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미국 배우 진 해크먼의 유언장이 공개됐는데 8000만 달러(약 1162억원)에 이르는 그의 유산 향배가 불투명해졌다고 영국 BBC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두 차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해크먼은 전 재산을 30년을 함께 한 아내 벳시 아라카와에 물려주기로 했는데 그녀는 아흔다섯 살의 남편이 숨지기 일주일 전에 뉴멕시코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녀 나이 예순다섯이었다.
법 전문가들은 유언장에 이름이 적혀 있지 않지만 해크먼의 자녀들이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봤다. 그는 세상을 먼저 등진 전처 페이 말티스와 사이에 크리스토퍼(65), 엘리자베스(62), 레슬리(58) 세 자녀를 뒀다. 이들은 이 사안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
BBC가 입수한 법률 문서에 따르면 해크먼은 1995년에 아라카와를 유일한 수혜자로 명기한 유언장을 작성한 뒤 2005년에 마지막으로 업데이트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변호사 트레 로벨은 다른 수혜자가 명기돼 있지 않은 한 이 유산은 상속법 아래 자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방송에 밝혔다. 그는 "이 재산은 상속법에 따라 실제로 검증될 것이며 아이들은 합법적으로 상속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라카와가 해크먼보다 먼저 죽었기 때문에 이 유언이 유효한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라카와의 유언은 해크먼에게 자산을 물려주되 그 역시 90일 안에 자신을 따라 숨을 거두면 재산을 신탁에 기부하고 나중에 의료 비용을 공제한 뒤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했다.
해크먼은 과거 자녀들과의 관계를 논의한 적이 있다. 그는 1989년 뉴욕 타임스(NYT) 인터뷰를 통해 "배우라면 아주 이기적이게 된다"면서 "가족이 있어도 한 번에 서너 달은 따로 지내야 하는 직업을 택했다. 유혹과 돈, 인정이란 것 등이 내 안의 가난한 소년에게는 너무 벅찼다"고 털어놓았다.
대중 앞에 좀체 드러나지 않은 해크먼의 자녀들은 때때로 레드카펫 위에서 아버지와 함께 했다.
다른 인터뷰에서 해크먼은 늘 각광 속에 있는 부모와 함께 성장해야 하는 아이들의 어려운 점을 얘기한 일이 있다. 2000년 아일랜드판 인디펜던트 인터뷰를 통해 "유명인의 아들이나 딸이 된다는 것은 힘겹다. 난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그 녀석들과 늘 집에 함께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살 때도 그들 머리 위에 내 성공을 매달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딸들과 손녀들은 그의 별세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표명했다. "아버지는 뛰어난 연기 경력 때문에 전 세계 수백만명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는 항상 그냥 아빠와 할아버지였다. 우리는 지독히 그가 그리울 것이며 이 상실 때문에 황망하다."
지난 5일 200만 달러 어치 할리우드 힐스의 자택에서 총상으로 인한 출혈 때문에 62년의 삶을 마감한 'SOS 해상구조대'(Baywatch)의 여배우 출신 파멜라 바흐도 비슷하게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다. 극단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발표다. 일주일 남짓 지난 시점에 전 남편 데이비드 하셀호프와의 사이에 낳은 딸 테일러(34)가 엄마 유산을 관리하는 관리자로 자원하는 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복수의 보도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