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
a writer. 브로콜린

07
뭔가 좋지 않은 꿈을 꾼거 같은데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땀을 흥건히 쏟은 은오가 욕실에서
거울을 봤다. 아니나다를까, 안색이 하얗게 질려있다. 갈증으로 물이나 마시자 싶어 냉장고를 열었는데
잔뜩 채워놓은 식재료들. 그나마 먹는걸 함부로 하는게 아니라고 누누이 배워와 챙긴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서문혁이 주는 물건따위 받을 리가 없다. 오렌지 쥬스에 눈길이 갔으나 생수
를 집었다.
괜한 오기.
저 많은 식료품은 누가 먹는대? 은오가 꽉 채워진 냉장고와 더불어 식탁을 빼곡히 쌓아진 식품들을 망연
자실하게 바라봤다. 냉동보관 하지 않아도 되는 식품들은 모조리 식탁에 올려놨으니 식탁도 본연의
구실을 하지 못하게 산을 이루고 있다.
서문혁이면 서문혁답게 행동할것이지 어울리지도 않게 장을 보다니 해괴망측이 따로 없다. 왠만한
사람이라면 감동이라도 하련만 그녀는 심히 언짢았다.
저걸 누가 다 먹으라는거야.
한숨 짓는 은오가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늑장을 피워 시간이 촉박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부터 서둘러 뛰는데 등 뒤에서 클랙션이 요란하게 울렸다.
빠아앙- 무시하고 더 힘껏 뛰니 클랙션은 간격을 좁혀 한번 더 울렸다.
대체 매너없게 누구…
“바쁜가봐- 조깅 중인가.”
“아침부터 왠일이지.”
“타.”
“싫다면.”
“굳이 대중교통 이용한다면 말리진 않을게. 아, 너희집 택시정류장까지 꽤 걸리더라.”
“!”
손목시계를 보니 아슬아슬하다. 뜀박질에 겨우 택시 타도 간신히 지각을 면하거나 지각이거나.
만일의 상황을 염두에 두면 택시가 제시간에 잡힐지도 모르는 것이다. 팀원들에게 지각하지 말란
엄명을 내렸으니 무조건 지각은 면해야 했다. 빌어먹을 문혁의 차를 타자니 자존심이 상한다. 그러나,
지금은 긴급상황이다.
문혁은 그럴줄 알았다는듯 은오가 차에 오르자마자 속력을 냈다.
두 번째 탑승이다.
다신 타게 될일 없을줄 알았는데…
“뜀박질 잘 하던데?”
“누구 덕분에. 어제 멋대로 끌고가지만 않았더라도 내 차가 회사 주차장에 쳐박혀 있는 일은 안일어났겠지.
그럼 이렇게 뜀박질 할 필요도 없었고.”
“아침부터 건강하니 좋잖아!”
“너나 뛰어. 난 다신 안하고 싶으니까!”
“같이 뛴다면 언제든지.”
“말을 말자.”
은오가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안면과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이 여자를 위해 대형마트에서 뭘 살까하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물건을 고른 수고로움과 황금
같은 주말에 백화점을 들러 요새 트랜드라는 말에 미심쩍어하다 결국 사고 만 신상 넥타이와 구두
를 사신는 요란법석을 떨었다가 오늘은 새벽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광을 냈다.
이 정도까지 꾸몄으면 보통 여자는 벌써 K.O다.
열받는건 이 모든 것에 무심하고 무던한 여자라는것이다.
문혁이 이 정도까지 했는데 아직도 이렇다할 반응이 없다.
잔뜩 신이나서 멋을 낸 자신이 바보같았다.
땅이 꺼질듯 깊게 한숨을 쉬던 그녀가 크러치백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담배와 라이터. 사이드미러
로 은오의 행동반경을 주시하던 문혁은 굉장히 뜻밖이었다. 여성의 흡연은 보편화되었어도 은오와
흡연의 연관관계를 짓기는 힘들었다.
“언제부터 폈어.”
“그런거 일일이 기억하지 않아.”
“이제까지 피는것도 못봤고. 너라면 안필줄 알았어.”
“한정적이야. 섹스 후에나 즐기지, 평소엔 찾지 않으니.”
후-,
은오의 무심하게 사람을 도발하는 못된 재능이 있다. 이제야 발견하다니 문혁은 잇새로 신음을 흘렸다.
입술사이로 담배연기가 피어 오르는것도 잠시 바람속으로 사라졌다.
“사람 흘끗거리지 말고 운전이나 똑바로 하지 그래.”
“지금은… 왜 피는건데.”
“스트레스 누적. 네 면상을 보고 있으니 이거 없으면 안됄것 같네?”
“…”
“아- 그렇다고 오해하진 말아. 단순히 스트레스지, 널 의식한다는 말은 아냐.”
“…”
문혁은 누가 그렇대? 라고 당당히 말하지 못했다. 정확히 간파했기 때문이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실망스러웠다.
의식되지 않다는 말에 실망했고, 사생활을 민감히 반응하는걸 봐서 간접적인 부정이라 다행스러웠다.
문혁이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그러다가 문혁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걸 알고 당혹스
러웠다. 문혁이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걸 알리 없는 은오는 몽롱한 얼굴로 담배를 마저 폈고
그 모습은 매우 선정적이다.
입술 속 치아가 살짝 보였다 안보였다를 반복고 반지르르 윤기나는 혀가 안타깝게 보일락말락,
이것은 곤욕이 따로 없다.
끼이익-
급브레이크로 세워버린 과격한 운전에 은오는 낮게 외마디 비명을 터뜨렸다. 그리 속도가 안빨랐기에
망정이지 목이 꺾이는 불상사는 물론 피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릴뻔 했다. 제일 아끼는 스커트라 스커트
에 구멍이라도 난다면
아, 하마터면 참담할뻔했다.
“너 사고 내려고 작정했어?!”
“…너 내 앞에서 피지마.”
문혁의 말투에서 괜한 짜증과 불만이 뒤엉켜있다.
“무슨 말이야 그게.”
“내 앞에서 피면 나랑 하고 싶은걸로 간주한다.”
“하, 여긴 민주주의 국가야.”
“민주주의혁명이라고 불러줘.”
“왜 거기에 혁명을 갖다 붙여!”
“금연자 앞에서의 흡연은 만행이지.”
“막무가내네.”
“만행을 덮는 정당방위. 아니면 나만의 방어술이라고 해두지.
원하면 피워. 제대로 덮쳐줄게.”
궤변론자가 탄생. 궤변에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왠지 저기압인듯했다. 굳이 그녀가 나서서 화제 전환을 하는 것도 이상함으로 그녀 또한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대화가 단절된 그들은 차는 말없이 도로를 달렸다. 은오는 차라리 택시탈
걸 후회했다. 뒤늦게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다. 길고 긴 침묵의 사투 끝에 회사 앞에 도착했다.
“조만간 또 보자”
은오가 대답하지 않고 차에서 쏙 내려 종종걸음으로 인파와 섞였다. 뒤도 돌아 보지 않았다.
회사 안으로 들어가는것까지 지켜 보던 문혁은 분에 못이겨 손바닥으로 핸들을 강하게 내리치며
욕지기를 했다.
실망은 뭐고 다행은 뭐야.
이게 다 뭐냐고.
**
“여보세요?”
[이여- 이게 누구야. 황송하게.]
전화벨이 울리자 마자 바로 받는걸 보면 어느정도 기다렸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정작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베베 꼬여 있다.
“빈정상했구나, 너.”
[쳇! 누가 빈정상해?]
“그게 아니면. 삐진거니?”
[삐,삐지긴 누가 삐졌어. 네가 사람 흥분시키고 내빼서? 난 절대 그런거 아냐!]
“아- 그래서 삐진거야?”
[야! 누굴 놀리냐! 그런거 아니라고!]
“보고싶다.”
[………]
쿡,
은오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진권은 속마음을 그대로 방치하고 산다. 너무 알기 쉽다.
더우면 덥다. 짜증나면 짜증난다. 좋고싫음의 호오가 뚜렷하다. 서른줄이 되면 너도나도 가식으로 감추는
세상에서 그러기 쉽지 않은데 반해 이 사내는 아직 10대처럼 순수하다.
[…도.]
“응?”
[나도,라고! 이 계집애야!]
틱틱 내뱉던 권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
“내가 오늘 맥주살테니까 화푸는거다.”
[오늘은 어떻게 날 만나준대? 너 요새 바쁘잖아.]
“아, 그러면. 만나지 말어?”
[………]
“싫으면 어쩔수 없고.”
[너 나 갖고 노냐? 왜 이랬다 저랬다야!]
“싫다며.”
[내가 언제! 만날꺼야. 무슨일이 있어도 오늘은 꼭 만나!]
“하하하- 알았어.”
[웃지마.]
“웃음이 나는데 어떡해.”
[하여튼 너 진짜 맘에 안들어. 알아들어?!]
진권의 투정에 허허거렸다.
조진권만의 반의법. 도무지 미워할수 없는 사내다.
더더더 귀여운 모습 기대해주세요 ! 히힛 !
어구 우이 진권이
진권이가 이 편에서 완전 인기 터졌습니다- ! 푸핫
권이~ 귀여워요!! 아 역시 문혁이보다는 권이가ㅋㅋㅋㅋ
저는 둘 다 포기할수 없어요 푸힛-
꺄악!!!!!!!!!!!!!!!!!!!!!드디어 권이가나왔나용!!! 권이너무귀여워 > < 이번편도 너무재미있게읽구가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뵈요! 후힛
진권 진짜로 귀여운듯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