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거래가 끊겨 가뜩이나 힘든 판에 중개업소만 자꾸 늘어 걱정입니다.”
올해로 3년째 경기도 여주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중개업자의 하소연이다. 요즘 여주 토지시장이 썰렁하다. 올 들어 3월까지 투자자들의 발길로 북적대던 것과는 딴 판이다.
국토해양부 통계에 따르면 4월 여주군 토지거래 면적은 275만6000㎡로 전 달(306만6000㎡)에 비해 31만㎡가 줄었다. 같은 기간 땅값 상승률(0.58%) 순위가 경기도 31개 시•군 중 9위에 그쳤다.
여주 토지시장이 침체 장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3월말 부터다. 이전까지 이 지역 토지시장 활황세를 이끌던 한반도 대운하 개발 계획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여주 땅시장이 점차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반대 여론에 밀린 정부가 ‘잠정 보류’ 입장을 내비친 요즘엔 거래마저 뚝 끊겼다.
여주읍 황금공인 유보열 사장은 “올 들어 3월 까지는 매달 두 세 건씩 계약서를 썼지만 5월 이후엔 문의 전화 조차 없다”고 전했다.
한반도 대운하 개발에 편승해 한 몫 잡으려던 이 지역 기획부동산업체들도 대부분 파리를 날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금사면 일대 임야 3만㎡를 3.3㎡당 11만원에 쪼개 팔고 있는 H영농조합은 5월 들어 투자자를 한 명도 모으지 못했다.
이 업체 이모 사장은 “한 달에 최소 3000㎡는 팔아야 사무실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대운하 개발 계획이 안갯속으로 빠져 들면서 투자자들이 상황을 좀더 지켜보자며 관망세로 돌아서는 바람에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개발재료 많아 가격 급락은 없어
그러나 실망 매물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대운하 개발의 불씨를 아직 살려 두고 있다는 판단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남-여주 간 복선전철, 제2영동고속도로 등의 호재가 풍부해 향후 땅값이 꾸준히 오를 것이란 기대감까지 더해져 땅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사면 OK공인 이원철 사장은 “대운하 건설이 백지화된 것이 아니고 보류된 상태인 만큼 땅주인들의 동요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한반도 대운하 개발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여주지역 부동산중개업소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기지부에 따르면 4월 현재 여주지역 부동산중개업소는 203개로 지난 1월에 비해 21개가 늘었다.
대신면 양지공인 한 관계자는 “토지 규제 완화, 성남-여주 복선 전철 등의 호재 등을 기대한 신규 중개업소가 여주에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08. 6. 13