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은 일상의 변수가...

[에나가]

비타령을 한 탓인지는 몰라도 연일 비가 내려 대지가 습기에 가득차 있는 월요일이다.

어제는 달력상에도 빨간색으로 칠해진 쉬는 날이다.

테레비 보면서 쉬는 맛을 음미하는 중에 폰이 울린다. 보니 부산에 사는 대학 동기이다.

받으면서 이런 날에 왜 전화인가?하는 의구심을 품으면서 응대했다.지금 KTX타고 상경중이라고.

무신 일로 상경한가? 그 칭구가 말한다. 오늘 저녁에 아는 칭구 아들이 장가간다고 갑작스러운 연락받고 올라오는 중이라면서 나도 함께 참석하자고 한다. 일단 알았다고 하면서 폰을 내려 놓는다.

그 칭구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걸 알고 있다. 그 칭구와 사연은 이렇다. 그 칭구가 시흥시의 농촌 지역에서 목장했다. 대학시절에 부산에 사는 칭구와는 둘도 없이 사이이다.나도 이런 관계로 인해 자주 학교 시절에 방문하여 이른바 목장 알바하면서 같은 시간을 보냈다. 이러고 보니 서로간에 우정이라는 거 생기고 그 시절에 남자란 거친 일 후에 마시는 한 잔의 술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서 서로를 가까이 할 수가 있었다. 각자가 학교 졸업후에는 그 칭구와 연락되지 않았다. 후일에 듣기로 미국으로 건너가 거기서 삶을 영위한다는 소식을 부산 칭구로 부터 듣곤 한다. 그 칭구와 부산 칭구는 그야말로 죽마고우처럼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음을 간혹 전해 듣기도 했다.

세월이 마이 흘렀다.

그런데,어제 오전에 그 칭구의 아들이 결혼한다고 하니 참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폰으로 장소와 시간을 알려 달라고 했다. 잠시후에 문자로 연락이 왔다.

나름대로 간단히 준비하여 일상의 발인 전철을 타고서 약속된 카페에 만나 커피 마셨다.

그 안에서 일상적인 이바구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 그 인근에 있는 결혼장소에 갔다.

그 동안에 많은 결혼 장소에 갔지만 그곳은 약간 서양풍의 느낌을 받는 곳이자 결혼 전문 장소처럼 다가온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역시 식장의 넓은 로비에는 이미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서양식으로 젊은 아가씨들이 칵테일을 들고 나면서 손님에게 대접한다. 역시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다!

얼마후에 신랑의 애비인 그 칭구가 보인다.첫 눈에도 그 칭구임을 알 수가 있지만 그 머리는 전부가 흰색이다.아니,세월이 그 칭구의 머리에만 흘러간 것인가? 하는 의아심도 있지만 반갑게 인사 나눈다.

그리고 보니 그 칭구와는 학교 졸업후에 보는 거 같다.그래도 머리색은 변해도 젊은 날의 얼굴은 여전히 한결같아 보인다. 약간 세월의 흔적만 빼놓고는 달라진 것은 없는 듯하다.

예식장의 내부도 어느 식장과는 달리 보인다.

참석자의 면모를 보니 미국 사람들이 마이 있어 보인다. 역시 아메리커에 사는 탓에 이곳 식장에도 많은 아메리카인들이 눈에 뜨인다. 이러고 보니 식장의 분위기가 역시 한국 반, 미국 반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느낀다. 주례사도 역시 한국어 반,영어 반으로 진행되는 특유한 예식을 보게 되네.

살다가 보니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해야지. 전혀 예기치 못한 전화 한 통으로 인해 낯설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결혼식이라는 신성한 곳에 접하는 양국의 문화를 대하게 되니 무어라 할 수 없는 묘한 정서를 느끼게 되니 이 또한 일상의 변수가 낳는 특별한 분위기의 체득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구나 매일 거의 같은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를 우린 상수라고 하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로 인해 보고 느끼는 삶의 현장을 가지게 된다 하면 이를 변수라 칭할 수 있지.

어찌보면 각자의 삶은 이런 상수와 변수가 적절히 어울리면서 각자만의 독특한 일상을 가지면서 시간이라는 길 위에서 삶의 보폭을 밟으면서 앞으로 나가는 거 아닐까 한다.

이윽고 식도 마치고 즐거운 여흥도 끝내고 인사 나누면서 그 자리를 떠나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어제는 저녁 무렵에 일시적인 소나기가 있을 거라고 예보했다.나도 집을 나설 때에 만약을 위해서 우산을 예비했다. 이를 들고 전철이나 카페나 식장에 있을 시는 약간 불편감(?)이 있었다.

그런데, 전철을 내린 후에 지상으로 올라 오니 바깥은 이미 어둠이 대지를 점령하고 있었고 게다가 하늘로부터는 억센 비가 내린다.

역시 기상대 예보가 드디어 맞았다는 생각에 우산을 펼치고 강한 빗줄기 속으로 걸어가 정류장을 향해 뛰는 듯이 걸음걸이를 옮겼다. 겨우이 도착했건만 몸은 이미 비에 젖어 있었다.마을 버스 타고 귀가했다.

그럼에도 오는 비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비로 온통 사워해도 이 비가 더 많이 오기를 바란다.

하도 대지는 바닥이 갈라져 하늘로 향해 아우성치는 듯한 격렬한 땅의 균열을 생각하면 귀가시에 오는 비가 더 많이 왔음하고 바라는 거 무리가 아니다.

이게 단순한 일상으로 보낼 일요일의 하루이겠지만 뜻밖에의 칭구 전화 한 통으로 인해 일상의 변수적인 행위로 하루 장식했다는 점에서는 어제는 잊어지지 않는 쉬는 날이 되지 않을까 한다.

[에나가]

그래요.살다가 보니 이런 예기치 못한 경험하네요.

[별나그네]

오랫만에 젊은시절 친구와 해후 하셨네요..
정말 뜻하지 않긴 하네요.ㅎ

[에나가]

그러게요!살다 보니 이럴 경우도 있네요!!

[덕부네]

특별한 체험을 하셨네요.
주례사가 헐~ ^*^

[에나가]

이도 글로벌화되는 시기라고 보면 좋은 체득이라
볼 수가 있겠지요!

[은숙]

한국에서 하기는 하되
서양식의 결혼식을 경험하셧군요.
미국에선 그렇게 가든파티 식의 결혼식을 한다고 하더군요.
오래만에 친구분도 만나시고 색다른 결혼식 풍경도 보시고
좋은 소식인 비도 내려 주신 멋진날이었네요. ^*^

[에나가]

그래요!서울도 국제도시이니 이런 삶의 풍속도가
있다는 거 좋은 거 아닌가유!

[도아]

똑같은 날 비슷한 날만 영속 된다면
너무 지루함 일거예요
어느날 툭 튀어나오는
특별한 하루의 생경함! ..

[에나가]

그러니까,우린 일상의 탈출을 꿈을 안고 살지만
실천하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