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달은 클레이 코트에 최적화된 선수로 평가되지만, 어쩌면 비욘 보리를 능가하는 클레이 코트 역대 최강의 선수라 평가받을 만 하지만 지난 2년 동안에는 잔디코트인 윔블던에서 연속으로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지난 해 윔블던 결승 페더러 vs 나달의 경기는 숨막히는 명승부로 나달에게도 승리의 기회가 여러번 찾아 왔지만 황제 페더러의 저력과 서브의 위력이 돋보여 결국 3-2로 승리를 가져가면서 5연패. 나달은 아쉬운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클레이 코트와 잔디 코트는 완전히 상반된 성격의 코트입니다.
클레이 코트가 공의 스피드가 느려지고 대신 바운드가 큰 특징이 있다면 잔디 코트는 공의 스피드가 가장 빠른 대신 공이 낮게 깔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포핸드 탑스핀과 빠른 발, 무한체력을 주무기로 하는 나달에게는 분명 클레이 코트가 플레이 스타일상 적합한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전혀 상반된 코트인 윔블던에서도 2년연속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결승 상대가 역대 최고의 선수 페더러만 아니었다면 그도 한번 쯤은 우승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비욘 보리라는 왕년의 대스타는 플레이 스타일이 탑스핀을 즐기고 빠른 발과 무한 체력을 지녀서 어쩌면 나달과 흡사한 면이 있는데 그는 클레이 코트에서 매우 강했을 뿐만 아니라 윔블던도 5연패를 해서 무척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신기한 선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나달도 보리와 비슷한 것인지... 점차 윔블던 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몇몇 분들은 나달이 윔블던에서 선전하는 이유가 윔블던 잔디코트에서 결승까지 갈 무렵이면 잔디 손상이 커서 클레이 코트화 하기 때문에 나달에게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다는 설을 제기합니다. 페더러를 좋아하고 나달의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테니스 해설가인 주원홍씨도 페더러가 결승에서 나달에게 고전할 때 이런 설을 제기 했었죠.
그래서 어떤 분들은 나달에게 윔블던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는 16강전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즉, 초반에는 잔디도 생생하지만 나달이 맞이하는 상대들이 약체일 수 밖에 없어 그다지 위험하지 않고 결승가까이 가면 잔디가 많이 손상되어 나달에게 유리해지니 잔디가 생생한 편이고 강한상대를 만나기 시작하는 16강전이 나달에게는 가장 고비라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그럴 듯 하기도 한 이야기인데 저는 나달을 다소 깎아 내리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근거가 희박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달과는 어쩌면 정 반대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샘프라스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미리 말씀드리면 과거에는 샘프라스 광팬이었고 최근에는 나달의 열렬한 팬입니다. 전혀 상반된 두 선수를 차례로 좋아하게 되었죠.
샘프라스는 서브 앤 발리에 가까운 올어라운더라 할 수 있습니다. 잔디코트와 하드코트에서 강했는데 특히 잔디에서는 무적에 가까와서 윔블던을 7차례나 제패하였습니다. 대신 클레이 코트에서는 매우 약해서 프랑스 오픈에서는 최대 성적이 4강 진출이었고 그나마도 딱 한번 그랬습니다. 대부분 조기 탈락했었죠.
샘프라스는 피스톨 샘프라스라 불릴 정도로 강력하고 빠른 서브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샘프라스를 보면 185센티에 77킬로로 지금의 페더러와 신체조건이 거의 흡사합니다. 서브만큼은 페더러보다 확실히 샘프라스쪽이 우위라고 보여지는데 샘프라스는 굉장히 넓고 강해보이는 어깨를 지녔습니다. 광속 서버의 원천이라고 개인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달의 우람한 왼 팔뚝 근육이 그의 역대 최강급 탑스핀의 근원지이듯이.
또한 샘프라스는 자로 잰 듯 강력하고 정교한 스트로크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라인 근방에 떨어지는 정교한 스트로크와 패싱샷도 일품이었죠. 그러나 이부분은 페더러쪽이 더 우위라고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샘프라스의 스트로크도 매우 강하고 정교했습니다.
샘프라스는 파워풀한 스트로크와 서브 앤 발리로 속전속결형의 선수였고 체력도 왕체력이라 할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클레이 코트에서는 그의 장점이 거의 발휘될 부분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전 99년도 윔블던 결승인 샘프라스와 애거시의 경기를 감상하였는데 (샘프라스가 우승했죠.) 잔디 코트의 상태는 지난해 결승전 나달과 페더러의 경기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라인근방은 잔디가 거의 다 훼손되어 흙바닥이 나출되어 있고 코트 중앙부분도 군데군데 많이 잔디가 훼손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죠. 아래 캡쳐화면을 보시면 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캡쳐화면 올리는 법을 몰라 파일로 첨부했네요. 쩝.. 컴퓨터실력이 형평없어서리. 빈문서1로 된 파일을 열어보시면 캡쳐 화면이 보입니다만)
지난해와 지지난해만 유독 잔디가 상했던 것이 아니라 통상 윔블던 코트는 결승무렵에는 이런 상태가 됩니다. 그렇다고 이정도 손상된 잔디 코트가 클레이 코트와 비슷한 코트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만일 그렇다면 클레이 코트에서 유독 약한 샘프라스가 윔블던 결승에서 무패행진을 거듭하며 무적의 모습을 보여주었을 리가 없는 것이겠죠. 잔디가 어느정도 상해도 잔디코트의 특성은 그대로 살아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달이 잔디에서 점차 강해지는 이유는 비슷한 스타일의 왕년의 대스타 비욘 보리의 경우와 비슷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보리도 초창기에는 잔디코트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윔블던 성적이 신통치 못했지만 잔디코트에서 맹연습을 거듭하면서 결국 윔블던을 제패했습니다. 나달의 경우도 잔디에 적응한 것으로 봐야지 잔디코트가 조금 훼손되었다고 클레이 코트로 변할 정도로 보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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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입니다. 비욘 보리의 경우, 윔블던에서는 서브 앤 발리를 자주 사용하는 스타일로 자신을 변모시키기도 했지요. 어차피 잔디코트의 특성상 서브 앤 발리 없이 우승하기는 힘듭니다. 1992년 애거시가 아주 특이한 케이스였죠. 페더러의 경우, 샘프라스보다 프렌치오픈을 거머쥘 가능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변형된 서브 앤 발리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고, 세컨드 서브의 경우는 엄청난 높이로 튀어 오르는 킥 서브를 구사합니다. 클레이 코트에서 유리한 서브죠. 그리고 말씀하셨듯이, 스트로크 부분에서 샘프라스보다 낫습니다. 특히, 바운스된 공이 튕겨 오르고 있는 타이밍에서 받아쳐 버리죠. 그 부분에서 애거시 이후로 최고입니다.
그리고, 잔디 코트가 2주 쯤 지나면 클레이 코트처럼 변한다는 주장을 어떤 해설위원이 하신 것 같은데.... 오히려 그 정반대입니다. 잔디 코트의 잔디가 벗겨지는 시점이 되면, 서브된 공이 더 빠르게 미끄러져 들어 갑니다. 우리나라에 잔디 코트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그 해설하시는 분이 잔디 사이로 보이는 땅바닥만 보고 평을 하셨나 본데요... 공이 더 낮게 깔리고 더 빨라지는 것이 2주 째 되는 잔디코트의 특성입니다. 그래서, 날고 기는 선수들도 윔블던 2주 째가 되면 힘들어 하고, 정통 서브 앤 발리 선수나 서브가 강한 선수들이 나중까지 살아 남는 것이죠. 그래서 나달이 위대하다는 겁니다. 보리가 환생을 한 것 같습니다.
닥터J님께서 테니스에도 관심이 많으셨군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