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옷을 해골위에 걸치고
외제 메이커 열컬레 신발을 두고
안팎으로 세겹씩 찢어져 걸려 넘어지면 개망신을 당하게 생긴
신발을 질질끌고 다닌다
애교쟁이 후배가 분홍티에 손수만든 꽃무늬 머플러를 선물하려다가
나의 고난주간을 욕되게 만들려느냐 호통을 친다
조형 미술대학장 시어머니 이분은 사순절만 되면 이러고 다닌다고 엄숙히 보탠다
잘못했다 싹싹빌고 언니 부활이오면 받아주실 거지요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같은 자애깊으신 신부님께서
보속의 자색 제의를 벗으시고 희망의 분홍옷을 입으신다
메마른 땅에 뿌리박고 가까스로 돋아난 햇순 늠름한 풍채도 멋진 모습도 없는
눈길을 끌만한 볼품도없는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고 퇴박을맞는
고통을 겪고 병고를 아는 그가 속삭인다
걱정을 단식하고 신뢰하라고 불평을 단식하고 단순하라고 스트레스를 단식하고 기도하라고
슬픔을 단식하고 감사하라고 쓰라림을 단식하고 기쁘시라고
사냥하는말을 단식하고 상냥한말을 하라고 화를 단식하고 인내하라고
비관주의를 단식하고 희망하라고 이기심을 단식하고 연민하라고 원한을 단식하고 화해하라고
삼일은 스위스로 안락사!
이틀은 옳다 그르다 잘난체
하루는 연명의료 중단?
지나치게 친절하신 여교수님께서
육십만원짜리 비급여 뉴라펙도 모자라
팔십만원짜리 뉴라스타를 면역주사로 맞으라신다
아침 출근길엔 산수유가 피고
저녁 퇴근길엔 매화가 피는 봄날이다
착하고 이쁜 주무관이 분홍 파스텔톤의 마우스패드 겸용 책상패드를 깔아준다
영광의 붉은해가 떠오른다
꿈꾸는 천사
진달래 할머니가
미치고야 마는 봄날이다
눈뜨기도 귀찮아 눈을감고 봄길을 걷는다
왼쪽엔 추악한 통증이 신파람을 불어도 오른쪽은 안가로운 폭신폭신함이 나를 꼬실는다
아르르르르 백목련이 핀다
진달래 춤추는 봄날이 온다
첫댓글 꿈꾸는 천사 봄날이시기를 ㆍ
눈을 감고 봄길을 걷는 천사의 봄날입니다.
천사님,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이 봄에 추악한 통증 사라지고 평온과 함께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