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의 '청포도'가 '광야'와 함께 노래로 불리게 된 것은 1968년 5월 5일 안동의 낙동강 가에 육사의 시 '광야'가 시비로 세워지고 그날 저녁에 추모 공연을 시내 대안극장에서 할 때였다. 나는 그 무렵 고향 안동에서 교직생활을 하며 문학 지망생들과 “안동문학회”를 조직하여 문학 활동도 하고 있었는데 4월 중순경에 안동시장이 나를 불러선 5월초에 육사시비 제막 기념행사를 하게 되니 안동문학회가 맡아서 무보수로 행사를 치러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날 행사 전반을 기획하게 된 나는 친구 작곡가 이춘길(1942~2013: 사진)에게 이 두 시에 곡을 부쳐서 무대에 올리자고 했던 것이다. 연세대 종교음악과를 나와서 안동에서 음악교사를 하며 안동교회에서 성가대를 지휘하던 이춘길의 작곡과 지휘는 너무나 훌륭하였고 시내 여러 교회의 성가대원들 중 엄선한 단원들로 맹연습을 시켜서 합창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사회를 보던 나도 합창 땐 테너 줄에 서서 입을 크게 벌리고 열심히 노래를 불러댔다. 이춘길이 나를 합창단에 넣어 준 것이었다. 이육사 시의 최초 작곡가 이춘길은 그 단원들로 안동시립합창단을 결성하였으나 당국의 지원 부족으로 얼마 가지 않아서 해체하고 L.A로 건너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돌아와 대구 계명대학교 교수가 되고 서울로 올라가 명성교회의 상임지휘자가 되더니 합창단을 이끌고 외국 여러 나라를 순방하며 자선공연을 한 사람이다......"
(김원길 시인의 <아름다운 몽상, 육사의 "청포도"> 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