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4.水. 자정 즈음
고냉지高冷地의 작물들.
실크로드 번개모임 장소인 이 식당 옥호가 고냉지인데 아마 단어의 근원은 고랭지高冷地에서 왔을 테지만 두음법칙 적용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옥호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고냉지로 사용하기로 한다.
24시간 김치찌개 전문이라고 쓰인 네온불빛 반짝이는 아래로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과 3층이 홀인데, 우리 일행들은 3층 벽 쪽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3층 홀 안 쪽 입구 위에는 천객만래千客萬來라는 작은 현판이 걸려있었다. 천명의 고객들이 만 번씩이나 방문을 해준다면야 장사를 업으로 하는 이 식당 주인장의 입가에 웃음꽃이 만발하겠지만 그런 날도 혹은 그렇지 않은 날도 있으려니.
고냉지에서는 대개 품질이 우수하고 수익성이 높은 고냉지 작물을 재배하는데 이곳 고냉지에도 여러 종류와 다양한 품질의 작물들이 있음을 보게 되었다.
*초우 님, 2009년도 늦가을 담양답사를 다녀와서 후기 방에 사진이 줄줄이 올라왔는데 그 중 눈에 띄는 사진을 접하게 되었다. 바로 초우 님의 사진들이었는데 사진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취미도 없는 내 눈에도 단지 보여주는 사진이 아니라 말을 걸어오는 사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성실한 느낌과 상냥한 대화가 가능한 사진이란 저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진 아래 쓴 글이 감성적이어서 사진을 감상하는데 가끔 애를 먹지만 글쓰기에도 꾸준한 노력을 하시는 모습이 좋아 보인 기억이 남아 있다.
*안단테 님, 몇 년 전만해도 우아니 님과 함께 놀러 다닌 사진들을 게시판에 자주 올려서 재미있게 구경을 하곤 했는데 요즈음에는 일 만하시는지 일상생활을 별로 공개를 하지 않는다. 100차 문경답사 운동회 때 백군 팀 작전코치 겸 선수차출담당을 했는데, 나가서 뛰고 들어올 때마다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시는 바람에 신바람이 나서 더욱 열심히 했던 기억이 총총하다. 평소 멋을 내는지 안내는지 구분이 좀 모호하지만 고운 미소와 편안한 대화로 누구에게라도 친절한 그 자체가 바로 안단테 님 만의 멋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 만은 아닐 것 같다.
*휘리릭 님, 2009년도 늦가을 담양답사에서 푸르고 울창한 대나무 숲 구경을 다니면서 당시 몸이 불편했던 휘리릭 님을 부축하고 걸어 다녔다. 내 주변의 여인들은 대개 키가 크거나 체격이 좋은 여인들이 많은데 반해 내 손에 얹혀있는 휘리릭 님의 몸이 너무 가볍게 느껴져 도대체 몸무게가 얼마나 나갈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지만 아직까지 물어보지를 못하고 있다. 하지만 손끝에 전해오는 가뿐함 속에 묻어있는 천연의 여성스러움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뜬구름 님, 세상의 모든 구름은 다 하늘에 떠 있는데 그렇다면 뜬구름 님은 어디만큼 떠있는 구름일까? 언젠가 뜬구름 님께서 자녀들을 데리고 선암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했던 사진을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때 선암사 해우소를 들여다보며 ‘저기에서 엉덩이를 까고 앉아 있으면 세상의 모든 괴로움을 털어버릴 것 같다.’라는 글이 들어 있었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몇 해 전 청암사 해우소에서 엉덩이를 까고 앉아 산바람들이 밝음과 어둠사이로 들어 다니는 것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던 기억이 총총 났다. 글 안에 감정을 이입시키는 요령을 아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킬리만자로 님, 키가 크면 사람이 싱겁고 키가 작으면 자발이 없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킬리만자로 님은 싱겁지만은 않은 듯하다. 2009년도 일본 다이센답사 때 일본을 건너갔다 돌아와 동해안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작은 항구 마을 앞에서 산책을 하다 처음으로 수인사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7월의 은실 같은 빛살아래 하얗게 빛나던 슬레이트 지붕위에 나란히 앉아있던 수십 마리의 갈매기들이 하늘로 날아오를 때면 푸른 하늘에 점점이 박히는 은빛 날갯짓들이 정말 장관이었다. 컴퍼스 길이에 비해 달리기 실력은 별로 인 듯하지만 아무래도 보폭이 크니 함께 걷기가 무척 편안하지요.
*나눔 님, 언젠가 답사버스 안에서 함께 앉아 가게 되었다. 나도 평소 별로 말이 없는 사람인데 나눔 님도 참 말수가 없는 아가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2010년도 봄에 차마고도를 함께 가게 되었는데 그때쯤은 낯이 더 익고 편안해졌는지 가끔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오늘 저녁식사를 하면서도 몇 가지를 주제를 놓고 일행들과 다양한 대화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아하! 음흉하게 생긴 남자에게 일정기간 동안은 낯가림을 좀 하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꽃 님, 2009년 1월 첫 답사에 참여를 해서 남자 몇몇 분을 제외한다면 여자회원 분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밀려오는 파도의 모양처럼 S자 골이 파여진 모래사장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때의 순박한 느낌과 성실한 분위기가 4년이 지나도록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다. 국내 여러 번의 답사와 일본 다이센답사, 그리고 최근 연풍연가 나들이까지 함께 해온 모놀 안의 답사 전우 같은 분이다. 게시판에 꾸준히 써 올리는 답사후기의 글 솜씨가 나날이 발전하는 것이 눈에 뚜렷이 보입니다.
(- 고냉지高冷地의 작물들, 저쪽 테이블부터 먼저. -)
첫댓글 나도 작물의 일원이고 싶다~~~
나는 작물이고 싶지 않다~~~^^
캬~~~참말로 촘촘한 기억력을 갖고 있네요
글쟁이다운, 글장이다운 세심한 관찰력과 기억력에
달아날 수 없는 전과, 내게선 잊혀진 전과가
긴울림 님에겐 저장되었을 텐데 말일시 ㅋㅋ
신선한 후기에 하늘은 시원한 빗줄기로 답할 듯^^
긴울림님~ 너무 웃겨요... "음흉하게 생긴 남자" ㅋㅋ
긴울림님~~넘 잼있어요....."평소 멋을 안내거덩요" ㅎㅎ
각각의 고랭지의 작물들에게... 그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올린 글솜씨!에 주저없이 읽어 내려왔다.
끝이 아쉽다. 더 많은 작물들이 있었을텐데...
긴울림님~ 어제 나가길 잘했네요. ㅎㅎ
긴울림님에게 보여진 제 모습이 조금은 오바된 듯 하지만 즐거움이 쏠쏠하옵니다. ㅎ ㅎ 영광이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사진이 말을 걸어 온다 ... 정말 제사진이 그렇다면 더 바랄게 없어요....
이제 시간나는대로 모놀 답사 사진들을 ..다 모아서 제대로 정리 해보려 해요...블로그 다시 정비 하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