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고맙고 감사한 내 친구 그리고...
2023년 11월 8일 수요일
음력 癸卯年 구월 스무닷샛날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시도때도없이 울컥하는 일이 많아진다.
나이듦인가?
70을 눈앞에, 코앞에 둔
머리가 희끗희끗한 영감탱이 남정네가
별 것도 아닌 사사로운 일에도 그렇고
정말 감격, 감탄, 감동적인 일에는 더 그렇다.
감정이 복받쳐 울컥하여 말끝을 흐리게 된다.
나도 모르게 그냥 저절로 눈물을 찔끔거린다.
의학적으로 눈물은 세 가지 형태라고 한다.
눈물은 기저눈물, 반사눈물, 감정눈물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분류가 된다고 한다.
자료에 의하면,
기저눈물은 평소에 잘 느끼지 못할만큼 소량으로
분비되어 눈을 촉촉하고 편안한 상태로 유지하고,
반사눈물은 눈을 자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감정눈물은 슬픔이나 행복 등 다양한 감정과 관련
하여 흘리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도 모르게
분비되는 것이 기저눈물이고, 건조하거나 먼지 등
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려고 자연스레 흐르는 것이
반사눈물, 감동을 한다거나 기분의 변화로 인하여
흘리는 것이 감정눈물이라고 해야겠지 싶다.
의학적 분석을 참고해보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특히 남성은 흐르몬 분비에
있어 여성 흐르몬이 분비된다고들 하는데 그것은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한다. 남성들이
나이가 들면 경험과 지혜가 축적되고, 가치관이
변화하며, 스트레스가 감소되는데 이로 인하여
분비되는 흐르몬으로 인해 흔히 흘리게 되는 것,
바로 걱정할 필요없는 감정눈물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눈물도 아무런 이유없이 흐르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말이 되는 것이기도 하는 것 같다.
책을 읽다가도, TV를 보다가도, 어떤 감동적인
말을 들어도 울컥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크게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제 아침나절,
친한 친구의 감동적인 문자 메시지에 울컥하여
눈시울을 적셨더니, 그 문자 메시지를 본 아내도
덩달아 울컥하여 눈가에 촉촉한 이슬이 맺혔다.
그러며 하는 말, "당신은 이렇게 큰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있음이라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야!"
라고 했다. 맞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게 이렇게
고맙고 감사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도
복을 많이 받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래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으며 눈시울을
적셨던 것이 아닌가 싶다. 어찌되었거나 조만간
친구를 만나 대포 한잔을 나누며 고마움과 아울러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어제는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 것 같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한 친구를 비롯하여
그 외 두 사람이 또 있다. 촌부에게 이런저런 복이
터진 하루였다고 해야겠지 싶다.
늦은 오후,
마을 아우와 전화로 나눈 대화이다.
"형! 뭐하셔?"
"뭐하긴? 그냥 빈둥빈둥 놀지!"
"대파농사 괜찮았나 몰라?"
"못봤나? 왕창 망쳐 몇 뿌리 못건졌지!"
"대파 뽑아놨으니 내려와서 갖다 잡수셔!"
"오케이~ 고맙네. 금방 내려가겠네."
부랴부랴 챙겨입고 아내에게 물었다.
"뭐 갖다줄 것이 없을까?"
"우리집에 뭐가 있겠소? 기다려 보시오!"
"아우가 임연수 잘 묵는 것 같던데 있는가 보게!"
"냉장고, 냉동고 다 뒤져도 한 마리 뿐인데..."
"괜찮다! 그거라도 갖다주면 될 것 같네."
그렇게 마을 아우네에 갔더니 가져가라는 대파가
장난이 아니다. 커다란 박스에 한 가득 담아놓은
것이 아닌가? 제수氏도 함께 뽑느라 같이 있었다.
이렇게 많이 주면 어쩌냐고 했더니 두 집이 나눠
먹으려면 얼마 안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웃었다.
하여간 우리 마을 사람들은 손이 크다. 뭐 갖다가
먹어라고 했다하면 양이 엄청나게 많아서 놀란다.
손이 크고 통이 큰 것 아니라 마음씨가 고우면서
마음씀씀이가 보통 큰 것이 아니라 엄청시리 큰
것이라고 여겨진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며칠전,
"용식이 형! 성이 뭐지? 생각이 안나네."라고 하며
죽마고우의 동생, 여주에 사는 아우가 전화를 했다.
뜬금없이 성이 생각 안난다고 하여 한참을 웃었다.
"갑자기 내 성은 와 물어보노?"라고 했더니
"고구마 철이라 형 생각 나서 한 박스 보내주려고
주소를 찾았는데 이름만 적어놓고 성이 없네."
그럴 수도 있을 게다. 죽마고우의 동생이지만 알게
된 것이 얼마 안된다. 친구와 달리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 형의 친구 용식이란 이름만 알고 있었던 같다.
이 아우는 5년전에 홀연히 이 세상을 떠나 저멀리
가버린 친구, 형제보다도 더 진한 정을 주고받던
죽마고우의 두 살 아래 아우이다. 세상 떠나버린
형의 친구까지 챙기는 그 아우의 마음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
어제 오후 아우가 보낸 이천産 고구마 한 박스가
도착했다. 여주, 이천은 쌀이 유명한 고장이지만
고구마도 유명한 고장이기도 하다. 택배를 받고
이내 아우에게 고맙다는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산골의 긴 겨울, 영감 할멈 난롯불에 고구마나
구워 잡수라고 보냈수! 우리 형이 가고 없으니까
이제는 형이 내 형이지!"라고 하여 순간 울컥했다.
아우의 고마움과 멀리 가버린 죽마고우 생각이
머리속에서 교차하여 눈물샘을 자극한 것이다.
아내가 저녁에 고구마를 쩠는데 정말 맛이 좋다.
우리도 고구마를 조금 수확했지만 비교가 안되는
맛이다. 이웃들과 조금씩 나눠먹어야 하겠다.
이런저런 고마움으로 일기가 많이 길어졌으나
날씨 이야기를 하지않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어제부터 갑작스레 수은주가 급강하를 하더니
오늘 아침은 더 떨어져 춥다. 아마도 입동(立冬)
추위 아닌가 싶다.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이 바로 오늘이다.
서리가 눈이 내린 듯하고 장독대 위에 고인 물이
바짝 얼었다. 기온은 영하 4도까지 뚝 떨어졌다.
같은 봉평인데 읍내는 영하 2.7도, 그만큼 우리
마을은 해발이 높아서 훨씬 더 춥다. 이제 제대로
겨울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많이 추워진 날씨에
건강 조심 하시며 오늘도 즐거움 가득 하세요
감사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계절입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오늘이 입동이지만
친구, 아우님들과
더불어 훈훈함이
전해지네요.
연륜이 더해갈수록
따뜻한 지인들과
동행할 수 있음이
또 하나의 행복이겠지요.
복된 저녁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