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 장애이지만 동물학 교수이자 동물복지학 교수가 된 Temple Grandin은 자폐증을 정체성의 일부라고 표현한다. 스페셜 올림픽 코리아 선수 위원장으로 지내면서 바리스타를 거쳐 도서관 직원으로 근무 중인 최원재 별의친구들 가디언도 자폐성 장애와 경계선 지능을 지녔으나 조절과 배움, 참여와 존중, 포기하지 않고 즐기는 마음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잘 아는 일런 머스크도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자폐증이나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현상을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말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자폐성 장애도 독특한 다른 특성임을 알 수 있다. 세상은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신경전형적인 모습을 갖춘 사람(neurotypical)이고 또 하나는 신경다양성을 갖춘 사람(neurodiverse)이다. 신경전형적인 모습을 갖춘 사람을 능력이 있는(abled) 사람으로, 신경다양성을 갖춘 사람을 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differently abled) 사람으로 말할 수 있다.
신경다양성은 장애의 관점을 벗어나 그들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재능과 가치 등을 찾아내는 관점을 갖는 것이다. 진단을 넘어 신경다양성으로 새로운 재능과 가치로 나아갈 것을 토마스 암스트롱은 강조했다. 지능은 변한다. 고정되어 있지 않다. 특히 지능은 환경에 따라 변하고 뇌 중에 좌뇌가 많이 변한다. 지능이 낮은 것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진단보다는 상처가 낙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아이들의 장애를 무능의 패러다임으로 가두지 않아야 한다. 다른 방면의 재능을 찾아주는 것이 시작이다.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일, 꾸준히 지원하는 팀과 교사, 가족을 유지하고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분위기로 전환해야 한다.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장소를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다.
증상이 아니라 독특함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답이 다를 뿐이다. 긍정심리학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라고 말한다. 증상이 아니라 특성이다. 징후가 아니라 능력이다. 다른 것이 더 아름답다. 숨 막히는 획일주의 문화 속에서 오래 살아온 우리는 다름에 대한 인정과 포용이 더 어렵지만 진화와 발달의 본질은 계속 변화하고 달라지는 것이다. 다른 것을 함께 하고 다른 것을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것으로 보고자 하는 노력은 우리의 본질에 해당하는 것이다. 다른 것을 배척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양성은 우리를 진보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요소다.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다.
신경다양성을 새로운 사회적 힘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이미 시작되었다. 그간 질병과 장애로 설명되면서 정상과 비정상을 단절된 차원에서 이해하던 것을 넘어 신경다양성으로 이해하고 정상과 비정상을 연속체로 이해하자는 제안이 늘어나고 있다. 덴마크에서 시작된 NPO 법인 스페셜리스테른은 100만 명의 자폐 그리고 신경다양성 사람들에게 마인드셋의 세계적 변화와 사회적 기업가 정신, 공공과 기업의 참여로 의미 있는 고용을 만들어가고 있다. 신경다양성 사람들의 재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신경다양성 이론의 선구자 토마스 암스트롱이 말하는 8가지 원칙이 있다. 뇌는 기계가 아니라 생태계처럼 작동한다. 인간과 인간의 두뇌는 역량의 연속선 위에 존재한다. 인간의 역량은 자신이 속한 문화의 가치관에 의해 규정된다. 장애냐 아니냐는 언제 어디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성공적 적응은 주변 환경의 요구에 따른 뇌의 적응에 따른다. 성공적 적응은 자신의 뇌 특성에 맞춘 적소(틈새)를 찾는 것에 달려 있다. 적소 구축은 여러 전략에 따라 가능하다. 긍정적 적소 구축은 직접적으로 뇌가 변화하도록 하고 이것은 환경 적응력을 높인 진화된 인간을 만든다. 신경다양성 인류를 위한 적소를 만드는 일은 삶의 자리를 만드는 일이며 공동체, 다양성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진단보다 상처가 중요하다. ADHD 등 외현적 문제를 지닌 아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운 점은 혼나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혼나고 학교에 가서 혼나고 학원에서 다시 혼나며 엄마에게 혼나고. ADHD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공존하는 장애가 문제다. ADHD는 행동, 학습, 관계에 영향에 미칠 뿐이다. 과잉 행동은 약물로 가능하지만 주의력은 약물로도 불가능하다. ADHD 아이들이 많이 가지고 태어나는 유전자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기질이다. 자극을 갈망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다.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부산함으로 볼 것이 아니라 부지런함으로 본다. 나대는 것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미리 알아보는 또 다른 능력으로 바라본다. 떠드는 부정적 행위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활기 있는 모습으로 관점을 바꾼다. 왕성한 발표력, 에너지 넘침, 호기심 많음. 열정적인 아이 등과 같이 증상이 아니라 독특함으로 인식한다.
신경다양성을 갖춘 사람에게 '누구나 해야 되는 기본적인 것이 있다' 라는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해답이 없다. 오히려 그동안 '네가 억울하게 살아온 것을 다 안다'라는 긍정적인 관점이 필요한 때다. 일례로 외국에서는 그들을 위한 '최소제한교실'을 구축하여 ADHD 특성에 맞춘 특별한 장소를 구축한다고 한다. 다른 방식으로 재능을 가진 것을 발견해야 한다. 창의성과 희소성은 어찌 보면 우리 정신세계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특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자폐의 재능계로 다양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다. 회계사, 공예가, 자동차 정비사, 산업 디자이너, 컴퓨터 프로그래머, 수의사 보조, 실험실 기술자, 은행 직원, 사무원, 통계 전문가, 정원사, 산림 경비원, 목수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할 수 있다.
맞춤형 지원을 위한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 적소 구축이다. 동류끼리 지낼 수 있도록 한다. 기능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지원이 가능한 곳에서 멘토와 함께 지낸다. 개성에 맞는 공간을 찾아 준다. 증상이나 징후를 전환시키고 환경을 구축, 그들을 존중하고 융통성 있게 긍정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교실에서는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한다. 뇌 기능이 다른 아이들을 위해 교수법을 다양화한다. 교사는 각 학생이 학습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때로는 온라인으로 수학을 배우는 것을 더 쉽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