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리에 피어 있고 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細雨)중에 푸르구나. 칼로 잘라 내었는가 붓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대단하구나. 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春氣)를 못내 겨워 소리마다 교태로다. 물아일체이니 흥이야 다를소냐.'
조선 성종때 정극인이 지은 가사(歌辭) 작품 '상춘곡(賞春曲)' 중의 일부이다.
생동하는 봄의 풍광과 분위기가 흠뻑 느껴지는 글이다. 문 밖을 나서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는 산야를 거닐어보고 정자에도 올라 자연과 내가 한 몸이 되어 봄 풍광에 한껏 젖어들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계절이다.
지금 야외로 나가면 '무릉도원' 이 곳곳마다 펼쳐지고 있다. 산수유꽃 매화, 개나리꽃 등이 봄소식을 전하더니 뒤이어 벚꽃, 진달래꽃, 자두꽃, 복사꽃이 천지를 수놓아 가고 있다. 수양버들을 필두로 온갖 초목들이 싹을 틔우면서 온 산하를 연두빛으로 물들여 가고 있다. 새들도 봄기운에 겨워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화사하고 생동하는 봄 풍광은 사람들도 들뜨게 한다. '강변이 온통 꽃으로 덮이니 이를 어쩌나/알릴 데가 없으니 그저 미칠 지경이로다/서둘러 남쪽 마을로 술 친구를 찾아갔더니/그마저 열흘전에 술마시러 나가고 침상만 덩그렇네.' 당나라 시인 두보가 이렇게 읊었듯이 봄 정취는 시인묵객들로 하여금 시를 읊거나 붓을 휘두르게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