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제20편 노을빛산하>③노을빛산하-2
사분사분 뒤따르던 홍채엄니가 한 발 더하더니, 남자의 손을 살며시 잡고 매달리었다. 그러자 남자가 반기듯, 그녀의 어깨를 당기었다.
“여보, 저그 초생달 떴어라오!”
홍채엄니는 남자가 어깨를 당기자, 남자에게 바싹 마주 다가서면서 날카롭게 떠있는 달을 아이처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거였다.
“달이 떴어도, 홍채엄니 얼굴은 희미하네?”
“즈그 얼굴 보고프먼, 집이 가서나 전깃불 밑이서나 싫건 봐유. 즈그더 당슨 얼굴 똑똑히 안 보여라오! 증월 대보름 지나댕 요키 껌껌혀졌어유. 오호호.”
“날도 풀렸고, 보름달이 떴다면, 우리 홍채엄니랑 도랑가 손잡고, 걸으면서 서로 얼굴 마주비빌 수 있는데...”
“인쟈, 이월보름 열이틀 남었어라오. 그적이 와서나 도랑가서 놀어유.”
남자가 그녀의 애잔한 어깨를 더 당기자, 그녀는 열이틀 남은 이월보름밤 휘영청 밝은 달빛아래, 물가에서 놀자며, 남자의 발길을 막고 있었다.
“그럼, 열이틀 동안 우린, 또 무얼 해야죠?”
“깔깔깔, 여그다 당슨으 큰손 넣어 봐유! 깔깔깔.”
그녀는 남자의 손을 끌어다 젖가슴에 찌르고, 앙증맞은 젖통을 쥐어주었다. 그러자 남자는 그녀를 돌려 뒤로 안고, 두 손으로 하나씩 움켜쥐고, 조물거리였다.
“하이거, 즈그 맘이 이상혀져유... 서방님, 울 이따 들가유! 으-음...”
남자와 그녀가 길에서 머뭇거리는 동안 앞장선 사람들은 징검다리를 밟고, 물을 건너가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더니, 전등불을 밝히고, 방으로 다퉈 들어갔으나, 그녀는 이따 들어가자면서 남자의 손놀림에 취하여있었다.
남자는 그 순간순간 경산의 묘역이 머리에 떠오르고 있었다.
경산은 초혼의 사대부가에서 딸 하나를 낳은 뒤, 망부 살을 뒤로하고, 불문에 들어 십년수행에 무진의 명을 받아 사바에 나와 아주 건장하게 억센 사내 두현 씨의 보쌈에 걸려 사대부가 부인의 체통을 몰수하고, 치욕의 알몸을 사내에게 내던진 거였다.
그로부터 태어난 맏이 동혁의 또 맏이인 남자는 이처럼 여체란 고귀하기도 하지만. 운명에 따라선 비천한 몸이 된다는 걸 일깨었다.
“홍채엄니는 뜻하지 않은 홍채를 키우면서 청춘을 불사르고, 말았군! 이렇게 될 바엔 동네 홀아비라도 만나야지 왜, 수절했소?”
“의붓아비 들였다가넌 울 어린 홍채 천덕구니 맹긴기러 싫어라오! 시방 당슨언 울 홍채가 만나라거 혀서나 빨개벗거 만냈잖어유!”
홍채가 열여섯 살 적만까지만도, 밤에 품에 끌이고 잘만하였다.
그런데 열일곱 살적 어느 날밤인가, 더러더러 그랬듯, 홍채의 불알과 고추를 쥐고, 싸게 약이 오르기를 기다렸는데, 그러던 날 밤, 불알 고추를 쥐어보니, 막대가지마냥 딱딱해진 놈이 불쑥 튀어나오는데, 그걸 꼭 쥐자, 더 성이 나서 그녀의 가랑이로 파고들려는데, 홍채가 콩알마냥 튀어 뒷방으로 건너가 자는 거였다.
그 뒤, 그녀는 동네 고샅길에서 낯익은 남정네와 마주치면, 가슴이 설레어 걷잡을 수 없이 콩닥거려서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어떤 남자든 달려들면, 못 이기기는커녕 외레 스스로 달려들 것만 같았다. 쇠털같이 수많은 날들이 가슴조이는 기나긴 밤들을 지새우면서 한날 한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즈그 달그리 끝나서야, 홍채를 장가들여야겠다넌 샹각이 들었어유!”
“그런데 왜, 장가를 안 보냈어요?”
남자의 물음에 그녀가 말하였다.
“안 보낸기 아녀라, 못 보냈어유!”
홍채는 몇 번인가, 아가씨를 만났다. 그러나 번번이 이유도 없이 약속이 어그러지었다. 육간 아주머니가 시집와서 유복자 하나 낳고, 남편을 잃자, 그녀를 힐끔거리는 사내들이 있었으나, 상관한 눈치는 보이나 웬 일인지, 조용하여지던 어느 날인가, 홍채가 그녀에게 은근히 장가이야기를 꺼내고, 아가씨타령을 하면서 하소연하자, 그녀가 육간 칼잡이한테, 누가 시집오겠냐며, 안방으로 들어가 홍채의 동정을 빼앗았는데, 그도 석 달이나 고추를 앓은 거였다.
“홍채가 시모랑 나이도 비슷하고, 아들 하나 있긴 해도, 홍채도 딸 하나 배 속에 있으니, 부부로 살아갈 거요! 또 그동안 모은 재산도 있겠다, 홍채가 다음 아이를 쏙쏙 낳아주면, 그 집 주인이 되지 않겠소?”
“으-음, 여보, 저도 당슨 아그 하나 더 낳고, 잃어버린 청춘 지발 당슨이 찾어주셔유. 여보! 소원여유. 흐-흑.”
“울지 말아요! 산다는 게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만족할 수도 없다오!”
남자는 그녀를 안아들고, 징검다리를 뒤로하고, 좀 더 거슬러 올라가다 길가의 마당바위에 올라가 주저앉아, 그녀의 빈 데를 채워주면서 즐기는데, 물소리가 꿈결처럼 들리는 거였다.
‘... 졸졸졸... 졸졸졸...’
첫댓글 대자연의 품에 안겨 물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운우의 정을 나눕니다
ㅎㅎㅎ 대자연 말씀하시니 말이지만 남녀의 교구를 빼고
대자연의 화두를 꺼낼 수가 없죠. 요즘 브라가 너무 비싸
노부라패션이 등장하네요. 세상에 듣도보도 못한 브라쟈
는 비위생적이고 비풍속도에 수십만년 살아왔어도 없던
속옷패션 생기면서 난리 아닌가요? 겉옷 속옷 걸치고 자
연스레 살아가면 될 것을... 요즘 복식뿐아니라 의식주모
두 예전에 비하면 잘먹지도, 잘입지도, 고래등같은 기와
집에서 살지도 못하면서 사십대 처녀총각이 무지기수인
데 도대체 무엇들하느라 시집장가도 안가고 사는지알수
없죠. 인생 아무리 바빠도 시기를 지키고 살아야죠. 공부
도 출세도 다 부질없는 짓이고, 그저 대자연의 원리대로
시즌잃지않고 살아야지 사십대에 시집장가간다고 법썩
떨면 사십대란 100세 시대라도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