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시시각각 궂은 날씨
2023년 11월 7일 화요일
음력 癸卯年 구월 스무나흗날
꽤나 오래 갖고있던 케케묵은 자료를 버렸다.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지니고
있어봐야 결코 바람직한 것도 아닌 하찮은 것,
그걸 왜 여태껏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었을까?
그 어떤 것이라도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에서
비롯된 집착이라고나 할까? 혹시라도 언젠가
그것이 필요하면 어쩌나, 문제가 생기게 되면
근거자료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 그게
바로 쓰잘데 없는 자료를 잔뜩 껴안고 있었던
원인이었다. 버릴 것은 가차없이 버려야 하고,
내려놓을 건 미련없이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모르는 것은 아니다. 허나 생각만 가지고 있어
봐야 소용없는 일, 실행이 더 중요한데 말이다.
어찌되었거나 오늘을 계기로 차근차근 정리해
과거의 쓸데없는 흔적들은 과감하게 버리자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고...
마치 장마철에 태풍이 불어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듯한 날씨가 하루종일 오락가락하여
집안에만 있으려니 잡념에 상념까지 뒤엉켜서
머리를 어지렵혔다. 그 덕분에 버릴 걸 챙기고
버리게 되었으니 날씨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할까?
그나저나 날씨의 변덕이 장난이 아니다. 어제는
날씨가 미쳤구나 할 정도로 엄청 변덕스러웠다.
아침에 영상 15도였던 기온이 낮으로 갈수록
뚝뚝 떨어지더니만 저녁무렵에는 영상 3도까지
곤두박질을 했다. 그뿐인가? 어제가 가을이라면
오늘 아침은 겨울이다. 수은주가 영하 2도까지
사정없이 떨어졌다. 비는 그쳤지만 바람은 아직
멈출줄 모르고 분다. 체감온도는 꽤 될 것 같다.
하루 사이 일교차가 이렇게 많이 날 수 있을까?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고 해도 날씨의 변화와
자연의 변화에는 우리네 인간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인 것 같다. 난롯불을 지펴놓았다.
좋다! 아~ 이 따뜻함을 그 무엇에 비교할까?
저녁무렵 마을 아우가 올라와 카페에서 따끈한
커피를 마시고 집으로 오다보니 때아닌 시기에
꽃을 피우고 강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수모를
겪고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이 세상 만물은 모두
때에 따라 시기에 맞춰 생장(生長)하는 것이다.
우리네 인간이나 동물은 나고, 자라고, 번식하고
그리고 늙어서 죽는 일련의 생장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게 바로 일생이다. 식물의 생장과정 또한
이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년생인 경우에는
한 사이클로 끝나지 않고 이어지겠지만 대부분의
식물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잎과 줄기가 자라고,
꽃이 피고, 번식을 위한 열매를 맺고, 죽는 것이
식물의 생장요소인 것이다. 그런데 저 녀석들은
머잖아 추위가 몰려오면 줄기도, 잎도, 꽃도 얼어
제대로 씨앗을 맺어보지도 못하고 사그라지고 말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할까?
어찌되었거나 때와 시기, 철도 모르고 핀 꽃들을
보는 마음은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애처로움이 더
앞서는 것이었다.
궂은 날씨에 한 일이라곤 아침나절 아내 친구에게
보낼 택배작업을 하여 읍내 택배사 다녀온 것 외
한 일이 없다. 딱히 휴일이 없는 농부라곤 하지만
농한기에는 일을 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다.
어제처럼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는 바로 완전한
휴일이다. 책을 읽어야겠다고 펼쳤지만 몇 페이지
읽지도 못하고 덮었다. 전처럼 책을 잡았다 하면
끝장을 내던 것은 오랜 옛날이 되고 말았다. 눈이
말을 안듣는다. 쉬이 피로해지는 눈, 바로 시력이
문제다. 이제 책을 읽는 것도 조금씩 시간을 나눠
쉬엄쉬엄 읽어야만 한다. 그렇게 읽어대던 독서도
내맘대로 못하는 처지가 되었구나 싶어 서글프다.
이맘때부터 겨우내 아내가 챙는 주는 생강계피차
(생강, 계피 달인 차에 밤, 대추, 곶감, 호두, 잣을
넣고 뎁혀서 마시는 건강영양茶)와 호박말랭이를
먹고 마셔 힘을 내어 책읽기에 매진하는 올겨울을
만들어 보자!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저도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에
옛것들이 쌓여있어요.
언제부터인가
법정스님의 하루
한가지씩 버리는
무소유의 삶을
따라하고 있습니다만..
ㅎㅎ
계피 생강차와
함께 여유로운 날
되세요.
일년에 한번도 안보는 자료,
그저 욕심이고 집착이라서
큰맘먹고 버리기로 했죠.
마음이 가뿐합니다.
더 버려야겠습니다.
꼭 필요한 것 외는 전부...
날씨가 갑자기 차갑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너무 맛나 보입니다
오늘도 멋진 하루 만들어 가세요
이 시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맛도 좋고, 영양도 좋고...
드시러 오세요.ㅎㅎ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