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여성시대 배터리3퍼
봄이 와도 죽음은 유행이었다 http://cafe.daum.net/subdued20club/ReHf/2932630

흰 벽의 특성은 독백만 받아 적는다는 것
때문에 3월에 내리는 눈이 너를 닮는다
면역 / 원성은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멀리서 빈다 / 나태주

나쁜 게 뭘까. 좋고 싫은 건 있어도 착하고 나쁜 건 모르겠어. 근데 오늘 우리는 나쁜 꿈속에 버려져 있는 것 같아.
세상에 너하고 나, 둘 뿐인 것 같아. 가위로 우리 둘만 오려내서 여기에 남겨진 것 같아.
이런 게 나쁜 거야? 난 차라리 다행인데.
나쁜 꿈 / 김하늘

나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일 것이다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 최백규

내게 금빛과 은빛으로 짠
하늘의 천이 있다면,
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수놓은
파랗고 희뿌옇고 검은 천이 있다면,
그 천을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
내 꿈을 그대 발 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왜냐하면을 덮고 잠을 청했다 어떤 밤도 오지 않았다
상처는 그러나 그리고 그래서 그러므로 늘 우리 곁에서 영역을 넓혔다
접속사 / 정진혁

보고 싶다 말했는데 너 혹시 들었니
안고 싶다 생각했는데 너 혹시 들었니
달빛 내게 닿을 때마다 기도하는데
꿈속에 네가 보일 때마다 고백하는데
너 다 알면서 웃는 거지
네 눈빛에 빠져 나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지켜보다 결국엔 구해주러 올 거지
머문 고백 / 향돌

이름과 빛을 잘못 선택한 날이었지.
축하는 너로부터 가장 멀어지는 방식이어서 우리는 흰 거품 같은 달에 불을 붙인다.
생일 / 이혜미

걸어서 천년이 걸리는 길을 빗물에 쓸려가는 게 사랑이지
사랑詩 1 / 허연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김연수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알아! / 원태연

내려놓으면 된다
구태여 네 마음을 괴롭히지 말거라
부는 바람이 예뻐
그 눈부심에 웃던 네가 아니었니
받아들이면 된다
지는 해를 깨우려 노력하지 말거라
너는 달빛에 더 아름답다
너에게 / 서혜진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꽃이 지는 것을 보고 알았다. 기절하지 않으려고 눈동자를 깜빡였다.
한 번으로 부족해 두 번 깜빡였다. 너는 긴 인생을 틀린 맞춤법으로 살았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 삶이 시계라면 나는 바늘을 부러뜨릴 테다.
밤의 공벌레 / 이제니
첫댓글 갬성 ㅠㅠ 좋다
시 너무 좋아...
아따 좋구만
개좋다 더더더 올려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넘 좋다 ..... ㅠㅠㅠㅠㅠㅠㅠㅠ 어쩜 이런 생각들을 할까 .... 감동 휘몰아친다 진짜 ..
제목도 너무 좋다...
아.. 너무좋다ㅠㅠ 읽는데 눈물날거같다ㅠㅜ
좋다.. 밤에보니까 더 좋다
어우 너무 좋다
요즘 이런 시구 너무 좋아ㅜ
브금도 시도 너무 좋다!!!!
고마워!! 좋다
너무 좋다
어우 대형연어하다 왔어요. 한구절한구절 미쳤다..ㅡ
대형연어 너무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