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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서기 2020년대에 오신 걸 환영한다. 미국과 소련이 전 세계를 지배했던 냉전시대는 이제 아득한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 우리는 새롭게 등장하는 열강들이 서로 대립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수많은 주연 배우들은 물론 단역 배우들까지도 서로 밀치며 중앙 무대로 들어서기 위해 혈투를 벌인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대기권 위의 달과 그 너머까지에 대해서도 권리를 주장하는 나라들이 등장하면서 지정학적 드라마는 지구 영역 바깥으로까지 튀어 나가고 있다.
-- P. 8
경제적, 지정학적 공룡들이 여전히 국제 정세를 부여잡고 뒤흔들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EU의 각 나라들, 또 인도처럼 급속히 성장하는 경제 강국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보다 작은 나라들이라고 간과할 수는 없다. 지정학은 동맹을 끌어들이며, 끊임없이 요동치는 현 세계 질서에서 강대국들은 반대편 못지않게 그들 편에 설 약소국들이 필요하다.
-- P. 13
전편인 『지리의 힘』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 또한 산, 강, 바다 등을 조망하고 지정학적 현실에 대한 이해를 구체화하는 데 목적을 두려 한다. 지리는 인간이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것을 제한하는 주요한 요소다. 물론 정치인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리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한다. 현재와 미래에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은 그들의 물리적 배경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어느 나라든 그들의 이야기는 이웃 나라들, 바닷길, 천연자원 등과 관련된 그 〈위치〉에서 시작된다.
-- P. 14
오스트레일리아는 아무데도 아닌 곳의 한복판에 있다가, 매우 중요한 어딘가가 되더니, 이제는 중심 무대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P. 22
이란이 뉴스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은 별로 없다. 중동의 주요 강대국, 이 지역 전역에서 테러와 공포와 피를 뿌리는 억압적인 정권, 이스라엘과는 팽팽한 긴장 관계에 놓여 있고, 걸핏하면 미국과 기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는 잠재적 핵 보유국,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이든 다른 어느 나라든 선뜻 파병을 결행하고 싶어 하지 않는 나라가 이란이다.
-- P. 67-68
혹시 문제를 해결하거나 관리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먼저 그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 문제를 두 개의 단어로 정의하고 있다. 사우디Saudi와 아라비아Arabia라는. 어떤 가문의 성을 따서 나라 이름을 짓는다면 그 가문이 아닌 이들은 어떻게 될까?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은 모두가 사우드 가문의 일원도 아닐뿐더러 모두가 공평하게 대접받지도 않는다.
-- P. 116
최근 몇 세기 동안 영국은 바다 덕분에 유럽 본토의 과도한 정치적 혼란과 전쟁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이는 왜 이 섬나라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유럽이라는 공동의 집에 대한 소속감이 덜한지 얼마간 설명해 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동안 발생한 대학살도 유럽 본토만큼 영국을 크게 뒤흔들지는 못했다. 이러한 〈분리의 정서〉가 브렉시트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 P. 167
지중해 동부에서 보내는 여름? 아니면 에게해에서의 휴가? 모두 다 환상적으로 들리지만 이런 안락함을 누리기엔 이 지역은 최근 들어 많이 뜨거워졌다.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몇십 년을 보내고 나서 이 지역이 다시 한번 불안한 지정학의 최전선에 등장하고 있다. 이곳에서 해저 가스전이 발견되면서 그리스와 터키 사이에 깊숙이 내재해 있던 해묵은 반목에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또 하나 던져졌다.
-- P. 212
그리스는 더 이상 영국, 러시아 또는 미국의 것일 필요가 없다. 그리스는 그리스다. 그런데도 또다시 외부 세력에게 이 나라는 중요한 부동산이 되었다. 그 사이 신들은 떠났고, 제국들은 왔다 갔고, 동맹도 바뀌었다. 그러나 그리스를 만들었던 그 상수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산과 바다 말이다.
-- P. 246
터키는 유럽으로 들어가려는 이주민과 난민 행렬이 통과하는 관문 중 하나로 그 문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이 문지기가 된다는 것은 권력을 쥔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지배력과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터키의 야심은 〈신오스만주의neo-Ottomanism〉의 분명한 신호다. 이는 유럽, 중동, 중앙아시아까지 전 방위를 아우르면서 중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힘을 다시 한번 과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 P. 281
“우리는 산과 강과 호수들을 서로 나누었다. 유일하게 어려웠던 것은 그 산과 강과 호수들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 P. 301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은 자신들과 대결하는 외국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시계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일이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들은 외국인들이 지쳐 떨어져 나갈 때까지 기다렸고 결국 대다수 외국인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외부 세력은 사헬에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피를, 재원을 쏟아부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 P. 332
사실 에티오피아가 가지고 있는 동맹이라고는 이 나라의 지리밖에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이만한 친구가 또 없다. 나일강 수계에 의존하고 있는 모든 나라에게 물은 국가 안보가 걸린 문제다. 그러나 이집트만큼 불안한 나라도 없고, 에티오피아만큼 덜 불안한 나라도 없다.
-- P. 371
스페인의 사령관은 이렇게 말했다. “라 지오그라피아 만다La geographia manda.” 즉 지리가 모든 것을 통제한다.”라고. 그런데 그 지리는 그들 편이 아니었다.
-- P. 394
만약 당신이 달에 식민지를 세운다면 당신은 식민주의자일까? 러시아와 중국은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실 그 말도 일리가 있긴 하다. 한데 어찌하랴, 우리가 그들을 위해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별에 적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우주 레이스〉는 한층 가열되고 있다. 20세기에는 핵전쟁 발발이 우리의 삶을 파괴할 위협이었다면, 이제는 〈우주의 군사화〉가 비슷한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에서의 전쟁은 지구를 뒤흔들 수 있다.
-- P.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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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7년 만에 나온 〈지리의 힘〉 제2탄!
21세기에도 여전히 계속되는 지정학적 갈등,
세상은 정신없이 변해왔지만 지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지리는 〈양날의 검〉이다.
지리는 우리의 발목을 잡기도, 우리 편이 돼주기도 한다.
우리의 수많은 선택은 우리가 서 있는 곳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지리적 요인은 지금도 이 세계를 요동치게 만든다.
지리는 그만큼 〈개인의 삶〉을, 〈국가의 운명〉을, 〈세계의 분쟁〉을, 우리의 〈선택〉을 좌우한다.
▣ 저 멀리 남쪽 끝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작해 저 높은 곳 〈우주〉까지,
30여 개의 지도와 함께 살펴보는 세계 주요 지역의 지정학적 현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터키 특파원과 외교부 출입 기자, BBC 기자로 일하면서 30년 이상 발칸 지역과 중동 지역을 비롯한 전 세계 분쟁 지역 30여 곳을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가 취재해온 국제 분쟁 전문 저널리스트인 팀 마샬이 이번에 〈지리의 힘 2〉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전작 〈지리의 힘(Prisoners of Geography)〉의 후속편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그리스, 터키, 사헬, 에티오피아, 스페인, 우주 등 〈그 위치〉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중요성을 갖는 전 세계 10개 지역을 다루고 있다.
전작 〈지리의 힘〉은 전 세계 30개국에서 출간되어 150만 부 이상 판매되며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지리라는 렌즈〉를 통해 세계의 역사, 정치, 경제, 교역, 갈등과 분쟁, 빈부격차 등을 다루는 독특한 시각으로 〈현대 세계의 또 다른 뛰어난 안내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 저자는 7년 만에 후속편을 출간하면서 전작에서 다루지 못한 지역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저자는 30여 개의 지도를 통해 경제 전쟁, 영유권 다툼, 정치적 갈등, 민족주의적 분쟁, 해상 항로를 두고 벌이는 탐욕과 경쟁 등 현재의 지정학적 갈등의 원인을 살펴보면서 결국 모든 것은 〈지리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며 세계사를 결정한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지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제시하고 있다.
▣ 모든 나라의 이야기는 그 〈위치〉에서 시작된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더욱 주목해야 할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 멀리 남쪽에 동떨어져 있어 해상 항로가 봉쇄되면 속수무책이 되는 〈오스트레일리아〉, 대양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좁디좁은 호르무즈 해협뿐이지만 역으로 이곳을 자신들만의 무기로 활용하는 〈이란〉, 유럽이라는 〈공동의 집〉에 대한 소속감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세계로 진출하는 데 유리한 곳에 위치한 〈영국〉, 에게해와 지중해 사이에 위치해 바다와 천연가스를 점령하고자 하는 강대국들의 먹잇감이 되어야 했던 〈그리스〉, 그야말로 목 좋은 곳에 위치했지만 친구는 없는 〈터키〉, 청나일강 상류 쪽에 위치해 수력 발전을 통해 아프리카의 핵심 국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에티오피아〉, 유럽 대륙의 서쪽 끝에 위치해 유럽의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는 〈스페인〉 등 총 10개 지역을 살펴본다. 이들 나라들에게 지리는 사사건건 그들의 발목을 잡는 〈적〉이 되기도 하고, 유일한 〈자기 편〉이자 친구가 되기도 한다.
▣ 미국과 소련 중심의 냉전시대의 〈양극 체제〉가 종식되고 〈다극화 시대〉가 되는 등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 〈지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미국과 소련이 세계를 이끌어가던 냉전시대는 이제 아득한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21세기는 미국과 소련 두 양대 강국이 지배하던 〈양극 체제〉에서 벗어나 여러 새로운 열강들이 등장하는 〈다극화 체제〉로 전환되었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 경찰〉이 아니며, 소비에트 연방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제 〈이념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게다가 세상은 정신없이 돌아가면서 엄청난 속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지리는 변하지 않고 있다.
한 나라나 국제 정세에는 개개의 지도자들의 성향과 이념, 기술 말고도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그 영향은 일시적이다. 하지만 〈세대가 바뀌어도 지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좁고, 〈히말라야 산맥〉은 여전히 인도와 중국을 가르고 있고, 〈남중국해〉 또한 여전히 교역의 주요 항로로 중요성을 갖고 있고, 스페인의 지리는 여전히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고, 그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 그리스의 〈6천 개의 섬들〉은 국방비 압박을 부르고 있고, 〈서구 세력도 탐내는 그 위치〉는 터키의 외교정책을 좌우하고, 〈힌두쿠시 산맥과 피레네 산맥〉은 여전히 물리적 장애물이 되고 있다. 결국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 지리적 요소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남는다.
▣ 〈새롭게 등장하는 열강들〉, 또 자신들만의 지정학적 역할을 꾀하려는 〈중소 국가들〉
다극화 체제로 전환되면서 〈중국〉이 주요 패권국가로 부상하고,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고, 〈중동 지역 국가들〉이 종교를 빙자하여 피의 공포를 확산시키고, 〈인도〉 등 신흥 경제 강국이 등장하고, 미국의 외교적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게 되면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눈치싸움을 해야 하는 나라들이 등장하면서 앞으로 〈힘의 균형추〉가 어느 쪽으로 이동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고대부터 이어져 온 지정학적 분쟁은 아직도 끝나질 않고 있고 해묵은 갈등은 물론 새로운 갈등마저 등장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새롭게 등장하는 열강들이 서로 대립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수많은 주연 배우들은 물론 〈단역 배우들〉까지도 서로 밀치며 〈중앙 무대〉로 들어서기 위해 혈투를 벌인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를 구성할 힘을 가진 〈또 다른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정학적 공룡들뿐만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열강들은 물론 〈작은 나라들〉조차 힘의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면서 〈자신들만의 지정학적 역할〉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제1장 오스트레일리아: 지리적 위치와 면적이 강점이자 약점이 되는 나라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나라〉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3분의 1도 안 되는 오스트레일리아는 오랫동안 〈미지의 남쪽 땅〉으로 있었다. 이곳에서 미국은 1만 1천5백 킬로미터, 남아메리카는 1만 3천 킬로미터, 아프리카는 8천 킬로미터, 영국은 1만 9천 킬로미터, 남극은 5천 킬로미터, 가장 가까운 이웃인 뉴질랜드조차 2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 따라서 그 위치 때문에 적이 침공하기도 어렵지만, 주요 해상 항로가 봉쇄되면 경제적 타격이 심할 수밖에 없다. 반면 북쪽으로는 중국이라는 거대 세력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 나라는 경제적 측면과 군사적 측면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해야 한다.
▣ 제2장 이란: 〈핵과 종교〉를 내세워 세계를 상대로 기싸움을 벌이며 〈신의 과업〉을 수행 중이다
이란은 산맥과 거대한 사막 때문에 적이 침공하기도 힘들지만 국민을 통합시키기도 어렵다. 따라서 지리는 〈이란의 힘을 제약〉하는 조건이 된다. 이란이 뉴스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은 별로 없다. 중동의 주요 강대국, 이 지역 전역에서 테러와 공포와 피를 뿌리는 억압적인 정권, 이스라엘과는 팽팽한 긴장 관계에 놓여 있고, 걸핏하면 미국과 기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는 잠재적 핵 보유국,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이든 다른 어느 나라든 선뜻 파병을 결행하고 싶어 하지 않는 나라가 이란이다.
특히 시아파 정부가 지배하는 이란은 주변의 수니파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는 상황에서 예멘, 레바논, 시리아 등의 내전에 개입하면서 〈중동의 패권을 놓고 이웃 나라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또한 1979년 호메이니를 주축으로 한 〈이란 혁명〉을 거치면서 〈종교를 빙자한 폭력〉을 통해 국민들 삶의 모든 영역에 이슬람 혁명 정신을 심겠다는 각오로 사회 전반에 철권통치를 펼치고 있다. 게다가 국제 사회에 대한 이란의 공격적인 대응 방식은 이 나라의 〈고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그들은 이렇게 〈신의 과업〉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 제4장 영국: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지리적 입지〉, 그 지리에서 파생된 분리의 정서가 남아 있다
21세기에도 북유럽평원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섬이라는 그 〈지리적 위치〉가 갖는 영향력은 여전하다. 대영제국으로 번창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나라의 지리에 얼마간 기인한다. 무엇보다 대양으로 진출하기 쉬웠던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영국은 바다 덕분에 유럽 본토의 과도한 정치적 혼란과 전쟁, 대학살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영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리적 힘〉을 지닌 나라다. 지리로 인해 생겨난 이러한 〈분리의 정서〉가 브렉시트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영국의 〈경제적, 군사적 힘이 급성장〉한 것은 1707년의 연합법(Acts of Union 1707)으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단일 국가로 통합된 뒤부터였다. 하지만 〈통합〉을 통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이 나라는 지금은 〈분리와 탈퇴〉의 형태인 〈브렉시트〉로 위험에 빠져 있다. 이후 〈새로운 동맹〉을 찾고 있으며, EU 〈바깥에서〉 파워 블록을 형성하려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스코틀랜드의 독립〉이다. 스코틀랜드가 떠난다면 영국은 단일 국가일 때 누렸던 전략적 및 지정학적 이득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될 것이며, 영국의 국제적 위상에 미치는 악영향은 〈영국이 EU를 떠나는 것에 비견되지 않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 제5장 그리스: 그 위치 때문에 고대부터 현재까지 열강들의 게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이 흙을 체로 걸러 세상에 뿌린 데서 비롯됐다는 그리스는 6천 개가 넘는 섬들과 에게해, 지중해, 이오니아해에 둘러싸여 있는 등 〈그 어느 곳도 바다에서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지 않다〉. 또 북쪽에 있는 산들은 교역을 하는 데는 방해가 되지만 적의 위협을 막아주는 데는 좋은 방벽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리스가 안정과 번영을 구가하려면 〈해상 권력부터 장악〉해야 한다. 즉 해양 강국이 돼야 한다. 따라서 〈바다와 산〉이라는 두 요소야말로 그리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다.
고대부터 그리스의 지리는 이 나라를 제약하기도, 열강들의 게임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기도 했다. 로마, 비잔티움, 오스만 제국, 영국, 터키, 그리고 러시아까지도 그리스를 끊임없이 침략하거나 지배해 왔다. 이들 나라들은 하나같이 〈에게해〉와 〈지중해 동쪽〉을 지배하려고 했고 그리스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에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뒤처지고, 소외되고, 밀려나게 되었다. 이제는 EU, 나토, 어수선한 중동, 그리고 난민들이 야기한 위기의 교차점에 서 있는 처지가 되었다. 게다가 이곳에서 〈해저 가스전이 발견〉되면서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이 가세하는 등 이 나라는 또다시 〈외부 세력에게 중요한 부동산〉이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5_tZnzWWyo
▣ 제6장 터키: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았지만 〈오스만 제국의 부활〉을 꿈꾸느라 친구는 별로 없다
이곳처럼 목 좋은 곳은 늘 외부 세력들이 호시탐탐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눈독을 들이기 마련이다. 특히 동, 서, 남, 북, 사방팔방으로 향하는 무역선들이 최종 목적지로 가려면 이곳을 통과해야만 했다. 게다가 터키는 유럽으로 들어가려는 이주민과 난민 행렬이 통과하는 관문 중 하나로 그 문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이 문지기가 된다는 것은 〈권력을 쥔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시리아와 리비아 등 아랍 세계 전역에서 벌어지는 분쟁에도 점점 더 자주 개입하면서 다른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부딪히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들의 지배력과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터키의 야심은 〈신오스만주의neo-Ottomanism〉의 분명한 신호다. 이는 유럽, 중동, 중앙아시아까지 전 방위를 아우르면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힘을 다시 한번 과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국 내 사정에 대한 약간은 어색한 헛기침과 수군거림 속에서도 〈터키의 지리적 위치는 서방 세력의 마음속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점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나라는 초대 대통령인 아타튀르크가 현대화를 시도하면서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했으나, 〈에르도안 정권〉이 들어서면서 나토에 대해 미온적이며 이전의 오스만 제국 땅에서 영향력을 상실한 것에 분노하는 이슬람 이념에 뿌리를 둔 정당이 이끌어가는 나라가 되었다. 새로운 세기로 들어서면서 터키가 EU에 가입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그들은 〈과거〉로 눈을 돌렸다. 즉 〈민주주의 사회로 가려다 이슬람 사회로 방향을 튼〉 이 나라는 이제 이웃 나라들과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으며, 외교 전선에서도 점점 더 고립으로 치닫고 있으며 신뢰 또한 잃어가고 있다.
▣ 제8장 에티오피아: 그래도 지리는 그들 편이다
에티오피아의 지정학적 위치와 그 중요도를 규정하는 것은 바로 〈물〉이다. 청나일강의 상류 쪽에 위치한 에티오피아에는 〈12개의 커다란 호수가 있고 9개의 큰 강〉이 있다. 그 덕분에 이웃 나라 대부분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보니 그들에 대해 큰 정치적 영향력을 쥐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이 나라에 부족한 것은 해안과, 직접적으로 해상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다.
〈식민 지배를 받은 적 없는〉 이질적인 공동체들의 나라인 에티오피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지역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이 나라 또한 종족 간의 피를 부르는 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가난과 기근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지만, 지리가 이 나라의 〈성공 스토리〉에 일조하고 있다. 바로 나일강의 수계를 이용한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 건설 덕분이다. 사실 〈에티오피아가 가지고 있는 동맹이라고는 이 나라의 지리밖에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이만한 친구가 또 없다〉. 아프리카의 급수탑으로서 에티오피아가 기술과 자원을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이 나라는 이 지역의 핵심 세력이 될 수 있다.
▣ 제9장 스페인: 지리의 방해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스페인은 유럽 국가 중 가장 산지가 많은 곳이다. 이 나라의 산악지형과 면적(영국보다 2배나 큰!)은 〈최전성기 때조차도 부의 창출과 교역과 정치적 통합을 방해〉해 왔다. 산맥과 강들이 물자와 사람의 이동을 어렵게 한 탓에 스페인은 강력한 〈중앙 집권 국가로 가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 때문에 각 지역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적 및 언어적 정체성을 그대로 간직하며 각자의 방식대로 지역을 독자적으로 운영해 왔다. 따라서 바스크나 카탈루냐 지역 등은 〈분리 독립〉을 요구하며 폭력사태를 일으키는 등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의 끝이지 않는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 나라의 지리가 잉태한 이 같은 국내 문제들, 발전을 가로막는 균열들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한 스페인의 사령관은 이렇게 말했다. “라 지오그라피아 만다La geographia manda.” 즉 “지리가 모든 것을 통제한다.”라고. 그런데 〈그 지리는 그들 편이 아니었다〉.
▣ 제10장 우주: 미래에 〈또 다른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우주 공간은 정치적 각축장이 되고 있다. 향후 몇십 년 내에 미래의 우주 탐사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저궤도〉다. 통신위성과 군사 분야로 확대돼 가고 있는 위성들이 자리 잡은 곳도 여기다. 이곳을 통제하는 나라야말로 지구 표면 전체에서 거대한 군사적 이점을 얻어갈 것이다. “저궤도를 지배하는 자가 지구 근처 우주를 호령한다. 지구 근처 우주를 통제하는 자가 테라를 지배한다. 테라를 지배하는 자가 인류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미국 국방부는 “우주는 전쟁터다!”라고 말했다. 20세기에는 핵전쟁 발발이 우리의 삶을 파괴할 위협이었다면, 이제는 우주에서의 전쟁이 지구를 뒤흔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