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서점 직원이 한 시인을 사랑하였다
그에게 밥을 지어 곯은 배를 채워주고 그의 옆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 살아지겠다 싶었다
바닷가 마을 그의 집을 찾아가 잠긴 문을 꿈처럼 가만히 두드리기도 하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를 문장으로 문장으로 스치다가도 눈물이 나 그가 아니면 안되겠다 하였다
사랑하였다
무의미였다
종일 날아오던 나팔꽃아
종일 피어 있던 새야
안아줄 수 없으므로 진심으로 사랑해
안과 밖 / 권현형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낙원을 지었고
낙원으로 투신했지
선더버드 / 김은자

안녕,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여기 하늘엔 네가 어릴 때 바닷가에서 주웠던
소라 껍데기가 떠 있어.
거기선 네가 좋아하는 슬픈 노래가
먹치마처럼 밤 푸른빛으로 너울대.
그리고 여기 하늘에선 누군가의 목소리가
날마다 너를 찾아와 안부를 물어.
있잖아, 잘 있어?
너를 기다린다고, 네가 그립다고,
누군가는 너를 다정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네가 매정하다고 해.
날마다 하늘 해안 저편엔 콜라병에 담긴
너를 향한 음성 메일들이 밀려와.
여기 하늘엔 스크랩된 네 사진도 있는걸.
너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어.
그런데 누가 넌지 모르겠어. 누가 너니?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메일들이
오로라를 타고 이곳 하늘을 지나가.
누군가 열없이 너에게 고백하던 날이 지나가.
너의 포옹이 지나가. 겁이 난다는 너의 말이 지나가.
너의 사진이 지나가.
너는 파티용 동물 모자를 쓰고 눈물을 씻고 있더라.
눈밑이 검어져서는 야윈 그늘로 웃고 있더라.
네 웃음에 나는 부레를 잃은 인어처럼 숨 막혀.
이제 네가 누군지 알겠어.
있잖아, 잘 있어?
네가 쓰다 지운 울음 자국들이 오로라로 빛나는,
바보야, 여기는 잊혀진 별 명왕성이야.
명왕성에서 온 이메일 / 장이지

너 죽은 후에도 노을은
저렇게 붉고 아름다울 것이다
무심하게, 다만 무심하게
너 죽은 후에도 노을은 / 권혁웅

보고 싶었어요. 애타게요.
하지만 이토록 오랜만일 수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악마의 묘약 / 신해욱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칠월 / 허연
온 우주의 별자리들을 다 헤매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 사막의 중심에서
나는 나의 죄를 닮은 밤하늘을 향해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모든 것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생일 / 이응준
첫댓글 고마워 여기나온 시집 세권 사서 보려구ㅜㅜ
여시 덕분에 오랜만에 시를 접하게 되었어... 고마워 여시야🥰
마지막 너무 좋다 고마워
어떻게 모든 활자가 다 적재적소에 가감없이 잘 들어갔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싶어하는 나는 내글을 보면서 늘 더 담지 못해 아쉬워하는데 저사람들은 석공이 돌을 깎듯 마음을 가장 어울리는 단어와 형태를 써서 시로 깎아낸걸까...
여시야 나 얼마전에 책을 봤는데 거기에 이런 말이 써 있더라. 누구에게나 꼭 써야만 하는 글이 있대. 질척거리고 감정이 넘치고 쓰고싶은 말이 너무 많은, 그렇게밖에 쓰지 못하는 문장이 있대. 나도 담백하고 시인같은 글을 쓰고 싶은데 현실은 너무 많은걸 담으려하니까 글이 덕지덕지했거든.. 근데 저 말을 보니까 그냥 지금 내 마음이 그런가보다 하게 되더라. 지금은 마음이 너무 넘쳐서 그 글을 꼭 써야만했던거라고 생각하게 됐어..! ㅈㄴㄱㄷ인데 여시는 나랑 세부적인 상황이나 감정이 또 다를테지만 뭔가 내가 글을쓸때마다 하는생각이랑 비슷해서 댓 남겼어..!
@movimiento 마음이 너무 넘쳐서...! 그런가봐. 마음이 너무 넘쳐서 말을 아낄수가 없었나봐...! ㅋㅋ 뭔가 이유를 알고 나니까 좀 마음이 트인 기분이들어~ 그리고 마음이 넘친다는 표현도 시적이고 감성에 젖게 하는 말이다잉...ㅎㅎㅎㅎ 좋은 가을 저녁이네~~~
@기침이 콜록콜록 다행이다..!! 편안한 밤 보내ㅎㅎ
좋은 시 알려줘서 고마워 ㅎㅎ
좋은 시 알려줘서 고마워 마음이 너무 위로된다 지우지 말아줘ㅜㅜㅜ
진짜 마음을 울린다
와 너무좋다 시에 관심생김 선더버드 전문 찾아봐야겎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