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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자존심과 자존감
자존심은 남이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화냄이요. 내가 남에게 굴복하기 싫은 마음이요. 자신의 수치스러움이 남에게 들통 나서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할까 봐 근심하는 마음이다. 자존심은 남 앞에 비굴한 마음이요. 남 앞에 당당하지 못한 마음이다. 자존감은 스스로에게 인정하는 마음이요. 스스로 대견하고 당당하게 생각하는 마음이다. 즉 자존심의 주체는 타인이고, 자존감의 주체는 자신이다. 정주영 회장님은 어느 만찬 자리에서 이런 고백을 했다. "나는 은행장도 아닌 은행의 지점장 집을 열다섯 번 방문했다." 그 이유는 회사 자금이 필요한데 은행에서 대출을 안 해주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정 회장은 새벽에 출근하는 은행 지점장의 집을 방문하여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깍듯이 인사를 하고 창문을 열어 주어 배웅하기를 반복했다. 처음에 지점장은 그러한 정 회장을 향해 역정도 내고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다는 눈빛으로 푸대접했다. 그러나 지점장은 15일 되던 날 정 회장의 정성에 감복하여 원하는 만큼의 회사 운영자금을 대출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어느 젊은이가 질문했다 .회장님은 자존심이 상하지 않으셨나요?" 정 회장은 정색하고 대답했다. "자존심은 왜 상해? 나는 비즈니스 하러 간 거야 "기업가가 그만한 노력도 하지 않고 어떻게 기업을 키우나?' 정 회장님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보기 드문 위대한 기업가였지만 기업을 일으키고 운영하는 데 있어서는 자존심이란 한낱 사치품에 지나지 않았다. 정 회장의 집념은 항상 안 되면 될 때까지였고 아무리 어려운 난제들도 불굴의 정신으로 풀어내고 마는 위대한 정신력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정 회장은 임원들이 어떤 임무를 지시받고 나서 . 어렵다고 이유를 달거나 난색 하면 "너 해봤어?"라는 반문으로 일침을 가했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노력을 다하면 풀어나갈 답이 나오는데 소위 일류 대학 출신의 엘리트 임원들의 상식으로는 정회장의 놀라운 아이디어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정 회장은 그러한 불굴의 정신으로 울산앞바다의 황량한 개펄 위에 조선소를 건립하여 이 나라 경제부흥의 한 축을 장식했고, 그러한 위대한 경제적 업적은 위대한 기업가가 걸어온 전설적인 발자취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서울역 부근에는 지하철 등지에 노숙자들이 많다. 1997년의 IMF 경제난 이후 부쩍 늘어난 노숙자들로 정부와 서울시의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역사적 상처의 유산일 것이다. 노숙자들 중에는 과거의 잘나가던 기업의 CEO출신들이 섞여 있기도 하다. 기업이 어려워 부도를 내고 사업이 망해서 빚쟁이들에게 쫓겨 다니는 신세들이 그들이다. 소위 과거에 잘나가던 이들은 자존심이 위낙 강해 막노동이나 영업사원 등은 천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그런 일은 해볼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한다. 내가 누구였는데 인생의 막장에 뛰어들어? 이런 자존심들이다. 아마 그런 자존심은 개도 물어가지 않을 것이다 . 아무리 과거에 유능한 CEO였고 잘나가던 처지였다 할지라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재기의 꿈을 불태우며 막노동이라도 다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기회와 재기의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남에게 억울한 비난을 듣거나 이런저런 체면 구겨지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자존심에 손상을 입었을 경우 극도의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분노의 감정에 휘말리다 결국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한다. 사회 유명 인사일수록 자존심에 상처를 잘 입는다. 내가 누구인데?'하는 체면심體面心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체면이 밥 먹여주나?' 같은 유행어도 생겨났다. 남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스스로의 체면을 너무 대단하게 생각하는 나머지 그 체면이 손상되었다고 판단되면 심한 자존심의 상처를 입게 되고 그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발생하며 상대에 대해 심한 적대감을 품게 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은 당당하지 못할 때 자존심의 상처를 입는다. 당당하지 못하다는 뜻은 자존감이 약하다는 뜻이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항상 반비례하는 경우가 있다. 자존감이 약해지면 자존심이 증가하고, 자존감이 증가하면 자존심이 약해진다. 자존감은 스스로 인정하고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고, 자존심은 남이 자신을 인정해주고 남들이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는 뜻은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해서 스스로에게 실망한다는 뜻이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는 뜻은 남들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보이거나 굴욕스럽거나 남들 앞에 체면을 구긴 것 같은 생각이 들 때이다.
큰일을 성취할 때일수록 자존심 작용에 강해져야 한다. 남의 눈치 때문에 남의 평가 때문에 큰일을 포기하거나 절망하게 된다면 스스로 무너지고 스스로 좌절해버리는 비극을 초래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남 잘 되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남의 하는 일에 대해 이유 없이 시비를 걸거나 남의 실적을 평가절하하고 작은 결점이 발견되면 비난부터 쏟아낸다. 세상의 비난에 강한 자가 성공한다. 실패와 좌절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자가 성공한다. 큰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별별 일들을 다 겪어야 한다. 삶의 목적을 남들의 눈치에 둘 것이 아니라 오로지 계획한 일의 목표에만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남의 눈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철면피처럼 행동하라는 뜻은 아니다. 남들에게 불쾌감을 유발하거나 피해를 입히는 일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통제하고 자제하고 또 본의 아니게 남에게 상처를 입힌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사죄하고 사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남들에게 자신의 실수를 용서받는 일은 결코 체면 구기는 일이 아니고 자존심 상할 일도 아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건 오히려 대인다운 자세요. 스스로를 더욱 당당하고 떳떳하게 만들어주는 정신적 자양강장제가 될 수도 있다. 잘못을 하고도 끝까지 잘했다고 우기거나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기도 하고, 말도 아닌 핑계를 대면서 옹고집을 피우는 건 오히려 자존심이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치명적 손상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항상 낮고 겸손한 자세로 살아가면 자존심의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받을 수 있다. 억지로 자존심을 세우려고 안간힘을 쏟느니 자신의 부족한 점, 이런저런 덜떨어진 점들에 대해서는 남들에게 고백하고 공개하므로 인해서 오히려 남들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만들고 마음의 거리감을 좁히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 체면이 손상될까 겁이 나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끝까지 숨기고 감추려 할 때 오히려 더 큰 시련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람이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다.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실수하는 건 당연하다. 실수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유행어가 있다 병가지상사의 원래 뜻은 전쟁을 하다 보면 실수가 일어나는 일들이 빈번하다는 뜻이었지만 전쟁을 하듯 살아가는 인생이란 주제로 바꾸어서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 '남의 떡이 크게 보인다'는 속담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은 작아 보이고 남의 장점은 더 크고 좋아 보인다.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한 점은 크게 느껴지고 반대로 남의 결점은 작아 보이거나 완벽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결점은 스스로 확인할 수 있고 남들의 결점은 숨겨져 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남들은 더 완벽한 것 같고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한다. 사람은 누구도 자신의 핸디캡을 소유하고 있다. 남들도 모두 숨기고 싶은 핸디캡이 있지만 자존심 손상받기 싫어서 감추려고 노력한다. 핸디캡을 감추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항상 긴장되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어야 한다. 용기 있는 자는 스스로 자신의 결점을 공개한다. 자신의 결점을 공개하고 살아가면 속이 편하다. 자신의 결점을 숨기지 않으면 오히려 친구나 이웃들의 마음이 쉽게 열린다 .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끼리의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동정심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도 남의 실수에 대해 비난할 자격이 없다. 실수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남의 실수를 비난하는 건 스스로에 대한 비난이다. 남에게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남의 허물을 감싸 주어야 한다.
남의 허물은 감싸줄수록 자신의 허물이 보호받는다. 남의 허물을 들추어낼수록 자신의 허물은 늘어만 간다. 어차피 리더자의 길은 공개된 삶이다. 공개된 삶이다 보니 노출되는 일들이 많아진다. 리더자의 추종자들은 항상 우호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소위 매파(강경파)를 비롯해서 반대파나 견제 세력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추종자들에게 항상 인정을 받고 살기란 쉽지 않다. 비난을 위한 비난, 반대를 위한 반대도 다반사다 정당한 비난은 겸손하게 시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정당하지 않은비난은 그냥 반응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변명하거나 이해시키려 할수록 비난의 기회만 높여준다. 비난의 벽을 넘지 않고 성공의 정상에 도달할 수는 없다. 비난 앞에 강해저야 큰 목표를 성공시킨다. 오로지 성공만을 목표로 삼을 때는 어떤 비난이라도 감내가 가능하다. 지극히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자식이 지금 중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을 때 그.부모의 오로지 한 목표는 병든 자식을 살려내는 일일 것이다. 병든 자식을 살리는 약이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거나 원수처럼 지내는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있다고 가정하면 자식을 살리려는 부모 마음이 상대에 굽히기 싫은 자존심 때문에 약을 구하는 일을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성공을 꿈꾸는 자는 자신의 목표를 자식처럼 생각해야 한다. 사랑하는 자식을 살리기 위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남들의 어떤 비난, 어떤 모욕이 다가오더라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담담한 마음으로 비켜가야 한다. 바람은 항상 불지 않는다. 비가 항상 내리는 건 아니다. 흐린 날도 날이 새면 밝아진다는 유행가 가사도 있다. 바람과 비는 불었다가도 멈추고 내리다가도 그친다. 캄캄한 밤이 깊은 것 같아도 새벽을 알리는 닭은 울기 마린이다. 인간에게 좋을 일도 영원하지 않듯 나쁜 일도 영원하지 않다. 지나고 보면 무슨 일도 꿈처럼 흘러가버렸다. 참고 견디면 모든 것이 한때 일부분이다.
사람은 누구나 성공하기 위해서 살아간다. 실패를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공을 위해서는 항상 스스로 당당하고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시장 바닥에서 생선을 팔고 있는 어머니가 자존심을 몰라서 천한 일에 종사하는 건 아니다. 오로지 사랑하는 가족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모멸감을 참고 창피함을 잊기 때문에 남들이 천하게 생각하는 일들을 당당하게 해낸다. 위대한 승리자는 자존심의 상처 때문에 좌절을 겪지 않는 자들이다. 위대한 승리를 위해서는 백절불굴의 강한 정신이 필요하고 쉬지 않고 감인대堪忍待 주머니를 곁에 차고 다닌다. 견디고 참고 기다리는 자의 길이 위대한 승리의 길이요 성공의 길일 것이다. 사람들은 자존감 때문에 상처받는 일은 없지만 자존심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 자존감이 약한 사람일수록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천박해진다. 그건 마치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된다. 인간관계에서 자존심 싸움이 가장 극렬하고 자존심 손상을 입으면 성난 늑대처럼 텀빈다. 자존심은 곧 감정을 격화시키는 폭탄과 같아 친한 사이일수록 자존심 싸움을 피해야 한다. 자존심으로 촉발된 감정싸움은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원수 관계가 되기 싶고 평생 동안 마음의 상처로 남게 된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자존심이 강하고 우월적 위치에 있을수록 자존감이 크다. 자존감이 강한 자가 사회적 약자를 깔본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자존심 손상을 입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저항한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자존심을 살려주면 그
보답은 촌경심으로 돌아온다.
마음의 향기香氣를 찾아서 2권 중
도선당 저
#감인대堪忍待 견디고 참고 때를 기다린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