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에서 처방전 발급 받기란 자판기에서 커피 뽑기 만큼이나 수월했다.

얼마전 약이 다 떨어져가기에 동네의원에 전화를 걸었다. 처음 전화한곳은 가정의학과.... 지방서 발급받아서 먹던터라 병원을 옮겨야 한다구 처방이 검사없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검사비용 7만원에 전병원 검사 기록을 가져오면 검사없이 그냥 발급이 가능하다나.... 검사항목은 피검사. 몸무게,혈압검사라나.... 몸무게는 집에서도 재는거고. 혈압체크는 당근 어디든 서비스로 무료로 되는거고... 피한번 뽑는데 칠만원??... 검사기록 떼러갈 입장이면 가서 떼지..머하러 전화하겠냐구 댓구하고 끊었다. 두번째 전화한 곳이 아파트 단지 사거리에 있는 작은 내과. 발급이 가능한지 궁굼한데 먹던터라 검사없이 발급 받고 싶다고 말했다.. 냉큼 오늘 토욜이라 세시까지 하니까 빨리오랜다.. 이상은 지난 달 있었던 일이다... 몇달전 인가... 첫아이 낳고 얼마되지 않아 피임에 실패를 하는 바람에 사후피임약이 생각나 다니던 산부인과에 들렀었다. 자세한 설명과 루프에 관한 설명도 듣고 노레보를 처방받고 만원을 처방전 비용으로 지불했던 일이 있다. 비보험 항목이라 처방전 발급 비용이 만원이었지만 그날 의사와 나눈 대화와 지식들로 인해서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죄책감이 스치기는 했지만... 오늘.. 루프를 권유하던 말을 무심코 흘린 탓인지 또다시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산부인과에 들렀다.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병원이었는데 들어서는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분만실이나 수술실은 보이지도 않고 그저 얄궂은 3류 여관같은 느낌의 산부인과에 카운터 마냥 생긴 원장실과 노래방 같은 구조의 회복실... 아마도 분만은 받지않고 소파수술만 하는 병원인듯, 노레보 처방 받고 싶어 왔단 말에 의사는 기본적인 생리날짜나 첫아기가 있는지 기혼인지 아무런 체크도 없이 가볍게 처방전을 발급해주고 나가는 길에 ~~야, 오천원만 받아라.. 간호원 말이 비보험항목은 만팔백원인데 오천원으로 깍아준단다. 저 기혼인데여... 라는 말이 목구멍에 차오르는 이상한 경험이었다. 근처 xx약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구입하고 나오려다 혹시 리덕틸 처방해주는 병원 아냐고 물어보았다. 약사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여기 근처 내과에 가시면 될거 같은데... 하면서 은근히 창밖을 주시한다. XX신경외과 였다. 신경외과도 리덕틸 처방이 가능한가... 의아했지만 약사의 눈빛을 믿어보기로 했다. XX신경외과,(진료과목 물리치료과.방사선과.외과.내과...) 일단 들어갔다. 썰렁한 대기실에 홀에 물리치료기구 몇가지 나만 바라보는 간호원 두명, 그리고 진찰실에선 의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리덕틸 처방이 가능한가여? 대뜸 의사가 뛰어 나오더니 언니가 먹으려고? 안먹어도 되겠는데.. 할아버지라 내 몸이 보기 좋아 보였나보다. 지방서 먹다가 이사를 와서 혹시 처방전 발급되는 병원이 있나하고 보다 내과과목이 있길래 들어와 봤다고 돌아서려는데 의사가 쫒아나온다. 언니 해주께. 가지마... 그냥 접수대에 세워놓고 여러군데 전화를 하더니 처방전 발급방법과 코드까지 물으며 붙들고 섣길래 돌아서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었다. 비보험 항목이라서인지 보험카드를 보자는 말도, 주민등록 번호나 주소같은 연락처도 필요없었고 단지 내 이름 석자만 달랑 적더니 접수대에 서서 몸무게, 키 대충 물어 적고는 이거 형식상 적어야 하는거니까 언니야 몸무게 물어본다구 화내지 말랜다. 자기들이 의료보험 공단에 청구할때 필요한 항목만 약품 코드만 자세히 적고 진료카드 한장 만들지 않고 XX약국에 가라고 지정까지 해준다. 발급 비용은 만오천원이라고 했다. 넘 비싸다고 먼저 병원은 두달치에 만원씩 줬는데 여긴 한달만 하는데 만오천원이냐고... 의사 말이... 그럼 언니야. 만원만 받지머. 어차피 다 먹어가던 터라 그냥 처방전을 받아들고 나왔다. 의사가 말한 약국으로 갔다. 10미리는 있는데 15미리는 재고가 생길까봐 안갖다 놨다고 하면서 이 근처에서 15미리 구하기 힘들꺼라고 했다. 10미리 가격 얼마냐고 물어보자 한알당 약값에 28을 곱하더니 지정해준 권장가가 100,800원 이란다. 15미리 먹을만큼 심각한 사람이 드물어 구하기 힘들다나...헉.. 그리곤 약사말이 검진을 해서 제대로 진료기록을 갖추고 비만지수가 얼마이상 되면 보험받을 수 있는 약이라고 했다. 집에와서 다른 약국에 전화를 했다. 15미리가 없기는 마찬가지. 끊으려하자 15미리 처방전 갖다주면 일단 접수해놓고 구해준다고 한다. 지금 오세여. 그럼 오후에나 낼 오전에 갖다 놓을께여. 다시 원래 살던 동네 자주 가던 약국에 전화를 했다. 아파트 단지 입구라 왠만한 약은 있지 싶어서...15미리가 11만원에 약은 당연히 있고 편할때 처방전 받아서 오라고 했다. 먼저 다녔던 약국에서 15미리가 원래 125,000원인데 아는 사람이라 현찰이면 11만원에 해줄수 있다고 했던 생각이 나서 좀 억울했다. 원래 다니던 병원과 약국에 대한 믿음인지. 새로 이사한 동네에 대한 불신인지..하여튼 별로 깔끔하지 못한 하루다. 의약분업은 왜 했을까... 에누리 되는 처방전 발급비, 환자의 기본적인 신상도 없이 이름 석자만 적어서 발급이 가능한 비보험적용항목 처방전이라... 도대체 장당 의사가 챙기는 몫은 얼마나 되는걸까... 불경기에 동네의원에서 처방전 발급 받기란 자판기에서 커피 뽑기 만큼이나 수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