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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렉스 애녹시 시저
"지혜야, 울지 마... 자꾸 울면 힘들잖아..."
"...응, 알았어. 안 울게."
1년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의 앞에서 휘청거리던 지혜가 울듯한 표정을 지으면, 지한은 그런 지혜를 부축하며 울지 말라는 말을 건네.
그러면 지혜는 몸을 추스르고 몸을 숙여 부모님의 묘지에 꽃을 놓고는 이내 휙 돌아서서 먼저 걸어내려가.
지한은 그런 지혜를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지혜를 따라 빨리 뛰어가 지혜 바로 옆에 서서는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려.
지한이의 핸드폰은 24시간 항시 배터리가 가득 차 있어. 없으면 자칫 큰 일이 날 수도 있거든.
또 지한이의 목소리는 언제나 나긋나긋하고 조심스러워. 지혜가 놀라면 안되니까.
"슬퍼...?"
"... 응, 오빠. 너무 슬퍼... 가슴이 막... 아파..."
"... ... 그래도 참아. 여긴 산이라서 너 울면 큰일나."
"... 알았어, 오빠."
우울한 지혜의 말을 들으며, 지혜와 지한은 발걸음을 재촉해. 산이라서 구급대원들이 빨리 오지 못 할 수도 있잖아.
누가 아픈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설레발이냐고?
혹시 '리플렉스 애녹시 시저' 를 알아? 그건 말이지, 울거나 놀라면 죽을수도 있는 병이야.
만약에 눈물샘에서 눈물이 나오거나 너무 놀라면
잠시 후 심장이 멈추고 뇌에 피 공급이 되지 않아서 기절한 사람의 가슴을 심장이 계속 뛰도록 강하게 쳐야 하고,
약 10분에서 15분 사이에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결국 사망하고 말아. 그래서 지혜가 울까봐 지한이가 그렇게 불안해 하는 거야.
"만약 울더라도 산 내려가서 울어. 바로 근처에 병원이니까."
"... 응..."
지혜의 대답을 끝으로 산을 내려갈때까지 둘은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아.
얼마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산을 다 내려와 병원 근처에 도착했을 때, 지혜는 결국 눈물을 쏟으며 기절하고 말아.
지한이는 늘상 있었던 일이라는 듯 지혜의 왼쪽 가슴을 주먹으로 계속 내리치며 소리쳐.
"여기, 응급환자에요!"
병원 앞에 있던 사람들이 병원측에 얘기를 해서 지혜는 들것에 들려 실려가고, 지한이는 따라가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주저앉지.
한 두 번 있는 일도 아니지만, 지혜가 병원으로 실려갈 때면 지한이는 덜컥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느낌에 가슴에 손을 얹어.
그리고 생각해.
'제발... 제발 지혜 병 좀 누가 고쳐주세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혜는 죽을때까지 저 병을 안고 살아가야 할 거야. 아직 병의 근원조차 확실하지 않은데,
어떻게 병을 고칠 수 있겠어.
4시간 정도 지났을까, 졸고 있던 지한은 침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벌떡 일어나서는 침대를 바라봐.
그러면 하얀 시트가 씌워진 병원 침대 위에서 하얀 병원복을 입고 몸을 일으키는 지혜가 보여.
창문에서 비치는 하얀 햇살에 지혜가 더 하얗게 보여. 마치 햇살에 녹아내릴 듯이...
"아... 지혜야, 일어났어?"
"응. 오빠... 미안해, 또 울어서 쓰러진 거 맞지?"
"괜찮아... 퇴원수속 밟고 올게. 울지말고 기다려."
"응..."
지한이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병실을 나가면, 지혜는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다가는 한 마디를 꺼내.
"... 사랑해, 오빠..."
몇일 후 일요일 밤, 지혜와 지한이가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자면 초인종 소리가 울리고, 지한이는 TV를 뒤로 한 채 문을 열어줘.
그러면 문 앞에는 짧은 머리의 얌전해 보이는 밤하늘이라는 이름의 여자가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지혜만큼 예쁘거나 머리가 긴 것도 아니지만, 지한이가 보기에는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여자야.
그렇다고 지혜가 하늘이보다 못하다는 건 아니야. 그저 하늘이는 여자로서, 지혜는 동생으로서 사랑하는 것 뿐.
"어, 왔어?"
"응. 그보다 동생 소개시켜준다며? 동생은 어디 있어? 너 닮았으면 이쁘겠다."
"엄청 이뻐. 천사보다 더 이뻐."
"진짜?"
"응. 지혜야!"
평소보다 약간 큰 목소리로 오빠가 지혜를 부르면 지혜는 오빠의 목소리를 따라 거실로 가고, 하늘과 마주쳐.
하늘은 지혜를 보며 누구나 보면 호감이 갈 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지혜는 그보다 의아함이 더 앞섰어. 누굴까?
"지혜야, 소개할게. 이언니, 오빠랑 결혼할 언니다?"
"어우, 얘가 뭔 소리래."
"뭔소리라니? 너 나랑 결혼 안할거야?"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에이씨, 할거야!"
결혼할 사람...?
지혜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오빠와 하늘을 바라보다가는 이내 아무 신발이나 신고 밖으로 뛰쳐나가버려.
그럼 지한은 놀라서 지혜를 따라가고, 하늘도 잠시 서서 상황 파악을 하다가 그냥 지한을 따라가.
"지혜야!"
"무슨일이야?"
"박지혜!"
지혜를 따라 나가보았지만, 지혜는 이미 사라져버린 후였어.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지한은 지혜에게 핸드폰으로 연락도 해 보지만, 핸드폰이 꺼져있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된다는 예쁜 목소리의 언니만이 지한을 반겨.
지한의 이마에서 한줄기 식은땀이 흐르고, 결국 지한은 닥치는대로 뛰어다니며 지혜를 찾아다녀.
하늘도 어리둥절하면서도 지혜를 찾아 지한과는 반대 방향으로 향해.
한 편 시내의 한 복판에서는 지혜가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고 있어. 지혜의 목에는 코팅 된 작은 종이가 달린 목걸이가 달랑거려.
[저는 리플렉스 애녹시 시저 환자입니다. 제가 쓰러지면 주먹으로 제 심장을 강하게 치며 119에 신고해 주세요. 신고 후에는
아래의 전화번호로 연락주세요. Tel. 010 - **** - ****]
벌써 이렇게 돌아다닌지 3시간 째, 새벽 1시가 다 되어서도 지혜는 집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아.
"오빠... 오빠... 난 이렇게 오빠 사랑하는데... 오빠는 안그래...?"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고, 한참을 멍하니 서서 생각하던 지혜는 걱정할 오빠를 생각해서 집에 가기로 결정해.
터벅터벅, 실내화를 질질 끌며 집으로 가는 길, 집 앞 신호등을 건너면서 지혜는 생각했어.
지혜의 손에는 어렸을 때 오빠와 함께 다정스레 어깨동무를 하며 웃고 있는 자신이 있는 사진 한 장이 들려 있어.
'오빠와 동생의 사랑, 솔직히 웃기잖아. 아, 아니구나. 오빠를 향한 동생의 일방적인 사랑이구나...
그래도... 그래도... 한번쯤은 욕심내면 안되나...?'
[빠아앙-]
그렇게 생각을 하며 걸었을까, 갑자기 옆에서 환한 불빛과 함께 클락션이 울리면, 이에 놀란 지혜는 그대로 쓰러져버려.
불행 중 다행으로 차에 치이지는 않았지만, 운전자는 자신이 사람을 친 것으로 착각하고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뒤로 후진했다가는
지혜를 피해 빠른 속도로 달아나버려.
한 5분 쯤 지났을까? 지혜를 찾아다니는 지한의 목소리와 동시에 비명을 지르는 하늘의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
이에 지한이 하늘의 시선을 따라가면, 세상에서 하나뿐인 동생이 횡단보도에 쓰러져 있어.
지한은 지혜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지혜에게 달려가...
"오빠...?"
이번에도 지혜는 침대에서 일어나야 했어. 다른 점이 있다면 병원 침대가 아닌 방 침대라는 정도일까...?
지혜의 침대 옆에는 밤새 간호했는지 수척한 얼굴로 졸고 있는 오빠가 보여.
'오빠... 나때문에 많이 힘들지...? 내가... 내가 정말 미안해...'
지혜는 침대에서 살짝 일어나 화장실로 향해. 그리고는 바로 문을 잠궈. 집에서 문이 잠기는 곳은 화장실 밖에 없거든.
화장실 문에 기대어 스르륵 주저앉은 지혜는 화장실 선반에서 뭔가를 찾는 듯 뒤적거리다가는, 찾던 물건을 찾아내.
1년 전,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지혜에게 예쁘게 쓰라고 주신 꽃분홍색 립스틱이야. 엄마가 생각 나 또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지만,
지혜는 립스틱을 품에 꼭 안고 간신히 눈물을 참아. 그리고는 큰 소리로 오빠를 불러.
"오빠!"
"... 지혜야...?"
금방 잠에서 깬 오빠의 목소리가 들리면, 지혜는 다시 한 번 눈물을 참아.
"오빠, 잠깐 여기 화장실 문 앞에 좀 앉아봐."
"왜?"
"... 그냥 좀 앉아봐..."
지혜의 목소리에 지한은 화장실 문에 기대어 앉아. 지한과 지혜가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등을 기대어 앉게 되면,
지혜는 이렇게 힘든 말을 내뱉어.
"... 오빠, 대답하지 말고 그냥 듣기만 해... 있지, 이거 알아? 나, 사실 오빠 좋아해. 아니... 사랑해..."
"..."
"내가 처음 오빠 목소리를 들었을 때 부터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오빠를 사랑하지 않은 적 없어 나. 그렇다고
오빠한테 강요하는 건 아니야. 난 그저 오빠가 그... 하늘이라는 언니하고 알콩달콩... 죽을때까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
"지금까지 나같이 모자란 애 살펴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
"...그리고 오빠...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한다...?"
"... 지혜야...?"
"오빠... 정말... 사랑해... 숨이 막힐 정도로... 사랑해..."
그 말과 동시에, 지혜의 눈에선 지금까지 참았던 눈물이 터지듯 흘러.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울어 본 적이 없는 지혜가,
오빠를 생각하며 살면서 누구도 흘려보지 못할 만큼의 눈물을 그렇게 흘려보내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머리가 징하면서
눈앞이 어지러워. 문을 열라는 오빠의 애원이 섞인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쯤,
지혜는 겨우 립스틱 뚜껑을 열어서는 화장실 바닥에다 뭐라 적고는 정신을 잃어.
10분정도가 지나 구급대원이 문을 따고 들어왔을 때에, 지혜는 이미 심장이 멎은 상태였어.
그저...
그저 바닥에 '오빠 사랑해' 라는 립스틱으로 쓴 듯한 분홍색 글씨만이 지한의 눈물을 터뜨려 버렸을 뿐이었어.
[끝]
예, 단편입니다. 그것도 새드(!!!!!!)
항상 달달한 소설만을 추구해 오던 제가 새드를 썼습니다.
사람은 죽기 전에 변한다더니, 드디어 제가 죽을때가 온건가요...?(뭐래)
번외 있습니다!
꼴에 글쓴다고 설치는 꼴이 같잖으시겠지만...ㅠㅜ
막장 글솜씨를 가진 제게 한 줄의 댓글을 달아주세요! 사랑해 드릴게요♡(...)
첫댓글 지한이 어케한대여!!그래도 그 여자친구랑 결혼했음 조켓어여.. 동생도 다른사람 찾았으면 조켓는데.. 꼭 둘다 아니아니 셋이 행복하게 해주세여
첫 댓글이네요(!)♡ 아... 무한감동 받았습니다ㅠㅜ 캄솨합니다♡ 사랑합니다♡
ㅠㅠㅠㅠ 슬퍼요 번외적어주세요~
넵! 번외 적어드릴게요♡ 사랑합니다♡
슬프네요, 동생이 이렇게 죽으면 결혼해도 사는게 사는게 아닐텐데..
그죠ㅠㅜ 우리지혜 으뜩하죠ㅠㅠ(...) 사랑합니다♡
아 처음알았어 이런병이있다는거.......ㅠㅠ 소재짱이다 우와유ㅠ
근데 글을 못써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슬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왜 웃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저 병 도용해도돼?
해버려 언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걸 예술로 승화시켜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설끝에 나보고 사랑한다고만 해주면 되는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았어 ㅋㅋ 알게모르게 마른비를 넣어줄게
쪼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욱 넘 슬프자나여ㅠㅠㅠㅠㅠ 저 진심 울뻔 해씀...ㅎ 새벽이라 그런지 감수성이 더 풍부해 진듯하네요 하하하하;; 또 제가 아는 친구 이름이라 감정 이입 지대루 했네염쩜쩜... 부러워염..저도 이런 새드 한번 써보구 싶어연!!ㅎ
ㅠㅜ 전 라나에님 댓글보고 진심 울뻔해씀... 이렇게 길게 써주시다니ㅠㅜ
아주그냥 눈물이 쓰나미로 밀려오네요(...)
사랑합니다♡
헐ㅋㅋㅋㅋ내본명...ㅋㅋㅋㅋㅋ아뭔가새롭닼ㅋㅋㅋ
새로우신가요ㅋㅋㅋㅋㅋㅋ제가 좀 신선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뭔가좀 비극적인..ㅠㅠ번외!!기대되네용!ㅋㅋ잘보구 갑니다~번외 기다릴게요!ㅎㅎ
번외를 기대해 주신다니ㅠㅜ 아, 왜자꾸 눈물나죠ㅠㅜ
진심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