’는 불티가 바람에 날리는 것을 막으려고 화로에 들씌우는 가림막이다.
다소 엉뚱한 불도 있는데, ‘소줏불’이 그렇다. 이는 소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코나 입에서 나오는 독한 알코올 기운을 말한다.
천불을 끄는 방법은? 백성의 주장을 하늘처럼 떠받들면 하늘에서 불이 내릴 일이 없다.
▶️ 億(억 억)은 ❶형성문자로 亿(억)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意(의, 억)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億(억)은 사람의 마음이 만족함, 또는 사람이 많이 있음, 물건(物件)이 잔뜩 있음의 뜻이다. 나중에 잔뜩 있다, 수가 많음을 나타내고 수의 자리로서 십 만(十萬)의 자리로 삼거나 일 만(一萬)의 만곱으로 삼거나 하였다. ❷회의문자로 億자는 '헤아리다'나 '많은 수'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億자는 人(사람 인)자와 意(뜻 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億자는 소전에서야 처음 등장한 글자이다. 소전 이전에는 意(뜻 의)자가 의미를 대신 했기 때문이다. 意자는 사람의 입과 심장을 연결한 것으로 '뜻'이나 '의미', '생각'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億자는 이렇게 '생각'이라는 뜻을 가진 意자에 人자를 더한 것으로 '사람이 많은 생각을 한다'라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가 확대되어 지금은 '무수히 많다'나 숫자 단위인 '억'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億(억)은 (1)수(數)의 십진(十進) 급수(級數)의 단위(單位)의 하나. 만(萬)의 만 곱절. 억만(億萬) (2)수가 많음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억(億) ②많은 수 ③편안하다(便安--) ④헤아리다 ⑤추측하다(推測--: 미루어 생각하여 헤아리다) ⑥고구하다(考究--: 자세히 살펴 연구하다) ⑦아!(감탄사)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억으로 헤아릴 만큼 많음을 억대(億臺), 셀 수 없이 긴 오랜 동안 또는 그 세상을 억겁(億劫), 억과 조 또는 아주 많은 수효를 억조(億兆), 천만 가지로 한없이 화함을 억변(億變), 매우 긴 세월을 억년(億年), 썩 높은 것이나 그 길이 또는 극심한 슬픔이나 절망 등으로 몹시 가슴이 아프고 괴로운 상태가 됨을 억장(億丈), 수많은 백성을 억서(億庶), 아주 오랜 세대를 억대(億代), 아주 많은 수효 또는 십진 급수 단위의 하나로 만의 만 곱절을 억만(億萬), 계획한 일이 잘 들어 맞음을 억중(億中), 몹시 많은 원한을 억한(億恨), 끝없는 햇수 또는 영원한 세월을 억재(億載), 자기 혼자의 생각으로 어림잡아 헤아림을 억료(億料), 미리 잘못 억측함을 억역(億逆), 만의 만 배 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의 비유를 일억(一億), 대단히 많은 수 또는 많은 백성을 조억(兆億), 몹시 많은 수를 만억(萬億), 여러 억을 수억(數億), 억이 백 개인 수를 백억(百億), 아주 많은 수를 천억(千億), 억의 열 배를 십억(十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을 억만장자(億萬長者), 무궁한 세월을 이르는 말을 억만사년(億萬斯年), 수 많은 백성이나 수 많은 사람을 일컫는 말을 억조창생(億兆蒼生), 억만 가지 마음이라는 뜻으로 온 백성이 각각 마음이 달라 한 사람도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억만지심(億萬之心), 수많은 백성을 일컫는 말을 억만지중(億萬之衆), 수많은 백성을 일컫는 말을 억만창생(億萬蒼生), 무한한 시간이나 영원한 세월을 이르는 말을 억천만겁(億千萬劫), 썩 높이 쌓은 성을 일컫는 말을 억장지성(億丈之城) 등에 쓰인다.
▶️ 丈(어른 장)은 ❶회의문자로 十(십)과 又(우; 손, 한 뼘, 한 자, 一尺)의 합자(合字)이다. 열 자를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丈자는 '어른'이나 '남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丈자의 소전을 보면 十(열 십)자를 손에 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지팡이를 들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丈자의 본래 의미는 '지팡이'였다. 하지만 지팡이는 어른들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후에 '어른'이나 '남자'를 뜻하게 되었다. 丈자가 '어른'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木(나무 목)자를 더한 杖(지팡이 장)자가 '지팡이'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丈(장)은 (1)길이의 단위의 한 가지로 한 장은 10척임 (2)사람의 키를 나타내는 길의 뜻으로 쓰는 말 (3)어른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어른 ②장자(長子: 맏아들) ③남자 노인에 대한 존칭 ④남편(男便) ⑤장인(丈人), 장모(丈母) ⑥남자(男子)의 키 ⑦장(길이의 단위, 열 자) ⑧길이 ⑨토지를 측량(測量)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지아비 부(夫)이다. 용례로는 장성한 남자를 장부(丈夫), 한 길이나 되게 많이 온 눈을 장설(丈雪), 한 길 남짓을 장여(丈餘), 장대로 열 자 길이가 되게 만든 자를 장철(丈尺), 남자가 아내를 맞이하는 일 또는 처가를 이르는 말을 문장(丈家), 학문과 덕망이 높은 사람을 장석(丈席), 아내의 친정 어머니를 장모(丈母), 아내의 친정 아버지를 장인(丈人), 남의 장인의 존칭을 빙장(聘丈), 스승을 달리 이르는 말을 함장(函丈), 썩 높은 것 또는 그 길이를 억장(億丈), 사돈집의 웃어른을 높이어 일컫는 말을 사장(査丈), 벗을 높여서 이르는 말을 형장(兄丈), 척분이 있는 나이 많은 어른을 척장(戚丈), 늙은 중을 높이어 부르는 말을 노장(老丈), 한 길의 높이를 무장(袤丈), 세장대대로 내려오면서 교분이 두터운 어른을 세장(世丈), 범패를 가르치는 스승을 어장(魚丈), 남의 할아버님을 일컫는 말을 왕장(王丈), 장가를 듦을 입장(入丈), 풀의 길이를 초장(草丈), 굳고 튼튼함을 완장(頑丈), 기운이 만장이나 뻗치었다는 뜻으로 펄펄 뛸 만큼 크게 성이 남 또는 일이 뜻대로 되어 나가 씩씩한 기운이 대단하게 뻗침을 일컫는 말을 기고만장(氣高萬丈), 호기로운 기세가 매우 높음을 일컫는 말을 호기만장(豪氣萬丈), 기세가 대단히 높음을 일컫는 말을 기염만장(氣焰萬丈), 파도의 물결 치는 것이 만장의 길이나 된다는 뜻으로 일의 진행에 변화가 심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파란만장(波瀾萬丈), 조금도 사사로움이 없이 아주 공평하게 한 일을 일컫는 말을 만장공도(萬丈公道), 사방 열 자의 상에 잘 차린 음식이란 뜻으로 호화롭게 많이 차린 음식을 이르는 말을 식전방장(食前方丈)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城(재 성)은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成(성)으로 이루어졌다. 成(성; 이루어지다)은 盛(성; 수북하다), 整(정; 일치하다, 정리되다)과 뜻이 통한다. 城(성)은 흙을 높이 쌓아 방벽을 지어 백성을 지키다의 뜻으로, 적군이 쳐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흙이나 돌로 높이 쌓아올린 큰 담, 성곽(城郭)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동네 전체를 성벽으로 에워싸기 때문에 동네를 성시(城市)라 한다. ❷회의문자로 城자는 ‘성’이나 ‘도읍’, ‘나라’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城자는 土(흙 토)자와 成(이룰 성)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성(城)은 적의 침입에 대비해 쌓은 높은 장벽을 말한다. 고대의 도시들은 대부분이 흙을 쌓아 만든 장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城자에 쓰인 土자는 그러한 뜻을 전달한다. 그러니 城자는 성벽을 쌓고 창을 들어 지킨다는 뜻이다. 그래서 城(성)은 (1)적군(敵軍)이 쳐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흙이나 돌로 높이 쌓아올린 큰 담. 성곽(城郭) (2)카프카(Kafka, F.)의 미완성(未完成) 장편소설(長篇小說) 등의 뜻으로 ①재(높은 산의 고개) ②성(城) ③도읍(都邑), 나라, 도시(都市) ④무덤, 묘지(墓地) ⑤구축하다, 성을 쌓다 ⑥지키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성의 주인을 성주(城主), 성의 담벼락을 성벽(城壁), 성을 새로 쌓거나 또는 고쳐 쌓는 일을 성역(城役),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하여 성의 둘레에 깊게 파 놓은 연못을 성지(城池), 내성과 외성을 아울러 일컫는 말을 성곽(城郭), 성의 출입구에 있는 문을 성문(城門), 성문을 굳게 닫고 성을 지키는 것을 농성(籠城), 성문을 엶을 개성(開城), 흙으로 쌓아 올린 성루를 토성(土城), 높은 성을 고성(高城), 산 위에 쌓은 성을 산성(山城),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성이나 도시를 공성(空城), 성 밖에 겹으로 쌓은 성을 외성(外城), 수령과 백성 사이의 신분과 권리 상의 한계를 성화지분(城化之分), 수도의 성 밑까지 적군의 공격을 받아 할 수 없이 강화를 맹세하고 굳게 약속한다는 성하지맹(城下之盟),성곽에 사는 여우와 사단에 사는 쥐라는 뜻으로, 임금 곁에 있는 간신의 무리를 이르는 말 성호사서(城狐社鼠)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