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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현재 국내 주식시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해외 주요국의 주식결제는 T+2일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결제주기는 차감(netting)을 통해 실제 거래 규모를 줄여 거래 효율성을 높이고 결제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매매 체결 시점부터 실제 결제 시점까지의 기간동안 거래당사자들의 재무 상태가 변동하거나, 주식가격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해 거래 당사자들이 거래를 이행하지 않는 신용리스크가 존재한다. 이는 결제주기를 단축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팬데믹 기간동안 높은 증시변동성을 경험한 미국의 증권업계와 개인투자자들은 결제주기 단축을 주장하였다. 이에 미국은 2024년 5월 28일부터 주식시장 결제주기를 T+1로 단축할 것을 발표하였다. 미국 증권시장과 업무 연관성이 높고 중복 상장종목이 많은 캐나다와 멕시코도 같은 주에 결제주기를 단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DTCC에 따르면 결제주기가 T+1으로 단축됨에 따라 미국 주식시장의 결제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증거금률은 4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시장의 결제주기 단축을 9개월 가량 앞둔 시점에 조사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아직 결제주기 단축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마치지 못하였다. 전 세계 증권업계를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자와 보관업계의 40%만이 결제주기 단축이 시행되는 내년 5월 이전에 시스템 테스트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 답하였다. 또한 북미의 증권업계는 결제주기 단축에 대한 준비가 많이 진행된 반면, 유럽과 아시아의 준비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 2023년 1월 결제주기 단축을 이미 단행한 인도는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 운영을 보이고 있으나, 증권업계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
미국 결제주기 단축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내 증권사들도 야간오피스 운영, 브로커리지 변경 등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결제주기 단축시 증권의 배당 및 권리 처리일이 변경되어 개인투자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결제주기 단축 극 초기에는, 단기적인 결제불이행의 증가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주식병합 등의 이벤트 중에도 거래가 지속되는 미국 주식의 특성상 권리 처리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주식거래를 처음 시작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당황스러워하는 순간이 있다. 주식을 매도하고 그 돈을 출금하려고 했는데, 출금 가능 금액에 내가 주식을 판 돈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주식 거래는 T+2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즉, 오늘 주식을 팔기로 매도 계약을 체결하였으면, 실제 주식과 대금의 교환은 3거래일 날 이루어진다. 주식의 매수 계약 체결 시에도 마찬가지로, 3거래일에 실제 대금이 지불되고 증권의 소유권이 이전된다. 따라서 개인이 주식을 매도하여 받게 되는 대금은 주식을 거래한지 2일이 경과된 후에 찾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주식 매수 시 증거금만 납부한 경우, 2거래일 후까지 대금을 납부하면 정상적으로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주식결제는 실시간이 아닌 3일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일까? 2023년 10월 기준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주식 거래량은 14억주, 거래대금은 15조원으로, 국내 주식시장 상장주식의 23.22배, 시가총액의 12.4배 규모이다. 만약 매 거래를 실시간으로 결제할 경우 상장주식과 시가총액의 몇 배가 되는 규모의 증권과 대금이 초단위로 이동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는 거래비용을 고려할 때 매우 비효율적이다. 이에 반해 결제일을 뒤로 미루면 증권사들은 차감(netting)을 통해 불필요한 증권과 대금의 이동을 줄일 수 있다. 국내 장내 시장결제에는 증권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며, 각 증권사의 고객들이 일중 거래한 내용을 모아서 주식별 포지션을 결정한 후 최종 포지션에 따라 대금과 증권의 이동 방향 및 수량을 결정된다. 최근 5년간 장내주식시장 결제대금을 보면 2022년 기준 연간 총 거래수량은 4,009억주이나, 차감 후 실제 결제된 수량은 169억주로 전체 거래수량의 4.22%이다. 거래대금을 보면 전체 거래대금 4,687조원의 대부분이 차감되어 실제 결제된 대금은 3.61%인 169조원이다. 과거 실시간 결제는 기술적 한계로 구현 불가능하였으나, 기술이 발전한 현재에도 결제주기와 차감을 통한 거래 효율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신탁업자와 보관기관을 거쳐 이루어지는 주식기관결제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외국인투자자의 경우 매매체결을 통해 필요한 대금이 한화로 확정된 후 환전지시가 이루어지고, 매매확인, 결제지시 등이 시차가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최종 결제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결제주기를 길게 가져가게 되면 위험에 대한 노출이 비례하여 증가한다. 매매체결 후 결제 전까지, 청산결제회원인 거래당사자 일방의 재무상태가 악화되거나, 증권가격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인해 예정된 대로 결제를 이행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또한 개별 참가자의 결제불이행은 다른 참가자에게 전파되어 시장 전체에 연쇄적으로 결제불이행이 발생할 위험도 존재한다. 이러한 결제위험은 거래부터 결제까지 걸리는 기간에 비례하여 증가하기 때문에 결제주기 단축을 통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개별 거래소는 결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미결제포지션에 대한 거래증거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연결제, 매입인도 등의 제도를 통해 위험의 확산을 관리하고 있다.1)
미국의 결제주기 단축 계획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국은 주식시장의 결제주기를 T+2로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전 세계 주식시장의 42% 규모를 차지하는 미국에서 자국 주식시장의 결제주기를 T+1로 단축하기로 결정하였다.2) 미국의 결제주기 단축의 배경에는 게임스탑을 중심으로 한 밈 주식(meme stock)의 변동성 급등이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밈 주식을 폭발적으로 거래하면서 해당 주식의 거래량과 가격 변동성이 급격히 증가하였고, 증거금 요구 수준도 이와 비례해 증가하였다. 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로빈후드(Roobinhood) 등의 브로커리지는 해당 주식의 매입을 중지하였는데, 이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이 폭발하였으며 브로커리지를 상대로 여러건의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3) 이 사건 이후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증거금 부담 완화와 결제위험 축소를 위하여 결제주기 단축 요구가 제기되었으며, 가상자산 등 실시간 결제를 경험한 개인투자자들 역시 빠른 자금 회수를 위하여 결제주기 단축을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미국 중앙예탁청산기관(DTCC)은 결제주기 단축 필요성에 대한 백서를 2001년에 발간하였고, 백서에서 결제주기 단축을 통해 증거금을 현행의 41%가량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4) 2022년 2월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 표준결제주기를 T+1로 하는 규정 변경을 포함한 개정안을 발표하였다.5) 개정안에는 기관투자자들의 신속한 매매확인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과 CMSP(Central matching service provider)인 청산기관에 자동화된 결제 프로세스(Straight-through process: STP) 마련을 촉진하는 신규의무가 포함되어 있다. 최초 발표에서 SEC는 2024년 3월 1일부터 결제주기를 단축하겠다고 하였으나, 업계 및 캐나다의 의견수렴을 거쳐 2024년 5월 28일 결제주기 단축 시행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였다. 또한 미국 증권시장과 업무 연관성이 높고 중복 상장종목이 많은 캐나다와 멕시코도 2024년 5월 27일부터 T+1로 결제주기를 단축할 것을 발표하였다.6)
결제주기 단축 이행 준비 정도
결제주기 단축을 위해서는 현행 T+2에 기반하고 있는 결제 전반 업무프로세스의 단축이 수반되어야 한다. 증권업계, 특히 시차가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결제주기의 단축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증권업계를 대상으로 미국의 결제주기 단축에 대한 준비 정도를 묻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73%의 응답자만이 T+1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며, 준비 정도는 북미, 유럽, 아시아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7) 특히 결제주기 단축에 대비하기 위한 인원 확충, 시스템 자동화 등은 이미 준비가 진행 중이지만, 자금조달, 환전, 대차된 증권의 회수 등의 업무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가 부족한 상태라고 조사되었다. 특히 설문에 응답한 투자자와 보관기관 중 40%만이 2024년 5월 이전에 단축된 결제주기에 대응하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혀, 결제주기 단축 초반에 주식시장의 혼란과 결제불이행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인도의 결제주기 단축 경험
T+1로의 결제주기 단축이 투자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인도는 2021년 9월 결제주기 단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후, 2022년 2월 일평균 거래량 기준 하위 100개 주식부터 T+1 결제로 전환하였고, 2023년 1월 27일부터 전 종목에 대하여 T+1로 결제를 적용하였다. 결제주기 도입 과정에서 ASIFMA(Asia Securities Industry & Financial Markets Association)를 포함한 업계 종사자들은 실무적 어려움을 표명하였고,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Russell 또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사전조달(pre-funded trade)이 강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였다.8)9) 우려와는 달리, 인도 금융 당국의 대응과 업계의 노력으로 현재 인도의 결제주기 단축은 안정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결제불이행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았으며, 외국인들의 인도시장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지 않았다.10) 그러나 이는 증권업계의 3교대 근무 도입과 사전 자금 조달 등 많은 비용 지출로 이뤄낸 결과이다. 또한 인도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결제주기 단축에 따른 높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기대 수익률이 낮은 타 시장에서 결제주기가 단축될 경우에도 글로벌 투자 업계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을 지출하고 투자를 지속할지는 미지수이다.
개인투자자에 대한 영향
우리나라 예탁결제원에서 관리하는 미국 주식은 2023년 3분기 말 기준 82조 5000억원 규모로, 미국 결제주기 단축이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11) 미국과의 시차로 인해, 국내 증권사들은 사실상 미국 주식 결제를 T+3일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 5월부터는 이를 T+2일로 단축해야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야간 데스크 운영, 해외 브로커의 변경 등이 필요할 수 있다.
결제주기 단축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금의 회수 시점은 하루 앞당겨진다. 또한 배당을 포함한 각종 권리 처리일도 변경된다. T+2 결제주기 하에서는 주주명부에 등록이 되는 시점은 주식을 매수한 후 2일이 경과한 시점으로, 주식 배당기준일 2일 전에 주식을 매수해야 배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 결제주기가 T+1로 변경되면 주식 배당 기준일 1일 전까지 주식 매수 시 배당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배당락일도 배당기준일과 동일하게 변경된다.
결제주기 단축에 맞춤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극 초기에는 단기적인 결제불이행의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결제불이행률은 2020년 상반기 기준 8.6%, 하반기 기준 7.4%로, 2022년 국내 주식시장에서 증권미납부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결제주기 단축 직후, 글로벌 보관기관 및 증권사 등의 시스템이 잘 정비되지 않은 경우에는 결제가 T+1 내에 완료되지 않는 결제불이행이 추가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은 주식 병합 등의 이벤트가 있는 경우에도 거래가 지속되는데, 증권사의 시스템이 이에 맞추어 제대로 수정되지 않는 경우 권리처리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1) 이연결제는 유동성 부족 등의 사유로 결제시한까지 결제증권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이에 상당하는 현금을 대신 납부 시, 다음 결제일로 증권결제를 이연해 주는 제도이다. 이연결제 이후에도 결제증권 미납상태가 계속되거나 기업이벤트(배당, 증ㆍ감자, 액면분할, 병합 등) 발생에 따른 기준일 종목이 미납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거래소가 결제회원의 명의로 해당 증권을 직접 매입하여 상대방에게 인도하는 제도를 매입인도라 한다.
2) Reuters, 2023. 2. 8, Outsized U.S. share of world equity may revert to norm.
3) CNN, 2021. 1. 29, Reddit investors shake up Wall Street.
4) DTCC, 2021. 2, Advancing together: Leading the industry to accelerated settlement, White paper.
5) SEC, 2022. 2. 9, SEC issues proposal to reduce risks in clearance and settlement.
6) 2024년 5월 27일 월요일은 미국의 공휴일인 memorial day로 익일인 28일부터 결제주기를 단축한다.
7) 설문조사는 캐나다의 컨설팅 업체인 the Value Exchange가 DTCC, TMX, AFME, ASIFMA, EFAMA, ISITC와 함께 진행하였으며, 전 세계 306명의 전문가가 응답에 참여하였다.
8) ASIFMA, 2021. 9. 30, Open letter to securities and exchange board of India from foreign portfolio investors (FPIs) on T+1 Settlement, Press Release.
FTSE Russell, 2022. 9. 29, FTSE equity country Classification september 2022 annual announcement.
9)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매매 확정 후 환전을 진행하는데, 결제주기 단축으로 환전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없을 경우 선 환전 후 증권매매를 진행하게 될 수 있다.
10) FTSE Russell, 2023. 3. 30, FTSE equity country classification interim announcement.
11) 뉴시스, 2023. 11. 14, 서학개미 82.5조 투자…예탁원 “결제지연 등 美제도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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