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등록 대부업체로 위장한 미등록(불법) 업체에서 200만원을 빌렸다가 고초를 겪었다.
김씨는 대출 중개 사이트에 등록 대부업체라며 올린 소개 글을 보고 연락을 했지만 정작 연결된 곳은 이름이 유사한 미등록 업체였다.
김씨는 미등록 대부업체인지 모른 채 대출을 받았다가 연 240% 살인적인 고금리에 내몰렸다. 김씨가 돈을 제때 갚지 못하자 미등록 대부업체는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일삼았다.
최근 사채 시장에서는 김씨를 속인 것과 유사한 신종 불법 영업 방식이 판치고 있다.
등록 대부업체와 미등록 업체가 사실상 한 팀을 꾸려 영업하는 것이다.
우선 등록 대부업체가 대표 사채 중개 플랫폼 ‘대출나라’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글을 올린다.
대출이 필요한 사람이 이 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곧 연락드리겠다”고 응답한 뒤 해당 고객 연락처를 미등록 대부업체에 넘긴다. 등록 대부업체인 줄 알고 돈을 빌린 소비자는 이렇게 불법 사채의 늪에 빠져든다.
이런 불법 영업은 대표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소액 대출이나 긴급 대출, 무직자 대출 등을 네이버에 키워드로 검색하면 ‘파워 링크’나 ‘비즈 사이트’ 등 광고를 단 대부업체가 수백 곳 나타난다.
이들은 모두 등록 대부업체라는 점을 강조하며 웹사이트 최상단에 대부중개업등록번호를 걸어둔다.
하지만 이곳에 연락처를 남기면 대부분 불법 대부업체로 연결된다. 네이버가 금융 소비자를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모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불법 사채로 인한 금융 소비자 피해는 최근 늘어나고 있다. 2021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 사채 관련 피해 신고 건수는 9240건으로 전년(7350건) 대비 25.7% 폭증했다.
같은 기간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대부업체 수도 6810곳에서 7820곳으로 14.9% 증가했다.
반면 대부업체 대출 잔액은 2018년 말 17조3500억원에서 지난해 6월 말 15조8800억원으로 약 5년 새 8.5% 감소했다.
대부업체 수는 점차 늘어나지만 내주는 대출금 규모는 작아지는 영세화 현상이다.
이들 영세 대부업체가 미등록 업체와 손을 잡으면서 대출 잔액은 줄고 피해자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자체 관리는 미흡한 실정이다.
규모가 가장 큰 서울시마저도 미등록 대부업체의 이런 신종 영업 수법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인력 부족이다. 서울시는 현재 15명가량이 등록 대부업체 3560곳을 관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등록 대부업체는 등록 업체의 두 배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면서 “대부업체를 관리할 인원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지자체가 아닌 경찰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동 금융범죄예방연구소장은 25일 “최근에는 등록·미등록 대부업체가 한 데 섞여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몇 안 되는 지자체 공무원이 이를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신재희 기자임송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