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절 '친절'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가 뭔지 아십니까? 불교도 기독교도 또는
유대교나 회교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입니다····."
-법정 스님이 어느 법석에서 하신 말씀
석가모니 부처님은 길에서 태어나 평생을 길에서 살다가 길에서 돌아가셨다.
생명평화 순례를 하기 위해 전국을 5년 동안 누빈 도법 스님은 이만 오천 리나
걷고, 칠만 명이 넘는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깨달음을 얻은 뒤 40년 넘는 오랜 세월을 길에서 보낸 부처님은
얼마나 많은 거리로 걷고 얼마나 많은 이들을 만났을까.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곁으로 갔다.
병자나 천민, 왕을 비롯해서 누구 누구 가릴 것 없이 자신과 문제를
함게 해결하기를 바란다면, 어느 곳도 마다하지 않고 손수 찾아나녔다.
그에겐 너무나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 손님을 위한 부처님 욕심은 끝 간 데
없었다. 제자들이 법을 전하러 떠날 때도 꼭 혼자서 가라고 했다. 왜 그랬
을까? '세상 모든 나를 향한 배려'를 위한 끝 간 데 없는 서원 때문이었다.
세상에 조금씩 쌓여가는 문제를 그냥 내버려두기만 하면 겉으로는 참 조용하다.
아주 조용히 문제가 쌓여갈 뿐이니까.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 해결하려고 들면
조금도 소란스럽고 피곤해진다. 온 집안 대청소만 해도 식구들 모두 이런저런 불편이
나 소동이야말로 문제 해결을 위한 열쇠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견딜만하다.
잘산다는 것은 알고 건강한 삶을 위해 지금 불편을 무릅쓰고 청소를 하고,
내 불편을 잠시 견디어 다 함께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정조 때 문장가 유한준 말이다.
옛날에는 '사랑하다'라는 말뜻이 'ᄉᆞ라ᇰᄒᆞ다 생각하다'로 사랑하다,
그립다는 뜻을 함게 품고 있었다.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사랑이 된다는
이야기로, 결국 사랑하려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이다.
상대 처지가 되어 깊이깊이 되새겨
그리움이 쌓이지 않으면 친절하기 어렫다는 말이다.
나를 위한 일이든 남을 위한 일이든 개인과 전체를 따질 것 없이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 바탕에는 그 대상에 대한 사랑이 짙게 드리워 있다.
그 사랑 토대 위에 배려하는 마음씨가 뿌리를 내려 '돕다'가
가지를 치고 잎을 맺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친절과 따뜻한 보살핌이 믿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간다.
이 절 저 절 가운데 가장 큰 절은 역시 친절이다..
법정스님 숨결 변택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